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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모삼천지교 Mar 01. 2023

그 많던 아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아이들만이 존재할 수 있는 세계로 가야 했던 아이들.

생일날 아침.

무엇을 하고 싶냐는 남편의 물음에 미술관이 가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여타의 아이를 가진 가족들처럼... 준비하고, 준비하고, 준비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11시를 넘겼다. (참 신기하게도. 분명 아침부터 부지런히 준비했는데, 늘 나서고 보면 점심시간이다. 윽)  

결국 고민 끝에, 미술관에 가기 전 밥을 먼저 먹기로 하고 근처의 식당을 검색하다 보니 초록빛이 가득한 카페 겸 레스토랑이 눈에 들어왔다. 4-5년 전 즈음, 식물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함께 협업을 검토해 보기도 했던 곳이고,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오니 백화점에 카페로도 입점해 있던 것을 보았기에 멋진 감각이 가득한 곳이라는 것은 굳이 다시 확인 해 뷰디 않아도 너무 당연한 사실.

그래서, 아직 봄이 오기 전의 늦겨울.

온실도 있다는 그곳으로 가자고 남편과 아이를 채근했다.


바람은 찼지만, 햇살은 따스했고.

약간 한갓진 외길을 지나니 마치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지?'라는 듯 온실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 옆에 자리한 작은 식당에서는 화덕 안의 피자가 노릇하게 구워지고 있는 중.  

아직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기 직전이었고, 오랜만에 일상을 벗어난 듯한 기분에 둘러싸여 피자와 파스타를 먹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식당의 윗 층에는 편집 매장이, 바로 옆에는 온실이 있어... 이제 배가 부르다는 아이의 손을 잡고 계단을 올라갔다.


한 층을 올라서니, 화분과 액자, 각종 소품들이 즐비했고. 오랜만에 예쁘고 가지고 싶은 물건들이 늘어서있는 것을 보며 짜릿해하고 있던 찰나.


"엄마. 여기 위에는 아이는 안된대."


무슨 소리인가 싶어 아이가 가르치는 곳을 보니. 한 층 위의 공간으로 이어지는 계단에는 '이곳은 유아나 어린이는 입장이 불가합니다.'라는 고지물이 선명하게 계단에 붙어 있었다.

깨지기 쉬운 물건이라도 잔뜩 있는 곳인가 싶어 위를 살짝 올라가 보니, 일반적인 카페와 크게 다르지 않은 공간이었다.


그렇게 이미 잠재적으로 "소란분자"로 취급된 아이는, 잠시 후 온실 앞에서 또 다른 표지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내용인즉.

아이를 동반한 손님으로 인해 다른 손님들이 '고통'을 받아 왔다는 것.

그러니 아이를 동반한 사람들은 각별히 주의를 해달라는 내용과 함께, 해서는 안 되는 활동들의 내용이 이어졌다. 정원 훼손 금지, 킥보드 반입 금지 등등. 그 내용들은 당연히 '온실'이라는 공간에서는 해서는 안 되는 행동들이었지만 그와 같은 행동을 할 수도 있는 사람을 콕 집어 '아이동반 손님'이라 명시한 그 표지를 보며 마음이 시렸다.


대략의 내용은 이해를 한 아이는 온실 안에서 조화처럼 조용했다.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아이를 동반하고 온 다른 가족들은 아이의 손에 '핸드폰'을 쥐어주며, 조용히 하라며 너나 할 것 없이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꽃을 그리며 앉아서 노는 아이, 그리고 그 곁에서 책을 읽고 있던 우리 귀에 내리 꽂히는 것은. 아이가 아닌 다 큰 어른들의 목청 높인 이야기소리였다. 풀잎 너머의 우리가 듣거나 말거나, 큰 소리로 깔깔거리며 웃는 어른들의 목소리. 그 목소리는 괜찮았던 것일까. 그 소리는 고통스럽지 않은 것일까.




이탈리에서 한국의 여름을 찾아온 멋진 친구를 만나 맥주를 한 잔 하기로 했다. 어디서 만나는 것이 좋을까 고민하다가, 최근의 핫플이라는 '성수동'에서 만나기로 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저녁을 기다렸다.  너무 덥지 않은 늦은 여름의 공기도 좋았고, 어둑해져서 좋지 않은 시력에 더 뿌옇게 번져 보이는 가로등 불빛의 노란색도 좋았다. 무엇보다, 비슷한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하던... 그러나 먼 대륙에 있기에 만나기 어렵던 친구를 마주하게 되어 더 좋았던 저녁이었다.


둘 다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왔고, 둘 다 '힙'해진 성수동이 처음이었기에... 티 내고 싶지 않았지만 식당 입구를 찾는 것부터 헤매기 시작해서 자리에 앉고 나서도 주변의 사람들을 미어캣처럼 둘러보며 어설픈 성수동 방문자임을 인증했다. 그동안의 안부와, 수시로 울리던 카톡으로도 나누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하며 어둑어둑하던 저녁이 완연히 검은 밤으로 변화했을 즈음이었을까. 이리저리 갈래갈래 깊어가던 대화 속 주제는, 오랜만에 돌아온 한국과 서울로 넘어갔다.


"근데, 주변에.... 애들이 안 보이지 않아요?"

"그렇네요..? 진짜 아이들이 하나도 없다. 그러고 보니 가족들끼리 온 사람들도 없네요??"

"요즘, 볼일 보느라 지하철을 자주 타는데, 지하철 안에도 아이들이 잘 안 보여요."

"아, 저도요. 애들을 볼 수가 없네요. 통...."


문득, 잔을 놓고 돌아보니 정말 우리 주변에는 익히 인지한 젊은이들만 있을 뿐, 가족 단위의 손님들도, 아이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한국에 귀국한 뒤 아이는 격리(7세라 격리 대상) 자가격리 면제가 되어 홀로 돌아다니던 기간 중, 아이들의 존재를 본 기억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아주 어린아이도, 조금 큰 아이도...

그 어떤 아이도 본 기억이 별로 없었다.

아이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오늘 지나친 버스 정류양에는 이런 글귀가 있었다.

"유니세프 아동 친화도시 획득"

아동 친화 도시란 무엇일까.

그림 속에 웃고 있는 아이들은 모두 어디에 있는지... 계속 궁금해지는 것은 나뿐일까.




이 글을 처음 끄적인 것은. 2022년 3월이었다.

그때 저장해 둔 기사의 링크는 이랬다.

"합계 출산율 0.81명"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22/02/174590/


그런데 이 글을 발행하려는 2023년 3월.

이 합계 출산율이 어찌 되었나 검색해 보니..."0.78"이란다.

https://www.youtube.com/watch?v=kKJ2s6ko84w


내년 3월 검색해 볼 때, 우리는 어디즈음 서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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