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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May 06. 2023

예고 없이 찾아오는 공황




자다가 갑자기 찾아온 공황에 어쩔 줄 모르고 깼다. 깨서도 뭘 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하고 있다가, 얼른 불안을 잠재우는 약을 찾아 먹는다. 불안이 잠재워지지 않았다. 세상에, 자다가 공황이 오다니. 이럴 수도 있구나.


갑자기 숨이 막힐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땀은 뻘뻘 나고, 아무런 꿈도 꾸지 않았는데 엄청 안 좋은 꿈을 꾼 사람처럼 일어나서도 헉헉거렸다. 나는, 내가 정말로 죽는 줄 알았다.


하긴 예고하고 찾아오는 병이 어딨겠느냐만.. 자다가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나는 급격히 우울해졌다.

어쩔 줄 몰라서, 당황스러워서, 게다가 황당해서 우울했다. 아니 무슨 자다가 오냔 말이야. 안 그래도 깊게 잠도 못 자는데 말이다. 그런데 더 성질나는 점은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이 오질 않는다는 것이다. 꼭 불면증 걸린 사람 마냥 며칠이고 몽롱한 상태로 지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약을 먹어야 잠을 잘 수 있는데, 오늘 새벽은 유난히 뭔가 안 맞았는지 잠도 깊게 못 잔 것 같다. 땀만 뻘뻘 흘리며 깼다. 

아니면 맥주를 마셔서 그런 걸까. 아, 그 영향도 왠지 있을 것 같다. 술을 마셔서 제대로 잠을 못 잔 탓도 있으리라. 맥주 한 캔이 꽤 많은 영향을 미친 걸지도 모른다. 아무렴, 뭐든 영향이 되지 않았을까.



가끔 유튜브를 보면 정신의학과에서 우울증은 나아질 수 있다고 얘기하곤 하는데, 나는 그 의견에 반은 동의하고, 반은 동의하지 않는다. 전보다는 분명히 나아진다. 약을 먹을 때와 안 먹고 버틸 때는 그 차이는 어마무시하다. 그런데 완전히 나아지는 건 정말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 완전히 나아지는 병 같은 건 없다. 꼭 아토피 같아서 관리 안 하면 재발을 하는 병이 틀림없다. 나는 이 병이 완치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다만, 자기 자신을 얼마나 돌보느냐, 환경이 뒷받침되어 주느냐에 따라 빈도는 분명히 차이가 날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일 뿐이다. 어쩌면 내가 틀릴지도 모르지만, 내가 겪고 있는 이 우울감과 불안감, 그리고 공황은 어쩌면 평생을 안고 가야 할지도 모르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나는 그것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냥 나의 삶에 걸친 한 부분일 뿐이다. 이렇다고 해서 내가 밥도 못 먹고 내내 울고 있는 것도 아니며, 하루종일 초조해하지도 않는다. 그냥, 그런 날도 있을 뿐이다. 유난히 버티기 어려운 날들. 꽤 오늘 하루는 힘겨운 날들.. 정도?




어쨌든 예고 없이 찾아오는 불안감은 꼭 그림자와 같아서 나와 한 몸이 된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그럴 땐 남편도 아니고, 자식도 아니다. 얼른 선생님이 처방해 주신 약을 먹어야 한다. 약만이 나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 슬프지만 현실이다. 불안의 농도가 옅어질수록 초조함도 점점 안정을 찾아간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처음엔 힘들었지만, 적응하고 나니 또 그러려니 한다. 불안은, 갑자기 그냥 찾아오고, 그러면 당황하지 말고 약을 먹어야 한다. 당황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 그냥 이도 저도 못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약을 넉넉히 받아 놓고 그럴 때를 위해 챙겨둔 약을 먹어야 한다. 마치 놀이기구를 타면 안전바를 꼭 메듯이, 그렇게 안전바를 약으로 미리 먹어두는 것이다. 




덕분에 새벽같이 일어나게 되었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글이나 쓰자 싶어서 컴퓨터를 켰다.

이 모든 상황이 무사히 지나가기를. 

나는, 조금 기도하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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