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결 Jul 24. 2024

소중함에 대하여

공감 에세이

[에세이] 소중함에 대하여

민병식


일요일 오후, 아주 고즈넉한 시간이다.  운동으로 동네 한 바퀴를 돌고 단골 커피숍 창가 자리에 앉았다. 최근 장마철임에 비가 많이 오는데 커피 숍 내부는 에어컨을 하도 틀어놓아 추울 지경이다. 그나마 지금은 해가 조금 떠서 볕의 소중함을 여실히 느낀 시간이다. 걸으면서 오랜만에 볕을 쬐니 날씨 때문에 축축했던 기분이 뽀송뽀송해지는 기분, 비오는 날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역시 난 볕을 좋아한다고  다시 한 번 확인하게된다.


내가 좋아하고 소중히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크고 작음이나 값나가고 아니고에 상관 없이 내게 기쁨과 안식을 주는 것 들이 분명히 있다. 나 자신, 부모님 등 내 삶에 이미 들어와 자리를 잡은 내 몸의 부분같은 으레 기본적인 조건에 더하여 많은 단어 들을 나열할 수 있을텐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사랑이고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순수함이다. 이유는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도 그렇거니와 휴머니즘을 빼고는 개인과 사람들, 세상에 대해서 이야기가 되지 않을 듯하기 때문이다. 가족을 제외하고 우리는 거의 모두가 2차적인 관계를 맺는다. 모든 인간관계의 바탕을 순수한 마음에 두고 싶은데  스쳐지나가는 바람이나 소나기와 같은 관계도 있는 것이고 처음은 좋은데 끝은 흐린 경우도 있어 모든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지낼수는 없으며 좋아하는 사람, 마음 두는 사람도 각기 다르다.


우리의 삶은 일상의 반복이고 그 반복 속에 권태로움이 찾아오기도 한다. 어떤 날은 특별한 것 없는 무료함에 힘이 없어지기도 하고 마음이 축 늘어지기도 하는데 나의 경우는 비오는 날 조금 그런 경향이 있다. 그런 날이면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 들을 마음을 집어 넣는다. 좋아하는 것은 무형의 것으로 추억일수도 있고 상상일 수도 있으며 멍때리는 시간일 수도 있다. 유형의 것들로는 취미생활일 수도 있고 맛난 음식일 수도 있다. 또한, 아주 가끔이긴 하지만 초록과 꽃과 흙과 물을 만나기도 하고,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듣고 책을 읽기도 한다. 커피 숍에서 좋아하는 사람과 끊기 아쉬운 전화 통화,  음악을 들으며 평소 읽고 싶었던 작가의 작품 세계  탐독하기 등 마음의 빈 공간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넣는 시간이 허전함을 달래준다.

좋아하는 것이 없는 삶은 공허하다. 그저 생존을 위한 삶일 뿐, 그저 별 생각없이 보내는 시간 들과 딱히 필요성도 없이  그냥 아무나 하고 시간을 때우는 만남, 마음을 동반함이 없는  흘려보내는 시간은 의미가 없다.  물론 좋아하는 대상이 각기 다를 수는 있으나 좋아하는 것은 삶에 힘을 주고 의욕을 준다. 내가 좋아하는 것 들로 나의 시간을 의미있게 채우는 것, 그것이 나의 삶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마음을 그냥 던져 두지 말자. 스스로를 위해 좋아하는 아무리 힘든 때라도 아무리 지칠 때라도 누군가, 무엇인가 좋아하는 마음은 꼭 지니고 살았으면한다.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할 때 가장 많이 배운다고 했다. 무언가에 푹 빠져 있을 때는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글에 몰두하다가 끼니를 잊기도 하고 냄비를 새까맣게 태우기도 하고 커피를 마시다가 식는 줄도 모른다. 몰입하면 잘하게 되고, 잘하게 되면 더 빠져들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든 좋다.  내 마음이 닿는다면  그것처럼 소중한 것은 없다.


소중한 사람일수록 또,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일수록  감사하게 여기고 소중하게 다루어야한다. 연인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은 연인이 떠난 뒤에, 물질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은 가난해진 후에 후회하고 슬퍼한다. 아무리 후회해봐야 이미 내 곁에 없다.  또다시 그와 같은 사랑이, 또 예전과같은 풍요로움이 올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한 번 엎지른 물은 주워담을 수 없기에 소중한 사람에 대해, 소중히 여기는 무엇에 대해 곁에  있을 때 감사하고  간직하는 마음을 잊어서는 아니된다. 인생사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다. 시간은 눈에 보이지 않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시간은 광음의 속도로 지나간다. 좁은 시각으로 짧은 생각으로 내가 갖고 있는 소중함을 소중함으로 여기지 못할 때 소중한 것의 소중함을 보지 못하고 그냥 내버려두거나  놓아버린다면 곁에 남는 것은 후회와 미련 밖에 없다.

비가 내렸다 그쳤다 하는 변덕스러운 날씨, 잠깐 잠깐 얼구를 비치는 태양의 소중함을 깨닫듯 내게 무엇이 소중한지를 떠올리고 되새겨보는 시간이다.

이전 20화 멈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