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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May 04. 2019

나는 쓰레기 없이 산다/ 독후감35

Zero waste home


 요즈음 동네슈퍼에서 물건을 사도 까만 비닐봉지는 돈을 주고 사야 한다.

퇴근길 막걸리 몇 병을 샀다. 비닐봉지를 사지 않는 이상 손가락 마디에 초록색 막걸리 병을 끼고 집으로 향한다. 가는 동안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인사를 하면서도 뻘쭘해지기 마련이다. 막걸리는 발효주라 동네슈퍼 냉장고에서 꺼내면 뚜껑 주변에서 물이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 가방에 넣기도 곤란하다. 공짜로 주던 까만 비닐봉지가 딱인데. 속도 안 보이고. 이후에 나는 내 가방에 까만 비닐봉지 하나를 챙겼다. 너무나 간단하다. 

손가락 마디에 더 이상 막걸리 병을 끼고 집으로 향하지 않아도 된다.

 내 가방 구석에는 비닐봉지가 한 개 더 있다. 우산 비닐봉지!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나는 비 오는 날 버스에 올라타면 물이 뚝뚝 떨어지는 우산 때문에 곤혹이다.

버스 타기 전에 아무리 우산 빗물을 잘 털어도 흘러내리는 물방울은 어쩔 수 없다. 이럴 때 젖은 우산을 쏙 넣을 수 있는 우산 비닐봉지를 꺼낸다. 예전 비 오는 날 건물 입구에서 챙겨 온 것이다. 가방 구석에 두었다가 요긴하게 다시 쓸 수 있다. 너무나 간단하다. 

약간의 신경 쓰임과 생활 세팅만으로도 Better Life, Better World를 실천할 수 있다.

작가 존슨은 글에서도 이야기한다. “그저 필요한 때 잊지 않고 챙겨가기만 하면 되었다.”



 내가 무슨 대단한 환경운동가라 이러는 것이 아니다. 솔직히 작가처럼 저렇게 지독하게 ‘쓰레기 제로’에 실천하진 못하겠지만 매주 화요일마다 아파트 분리수거를 위해 우리 집을 떠나는 플라스틱과 비닐들의 적지 않은 양을 보고 있으면 지구가 조만간 쓰레기 더미로 인해 멸망할 것만 같다.

‘우리 아이들은 살기 더 힘들겠구나’ 생각한다.

 쓰레기를 줄이겠다는 마음만 먹는다면 우리는 이 책의 머리말 정도면 충분한 동기를 얻을 수 있다. 마음을 먹고 실천을 해야 한다. 실천을 한 주만 하는 것이 아니고 한 달만 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 결심을 유지하는 것이다.

 결국 실천해보아야 혹은 방법을 알고 있어야 자신에게 적합한지 자신에게 무리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

이를 위한 실용적 가이드로써 작가의 직접적인 경험에 근거해서 ‘쓰레기 제로’를 위해 어느 선까지 나에게 적합한 방법인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많은 이야기들과 방법들을 배웠다.



 내가 판단한 제일 효과적이고 쉬운 방법은 포장 쓰레기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용도에 따라 천 주머니, 그물망 주머니와 같은 장바구니를 준비하는 것이다. 쓰레기 없이 산다는 것은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으며 사는 것이다. 첫 번째 단계는 지금 갖고 있는 것을 일단 알차게 사용한다. 그 이후 정말로 필요한 물건들은 플라스틱이나 비닐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을 제품으로 필요한 만큼 구매하는 것이다. 연필이 필요하다면 문방구에서 필요한 연필 한 자루를 사는 것이지 대형 문구점이나 대형 마트에서 연필 한 다스를 불필요하게 사지 않는 것이다.

품질 좋은 제품을 사는 것이 오래 쓸 수도 있고, 좀 더 잘 챙겨 쓰게 될 것이다. 쓰레기 없이 산다는 것은 심플하게 사는 것과 맞닿아있다. 배출 전 최소 필요한 것만으로 간편하게 생활하는 것이다. 옷장을 정리하고 욕실을 정리하며 화장품, 향수들을 정리한다. 사용할 물건만 남겨 놓는다. 옷장을 정리하게 되면 효율성 (매치하기 쉬워 입을 옷을 빨리 정할 수 있다), 에너지 절약 (빨랫감이 줄어든다), 손쉬운 여행 (여행에 뭘 가져갈지 고민할 것 없이 다 넣을 수 있다), 쉬운 관리, 생태계 보호(옷이 많으면 그만큼 귀중한 자원을 쓰는 것이다)를 실천할 수 있다.


 식초는 마법의 액체이다.

스프레이 병에 물 1컵과 증류 백식초 1/4컵을 넣으면 청소, 세탁, 살충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끈끈이 제거액, 욕실 청소, 탈색 방지, 배수구 청소제, 매직 지우개, 식물 영양제, 유리 세정제, 장신구/ 금속 세척제, 주방 세정제, 곰팡이 제거 및 방지, 소파 커버 닦기 등등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 책에 나와있는 용도만 24가지이다. 내가 다 세어봤다.

향을 더하고 싶다면 정제하기 전 식초에다가 감귤류 껍질을 2주가량 담가 우려내면 된다.

 다용도 밤 balm을 만들어 입술과 손톱에 윤기를 주고, 눈가 주름이나 모발 끝에 영양을 주며, 광대뼈나 눈썹 위에 발라 하이라이터로 사용할 수 있다. 신발 보호를 위해서 사용할 수도 있고, 목재 광택제로 쓸 수도 있다. 밀랍 1큰술과 해바라기씨유 4큰술을 섞은 작은 유리병을 작은 냄비에 물을 3센티미터 정도 받아 병을 그 안에 넣고 중불에서 혼합물이 녹을 때까지 중탕한다. 작은 금속 케이스에 붓고 식히면 끝~~


 이와 같은 실천은 디지털 디톡스 Digital Detox까지 연결된다. 디지털 시간 낭비 요소를 가려내어 생산성을 높인다. 목적 없이 서핑하는 일을 피하기 위해 시간을 정해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고, 일할 때는 휴대폰을 끄거나 메일 체크하는 시간을 정한다. 물론, 불필요한 용지들의 프린터를 자제하고 USB나 외장하드보다는 하드웨어가 필요하지 않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고려해본다.

 ‘쓰레기 제로’의 삶은 의외의 자리에서도 매력을 발휘한다. 아이들 교육이다.

거절하는 법을 안다는 것은 살면서 참으로 중요하다. 거절을 못해 괴로운 경험을 겪었을 것이다. 아이들은 엄청난 양의 여분의 물건을 받곤 한다. 필요하지 않은 물건에 대해 사양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실제로 겪는 과정을 통해 자신감을 키우게 되고 남들의 본보기가 된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있으며 거절하려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것을.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작가는 지독하다. 볼 일이나 물건 전달을 하기 위해 돌아다닐 때에는 우회전을 최대한 많이 하는 루트를 짠다. 연료비가 적게 들기 때문이다. 대단할 뿐이다.

실천도 실천이지만 이와 같은 마음가짐 자체가 중요하다. 아무리 실천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면 무엇할까. 마음가짐이 있어야 여러 가지 시도를 할 수 있게 해 준다. 실천하는 방법을 몰라서?? 혹은 마음먹기가 힘들어서?? 두 가지의 질문 모두 이 책을 피해 갈 순 없을 듯하다.

무엇이든 한 가지라도 시작하는 것이 어벤저스가 되는 것이다. 지구를 구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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