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결 Sep 05. 2024

이름값

공감 에세이

[에세이] 이름값

한결


신규직원 몇 명이 입사를 했다.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이왕이면 신선하고 활기찬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 우리는 누군가를 처음만나 인사를 할 때 대개 악수를 나누며 통성명을 한다. 서로의 이름을 대며 악수를 하는 것은 내가 누구인지 기억하고 불러 달라는 의미일 것이다.내 이름의 한자는 빛날병에  심을식자를 쓴다. 글자 그대로 해석을 하면 '빛을 심는다'인데 지금은 기독교로 개종을 하셨지만 내가 태어날 당시 독실한 불교신자였던 모친께서 고향에 있는 절의 스님에게 받아오셨다고 한다. 세상의 빛을 심는 사람이 되라는 뜻인데 한자를 풀이해보면 엄청난 좋은 의미를 갖고 있다.


이 멋진 이름 들에서 별명이 파생하기도 한다. 보통 초등학교 때는 이름에서 따온 별명을 많이 짓는데 내 이름을 예로 들자면 이름 의 병자를 딴 병아리 식자를 딴 식당 등 유치한 별명이 주를 이루었다. 청소년기가 되면서 몇가지의 별명이 생기기도 하는데 대략 서너개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별명이란 사람의 생김새나 버릇, 성격 등 을 가지고 남들이 이름 대신에 특징지어 부르는  것인데 가장 친구 들이 짖궂었던 고등학교 시절 내게 병신라는 별명이 있었다. 이름 중  식자에서 ㄱ을 ㄴ으로 바꾸면 병신이 되는데 이것을 발견한 친구 녀석을 유머러스하다고 할 수도 없고  고차원적이라고 할수도 없는 것이 좀 억울하면서도 살짝 기분나쁜 아뭏든 한동안 난 본의 아니게 병신 소리를 수시로 들어야했다.


"엄마, 내 이름 좀 아닌거 아냐? 병식이 머야. 맘에 안들어."


"무슨 소리니? 아주 유명하신 스님이 지어주신거야, 원래 태어나서 이름은 그게 아닌데 '병식'이라고 지어야 오래 산다고 해서 바꾼거야. 쌀을 얼마나 많이 시주하고 받아온 이름인데."


도대체 무슨 경우인가. 이름의 한자 뜻과 수명을 전혀  연관지을 수 없다. 그래도 우리나라 개명신청 사례라고 하는 '김시발'이나 '방귀녀'가 아닌 게 다행이다. 옛말에 이름대로 산다. 이름값 한다 라는 말이 있다. 이름은 제2의 얼굴이며 자신을 지칭하는 소중한 포장이다. 어떤 이름이든 나쁜 의미를 갖다 붙힌 이름은 없다. 뜻을 풀이해보면 전부 좋은 이름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 이름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본인의 자세이겠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는데 그 사람이 평소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지를 말해주는 속담일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에는 이름이 있다. 사람, 동물, 식물은 물론  하찮은 벌레들에까지 심지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게도 이름이 있다. 그들은 각자 존재 가치를 가지고 살아간다. 산 위의 바위를 보라. 아무말없이 천년을 그자리에 있으면서 등산객의 쉼터가 되어주기도 하고 아름다운 풍광으로 사람 들에게 휴식을 주기도한다. 자신의 이름값을 하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난 지금까지  내 이름값을 하고 살았는가.  이름 풀이처럼 세상에 빛을 심고 살았는지 말이다. 나중에는 결국 내려놓고 떠나야할 명예, 물질 등 껍데기에 불과한 겉만 번드레한 이름 들만을 쫒으며 살았는지 돌아본다.


거리를 비추는 휘황찬란한 불빛이나 집 안을 환히 밝혀주는 형광등 불빛도 좋지만도 아주 작은 빛 하나로도 어둠을 밝힐 수 있다. 어두운 골목길을 안전하게 지나가도록 해주는 가로등이 그렇고, 정전이 되었을 때 깜깜한 암흑 속을 헤쳐나갈 수 있게 해주는 랜턴이 그렇다.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중요한 빛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관용과 용서, 화합과 양보  등 선한 마음들이 잘 버무려진 사랑일 것이다. 사랑의 마음을 행함에 있어 꼭 많은 시간과 재물이 드는 것은 아니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조금의 쓰임이 되고 나에겐 없어도 되는 작은 것이라도 남에게 크게 쓰일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내 이름 값을 하는 것, 부모님이 주신 소중한 사랑에 대한 감사의 보답이다.

작가의 이전글 통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