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미술관의 다양한 아동, 가족 대상 프로그램의 면면
뉴욕의 다양한 박물관, 전시관을 돌아보면서 늘 놀라웠던 부분 중 하나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가족", 특히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이들의 연령별로 활동 방식과 인지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연령을 세분화해서 제공하는 것은 물론,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가질 수밖에 없는 갖가지 한계를 세심하게 고려한 것들을 보며... 감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많은 미술관과 박물관들이 아이 동반 가족 관람객만을 대상으로 한 패밀리 도슨트 투어 프로그램 시간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 것은 물론, 유소아 또는 저학년들을 대상으로 한 입장료는 대부분 무료인 곳도 많다. 오늘은 맨해튼 내 대표 미술/박물관인 메트로폴리탄, 휘트니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의 프로그램과 공간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Metropolitan Museum of Art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통칭 "MET(메트)")
메트로폴리탄은 그 방대한 전시물의 규모와 종류에도 놀라움을 선사하지만, 우선 그 안에 준비되어 있는 다양한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들여다보면...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예술과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전하기 위해서 얼마나 열심히 노력 중인지 한눈에 보이는 곳 중 한 곳이다. 특히 12세 미만의 아이는 입장료가 무료인 점 역시 아이를 데리고 가는 길을 재촉하는 이유 중 하나. (+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의 주민들의 경우 어느 정도 개인별로 가능한 수준의 적정 금액을 내고 입장 가능하다. 즉,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는 무상으로 열려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메트로폴리탄 내에 자리 잡고 있는 이 곳은, 18개월에서 6세까지의 아이들이 있는 가족을 위한 공간.
아이들을 위한 각종 행사가 진행되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이제 막 걷기 시작한 18개월부터 3살 정도의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주중에 정해진 일정에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Toddler storytime". 이 시간에는 그림책을 읽어주며 듣고, 노래하고, 함께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박물관과 각종 예술 작품 등을 아이들이 친근하고 정겹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무엇보다, 놀런 라이브러리의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박물관의 입장권을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들이 신나게 즐기고 갈 수 있도록 경제적인 진입 장벽을 낮춘 덕분에, 메트로폴리탄은 박물관으로의 역할뿐만 아니라 인근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이자 도서관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
방대하고 규모가 큰 박물관일수록, 그곳을 방문하는 부모들은 사실 많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지쳐서, 또는 재미없어하며 빨리 나가자고 하는 순간 어렵게 데리고 온 것은 물론... 입장료에 대한 아쉬움이 들게 되는 것도 사실. 그렇기에 집중력이 쉬이 사그라드는 아이들이 재미있어할 만한 곳을 탁탁 집어주어 효율적인 동선을 제공해 주는 "패밀리 맵"과 특정 분야에 더 관심이 많은 아이들을 위해서 테마형으로 분류되어 있는 수많은 종류의 "패밀리 가이드"는, 함께 방문하는 가족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록 도와주는 길라잡이의 역할을 훌륭히 해준다. 적어도 이 패밀리 맵과 가이드만 잘 따라도.... 요즘 그렇게 많은 곳에서 강조되는 "체험형 견학"이 가능해지니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패밀리 가이드는, 홈페이지를 확인하면 과거에 사용된 것들 포함 수십가지의 파일을 다운로드 받거나 프린트 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창 이집트나 피라미드에 관심이 많은 아이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 패션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이 관심을 갖는 전시물과 방식은 제각각일 수 밖에 없다. 그렇게 각각 다른 아이들의 관심에 따라 어떤 전시물을 같이 보면 좋을지 & 그것을 보며 함께 무슨 이야기를 해 보면 좋을지까지 짚어주는 가이드라니! 이 테마를 따라 다녀오기만 해도, 같은 박물관이지만 매 번 그 경험의 폭은 달라지지 않을까?
물론, 이런 리플릿에 그치지 않고 실제 가족들이 참여해서 해보는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준비되어 있다.
"패밀리 애프터눈"이라는 제목으로 한 달에 2회 진행되는 프로그램들은, 접근방식이 시청각을 모두 활용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어, 아이들과 가족들이 한 가지 테마에 대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느껴볼 수 있도록 제안하고 있다.
예를 들어, 11월에 진행되는 패밀리 애프터눈 이벤트의 테마인 [Knights and Armor: 기사와 갑옷]를 예로 살펴보자.
11월 10일 일요일 오후 1시~4시 중, 원하는 때 참여하는 오픈하우스 형태의 이 프로그램은 만들기, 이야기 듣기, 설명을 들으며 전시를 보기,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보는 등 다양한 접근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만들기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금속을 다루는 테크닉을 활용해 '방패 만들기' 크래스에 참여해 볼 수 있을 것이고, 기사의 이야기가 더 궁금한 아이라면 이 분야의 전문가의 설명과 함께 실제 전시되어 있는 기사들의 옷이나 무기 등을 살펴보며 박물관을 돌아볼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어린아이들이라면 500년 된 책 속의 기사에 대한 이야기를 토대로 한 '인형극'을 보거나 '스토리 타임'에서 히어로들에 대한 책을 읽어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아이의 성향이나 연령을 고려하여 참여가 가능하다.
휘트니 미술관
휘트니 미술관에서도 가족 대상 관람객을 위해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2달에 한번, 토요일 오전 9시 30분~10시 30분.
이 한 시간 동안은 유모차를 타야만 하는 18개월 미만의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와 가족들을 위한 특별 관람 시간이 제공된다. 배고파도 울고, 기저귀가 답답해도 우는 영유아들의 경우 미술관에 데리고 가는 것 자체가 주변에 민폐라는 생각에 많은 가족들이 미술관의 문턱을 넘어보기 힘든 것이 사실. 또한 사람이 붐비는 전시관에서 부피가 있는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것 역시... 마음이 불편할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한 미술관 측의 배려있는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겠다.
