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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May 28. 2023

엄마가 갈비를 사줬다.

정확히 28일에 오라는 아빠의 말에 오후부터 나갈 채비를 했다. 갈까 말까 망설였지만, 기왕 가기로 했으니 비를 뚫고 가야겠단 생각을 하는데 모두들 같이 가겠다고 하는 바람에 네 식구가 모두 친정으로 출발했다.

오전부터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40분이 되는 거리를 차를 타고 가면서 나는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우리는 도착해서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 먹었다. 저녁은 나가서 해결하자는 말에 알겠다고 했다.

사실 난 외식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왜냐하면 귀찮기 때문이다. 아이 둘을 데리고 나가서 먹을 만한 곳을 찾는 에너지를 소모하는 게 싫다. 외식이 하고 싶으면 시켜 먹는다. 나는 늘, 그런 식으로 살아왔다.


돼지갈비를 먹자는 말에 알겠다고 했다. 엄마도 비 오는 날인지 밥을 차리기 싫었던 것 같다. 그 마음 백 프로 이해가 간다. 원래 밥 한 끼 먹으려면 누군가는 분주히 움직여야 하니 말이다. 우리가 전에 갔던 그 갈빗집이 너무 맛있었다고 몇 번을 감탄해서 그런지 또 가자고 하는 엄마 아빠의 말에 우리는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갈빗집에 가서 갈비를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재미없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정말로 이게 다다. 엄마 아빠와 별것 아닌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사위인 나의 남편은 오랜만에 친정집에서 꿀잠을 자고, 큰애는 가져간 게임기로 게임을 했으며 작은아이는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그리고 난 오래도록 엄마 아빠의 사이에 앉아있었다. 남의 집 분양가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엄마의 직장이야기를 들었고, 피부가 왜 그러냐는 잔소리를 들었다. 나는 그런 이야기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들으면서 동생이 보고 싶었다. 나의 예쁜 조카를 낳아준 고생한 내 동생이 그리워서 메시지를 남겼다. 조카의 사진을 보내라고 신신당부하며.



나의 가족과 함께 원가족이 같이 있는 일은, 흔한 일이었지만 늘 생경하다. 나의 아들이 나를 엄마라고 부르면서 물어보는 것처럼, 나도 똑같이 엄마를 부르며 물어본다. 잘은 모르지만 그 감정은 애틋하면서도 묘하다. 그게 사랑인지 익숙함인지는 여전히 아리송하다. 나의 엄마를 부르며 나에게 엄마라고 부르는 나의 아들을 바라보는 건.. 언제나처럼 적응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다 같이 고기를 맛있게 먹고, 쿨하게 헤어졌다. 엄마가 내일 출근한다고만 안 했어도 자고 오려고 했는데, 출근해야 한다고 해서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은 막히지 않았지만 내내 길게 느껴졌다. 지루할 만큼.

사람은 정말 이상하다. 그토록 미워했던 엄마 아빠의 품을 떠났는데, 돌아보니 부모의 시간이 보인다. 그게 왜 그렇게 사람을 이상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우리 엄마 아빠도 날 그렇게 생각할까. 어쩌면 영영 모를지도 모른다. 부모 마음이란, 자식이 영원히 풀 수 없는 문제일지도 모른다. 엄마 아빠도 나의 시간이 보일까. 무슨 감정을 하고 있을까. 아마도 나는 끝끝내 물어보지는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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