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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만원의 행복

힐링 에세이

by 한결

[에세이] 삼만원의 행복

민병식


드디어 S가 입원을 했다. 술좀 그만 마시라고 그렇게 말했건만 위태 위태 하더니 결국은 그 좋아하던 알코올이 문제가되어 입원을 하고야 말았다. 술을 끊게 하려는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지만 그나마 어찌보면 입원한 것이 S에게는 잘된 것인듯 싶다. 어차피 자의로는 술을 끊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지인의 소개로 알게된 S를 알게 되었고 가끔 만나 식사도하고 대화도 나누는 사이로 그는 나이 60이 넘도록 결혼도 아직 하지못한 사람으로 일가친척이 하나도 없다.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는데 워낙 기골이 장대하여 자기는 술 때문에 탈 난적이 없다며 큰소리를 치더니만 이번 경우를 보니 매에는 장사 없다가 아니고 술에는 장사가 없는 모양이다.


남자 건강 요원의 인솔아래 S가 면회실로 왔다.


"얼굴 좋아 지셨네. 진작 입원할껄"


이라고 농을 던졌더니 씨익 웃는다


"건강은 어떠셔요?"


''답답한 것 빼곤 괜찮아유"


"여기는 매점 없나요? 아무것도 못사왔는데"


"병원 원무과에 면회오는 사람이 돈을 넣으면 제가 필요한 것 사서 써요"


"면회 오는 사람 없잖아요"


"네. 월요일하고 금요일하고 담배 한 갑씩 나오는디 내가 돈이 없으니께 기초생활수급자 신청해놨으니 일단 외상으로 좀 쓰고 수급비 나오면 갚아야지유"


"담배 떨어지면 어떻게 해요?"

"여기는 사람 들이 얼마나 독한지 같이 있으면서도 담배 한 개피도 안줘요"


그도 그럴 것이 알코올의존증 환자들이 있는 폐쇄병동서 할일도 별로 없을 것이고, 가지고 있는 거라곤 소모품과 담배 등이니 당연히 소중할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예전에 군대 시절 보급품으로 담배나오던 것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장시간 몸 속에 축적되어있던 중독성을 빼는 과정이라서 술 생각도 간절할 것이고, 금단 증상도 있을 터 그나마 담배와 커피가 유일한 낙이라고 하였으나 이참에 금연을 하라고 권유했더니 극구 싫다고한다. 대놓고 담배를 사서 피라고 하기도 뭐한 상황이다. 원무과로가서 3만원을 예치시켰다.


"많이는 못넣고 삼만원 예치시켰으니 담배사지 말고 필요한 것 사쓰셔요"


"고맙워요, 나가면 꼭 갚을께요."


"안갚아도 좋으니 이참에 술, 꼭 끊으세요! 빨리 나올 생각하지말구요, 다음달에 또 올께요"


면회실을 나오려는 순간 S가 원무과 직원에게 담배 한 갑을 빨리 넣어달라고한다. 흡연이 급했던 모양이다. 면회를 마치고서도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S가 집에 돌아가더 라도 술을 끊을 수 있을지 걱정이기도 하고, 앞으로 우리나라의 사회적 안전망이 그를 보호하고 치료할지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병원 앞 길이다.


따사로운 햇살이 거리를 비춘다. 참 좋은 날이다. 불현듯 비록 큰 돈은 아니지만 삼만원이라도 넣어주고 온 것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 돈이 없어도 큰일이 나지 않지만 홀홀단신인 S에게는 목이 타는 듯한 갈증 끝에 만난 꼭 필요한 물 한모금 같은 것일게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지금의 내가 얼마나 감사한가. S를 만난 것은 이렇게라도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라는 하늘의 뜻이 아닐까. 비록 작은 것이라도 누군가

에게는 크게 다가가는 감사가 될 수 있다는 것, 나를 필요로하는 누군가를 통해 나 또한 감사함을 배운다는 것, 회사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워

지는 이유다.

그림 문길동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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