토/ 일에 주로 열려있는 이 곳에서는 아이들이 만들고, 그리고, 붙여보는 여러 가지 작업을 통해서 스스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재료들이 구비되어 있다.
보통 주말에는, 전체 가족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형태의 오픈 스튜디오가 운영된다면... 금요일 오후 4시-6시까지는, 10대들만을 위한 오픈 스튜디오가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 참여를 위해서 미술관을 찾는 10대들에게는 입장 티켓이 무료로 지원되는 것은 물론, 스튜디오 내에서 진행에 필요한 모든 재료는 무상으로 지원된다. 이 날은 다른 놀이 공간이 아니라 미술관으로 놀러 오는 10대 학생들을 볼 수 있다니 멋지지 않은가.
또한, family fun 프로그램 중 일부는, "자폐아"를 위한 프로그램 세션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자폐라는 증상이 가진 특성상, 아주 어린아이들과 같이 소리나 행동에 대한 통제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미술관은커녕 공공장소도 자주 가기 힘든 것도 사실. 그래서 자폐아를 대동한 가족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이들을 위해서 일반 관람객들의 관람을 조금 늦추더라도 박물관의 문을 열고 별도의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보며 얼마나 많은 가족들이 이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아침을 기다릴지..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은 마음!
또한 이와 같이 자폐를 앓고 있는 아이들이 새로운 장소를 두려워하거나, 힘들어하지 않도록...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가족들이 집에서 미리 아이들과 방문할 공간을 살펴보고 일종의 사이버 예행연습을 해볼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방문할 현장의 사진과 진행할 활동을 알려주는 자료물을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하고 있었다. (아래 이미지 참고)
The Museum of Modern Art (현대 미술관: 통칭 '모마')
패밀리 프렌드리 뮤지움의 대표주자 뉴욕 현대 미술관이 2019년 10월 22일 긴 레노베이션을 끝내고 재개관했다. 모마의 다양한 공간 중에서 아이들을 위한 에듀케이션 센터의 핵심인 Family Art Lab 패밀리 아트랩은, [
Line, Shape, Color]라는 테마로 재구성되어 더욱 많은 아이들이 찾아오고 있다. 디지털적인 요소가 추가되고, 한정된 공간 내에서 더욱 다양한 활동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업그레이 되어 박물관 개관과 동시에 가장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이 가장 많이 찾아오는 곳으로 자리 잡았다.
원래 미술관 입장과 별도로, 이 공간은 입장료 없이 방문이 가능하며 원하는 시간만큼 얼마든지 놀다 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장점!
이번에 새로 레노베이션된 모마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새로운 공간으로 10세 이상 누구나 자유로이 방문하여 그리기, 만들기, 직조하기 등 다양한 창조활동에 참여해볼 수 있다. 10세로 연령을 정한 이유는, 진행하는 작업의 수준이 작은 아이들이 참여하기 어렵기 때문이지, No kids zone은 아니니 오해 마시길! 아이들도 함께 보호자와 함께 방문하여 다양한 만들기에 참여해볼 수 있다.
MOMA는 미술관의 규모 대비 매우 많은 패밀리 대상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다.
정말 간단히 나열해 보아도... 아래와 같다.
Tours for Fours : 만 4세 정도의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들이 모두 함께 작품을 보면서 신체를 움직여 보기도 하고 그림을 그려보기도 하는 클래스
A Closer Look for Kids : 5-10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으로, 작품을 가까이에서 살펴보며 함께 토론해보는 형태
Tours for Tweens : 11-14세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으로 한 가지 작품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누어 보며 토론하는 프로그램
Family Art Workshops : 모마의 전시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자신만의 특별한 작품을 만들어 보는 기회
Create Ability : 발달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하여 진행되며 직접 작품을 돌아보고, 각자 작품을 만들어 보기도 하는 수업 형태. 지정된 일자에, 장애아동들 연령별로 그룹을 나누어 진행한다.
Art Talks : 7세-14세의 아동들이 참여 가능한 프로그램으로 직접 아티스트들과 함께 이야기해볼 수 있는 기회. 어떤 부분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어떤 소재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등 작품 이면의 여러 가지를 물어볼 수 있는 기회!
Family Films : 가족들이 함께 볼만한 짧은 영상을 하나 보고 토론하고, 만들어 보기도 하는 프로그램.
위에 언급한 대표적인 3곳의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들만 하나씩 참여하기에도 1년이 부족할 지경이라 언제 나머지 장소들은 다 가볼 수 있을까 궁금하다. 부디 아이와 뉴욕을 방문하실 예정인 가족이라면, 이 주옥같은 프로그램들을 꼭~~ 활용해 보시길 바라며!
참고 사이트
[메트로폴리탄 패밀리 애프터눈 프로그램]
https://www.metmuseum.org/events/programs/families/family-afternoons
[메트로폴리탄 패밀리 가이드]
https://www.metmuseum.org/learn/kids-and-families/family-guides
[메트로폴리탄 놀런 라이브러리 스토리타임 시간표]
https://www.metmuseum.org/events/programs/met-tours/storytime-in-nolen-library[
[휘트니 미술관 유모차 투어 시간표]
https://whitney.org/education/families-stroller-tours
[휘트니 미술관 오픈 스튜디오 : 10대들을 위한 프로그램]
https://whitney.org/events/open-studio-for-teens-fall-2019
[현대미술관 패밀리 프로그램
https://www.moma.org/visit/famil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