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에 부딪힌 햇살이 방 안 가득 번졌다.
창밖 나뭇가지에 매달린 잎사귀가 그 빛을 받아 금빛으로 물들었다. 바람이 스치면 잎사귀는 조용히 흔들렸고, 그 틈으로 계절의 향기가 스며들었다.
귀뚜라미 소리가 멀리서부터 번져왔다. 그 울음소리가 창문을 넘어 내 귀에 들어오는 순간, 마음 한구석이 가을에 물들었다. 계절은 언제나 이렇게 불쑥 찾아온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하루 같다가도, 한 줄기 빛과 한 조각 소리로 계절이 바뀌어 버린다.
인생도 그와 같다.
별다를 것 없는 날들의 연속 같지만, 어느 날 문득 찾아온 한 사람, 한 문장, 한 장면이 삶의 방향을 바꿔놓는다.
그렇게 한 시절이 저물고, 또 다른 시절이 시작된다.
우리는 계절을 붙잡을 수 없듯 지나간 시간을 붙잡을 수 없지만, 그 흔적은 마음 깊은 곳에 남아 다음 계절을 맞이할 힘이 된다.
이렇게 또 한 계절이 가고, 또 한 계절이 온다.
그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늙고, 조금씩 단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