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책을 읽고 있었다.
버스나 지하철로 이동하는 동안 옆에 앉은 사람이 묻는다.
“책 제목이 무엇인가요?” 대답해주었다. “아이 부모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겠네요.”
[We are the World]란 팝송이 있었다.
아프리카 난민을 위한 자선 기금 마련을 위해 마이클 잭슨, 라이오넬 리치가 작사와 작곡을 하고 미국의 팝스타 45명이 모여 부른 노래이다. 하나의 곡을 여러 사람이 부른 경우는 종종 볼 수 있다. 책도 여러 작가들의 글을 몇 편씩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만드는 경우는 있지만 120명의 사람들의 글을 모아 책 한 권을 만들었다.
영국의 대표적인 어린이 자선단체에 도움을 주기 위해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전문가들이 각각의 질문에 대해 답변하는 형식으로 만든 책이다. 책이름은 [어른을 일깨우는 아이들의 위대한 질문].
질문에 답변을 한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120명 중에는 알랭 드 보통 Alain de Botton, 노엄 촘스키 Noam Chomsky, 고든 램지 Gordon Ramsay, 베어 그릴스 Bear Grylls 등이 있다.
질문들은 초등학교, 중학교 10곳의 도움을 받아 만 4세에서 12세 사이 아이들 수천 명에게 가장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개성 투성이의 책이다.
신선도가 포화된 책이다.
책은 답을 얻기 위해 읽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책은 질문들이 책을 의미 있게 만들어준다.
답변도 재치 있고, 유익하지만 결국 남는 건 질문들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이유는 아이들의 질문에 좀 더 멋지게 대답하고 싶어서였다.
그냥 1차원적이 아닌 유머도 섞여 있으면서 건설적인 대답과 함께 멋진 아빠처럼 보이기 위해서.
책은 다 읽었지만, 아이들은 나에게 이와 같은 질문을 하지 않는다.
(항상 그렇듯 세상 내 맘대로 되진 않는다.) 하지만 질문들은 건졌다.
세상은 왜 어른들 맘대로 하나요?
왜 자기 자신을 간지럽힐 수 없나요?
벌은 벌에 쏘일 수 있나요?
어떻게 정신을 집중하나요?
씨앗은 맨 처음에 어디서 왔나요?
올림픽에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펭귄들은 왜 남극에만 살고 북극에는 살지 않나요?
알렉산드로 대왕은 개구리를 좋아했나요?
왜 어떤 사람은 키가 크고 어떤 사람은 키가 작아요?
우리는 왜 밤에 잠을 자나요?
소가 1년 내내 방귀를 한 번도 뀌지 않고 모았다가 한 번에 크게 터뜨리면 우주로 날아갈 수 있나요?
질문을 읽으면 나도 모르게 대답해야 할 궁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