벌써 귀뚜라미가 운다.
오늘이 입추라더니, 계절이 고개를 들이밀긴 했나 보다.
여름도 가을도 아닌, 달력 속 절기를 귀뚜라미가 먼저 알아챈다.
화단 어딘가에서 시작된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어느 순간 내 마음 안에도 울려 퍼진다.
낮엔 여전히 땀이 흐르고 짜증이 일지만,
밤이 되면 귀뚜라미의 울음이 거실을 채운다.
괜히 마음이 말랑해지고, 아무렇지 않던 창밖이 괜히 그리워진다.
어떤 계절은 성큼성큼 기세등등하게 들어서지만,
어떤 계절은 이렇게 소리로 먼저 도착한다.
빛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고, 울음으로.
귀뚜라미의 울음은 일종의 알림이다.
"이제 곧, 너의 계절도 바뀔 거야."
익숙한 것을 조금씩 밀어내며, 다음을 준비하라고.
하지만 아직 나는 바뀌지 않았다.
습관처럼 걱정하고, 버릇처럼 조급해하며,
생각만 앞서가는 여름 한가운데를 걷고 있다.
마음은 늘 계절보다 느리고,
변화는 언제나 나보다 먼저 도착한다.
그러니까, 계절이 바뀌기 전 나도 나를 조금 덜어내야겠다.
덜어낸 마음만큼, 선선한 바람이 들어올 테니까.
내 안의 쓸데없는 걱정들, 때를 놓친 후회들, 내일을 부풀리는 불안까지도
조금은 가볍게 내려놓고 싶다.
지금은 아직 여름의 끝자락,
하지만 귀뚜라미가 말해주듯,
곧 선선한 계절이 나를 찾아올 것이다.
그때는 나도 조금은 선선한 사람이 되고 싶다.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변화를 환대할 수 있는 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