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씨앗에서 거대함이 탄생하는 이치를 바라보며
고추가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습니다
고추는 그저 맵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오이맛을 주는 오이 고추만이 매운 맛을 벗어던져 버리고
달콤하고 상쾌한 맛을 준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고추의 본래 맛이 이런 줄은 이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아버지 댁 옥상에 고추의 향이 가득했습니다
올해의 고추는 오이, 가지, 방울토마토, 대파, 피망, 케일, 호박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우리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았습니다
지난 주에 고추를 딴 자리에 똑같은 모양의 고추가 생겨있습니다
고추의 번식력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지금까지 한번도 맛보지 못한 맛이었습니다
올해 맛본 달콤하고 신선한 고추의 맛에 연신 감탄사를 자아내니
아버지께서 내년에는 고추 씨를 더 많이 심어야겠다고 말씀하십니다
고추 씨앗의 크기를 아시나요?
고추를 한 입 깨물면 안에 씨앗이 나옵니다
이 자그마한 몸집을 가지고 있는 존재가 고추 씨앗입니다
자그만한 덩치에서 제 키 만큼이나 하늘을 향해 자라나고
수많은 모양의 고추를 내어 놓는다고 생각하니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저의 이해력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 실제로 존재하는 사실은
손톱보다 수십배 작은 씨앗에서
손톱보다 수백배 큰 나무가 자라고
손통보다 수백배 많은 양의 고추가 태어난다는 것입니다
자연은 거대함에서 거대함이 아닌
작은 것에서 거대함이 탄생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처음이 작다고 결과가 작은 것이 아닙니다
모든 거대함은 아주 작은데서 출발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