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도 결이 있다면.

by 김태연

흔히들 말하는 관계라는 것을 맺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노력해야 한다고 한다. 그 사람의 감정과 기분을 살펴야 하고 나와 맞는지, 혹은 나와 비슷한 지도 유심히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내성적인 사람은 자기 마음에 들면 말없이 상대방이 먼저 다가와 주길 원할 것이고, 외향적인 사람은 먼저 스스럼없이 어제 만난 친구마냥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관계라는 것이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니지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되는데 이것을 맺지 않으면 우리는 그걸 소통의 오류라고 한다. 나는 한참을 생각해봤다. 관계에도 결이 있다면 이토록 어렵고 힘들까. 하고 말이다,


결이라는 건 바탕으로 보이는 상태라고 초등 국어사전에 나와있다(우리 집에는 국어사전은 초등 새국어사전뿐이다) 바탕으로 보이는 상태라는 뜻을 난 좀체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결을 어떻게 밖으로 드러낼 수가 있는 걸까? 그럼 내향적인 사람들은? 외향적인 사람들은 무조건 밖으로 드러낸다고 자신할 수 있나? 다들 결이 맞아야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데, 그럼 맞지 않으면 그 관계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는 소린가? 의문이 물고, 물어졌다.


나는 관계의 결 같은 건 잘 모르지만 무조건 안 맞아도 사람은 얽히게 되어있다고 생각한다. 결이 맞지 않아도 사람은 얽히고, 결이 맞는다 해도 얽히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상대방의 본심을 백 퍼센트 다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리고 웃음이 났다. 서른 중반, 이제 마흔을 달려가는 나라는 여자가 감자칩을 먹다가 관계의 결에 대해 이토록 심오하게 생각하고 있다니.


멈췄던 손을 다시 분주히 놀리며 나는 짭조름한 갑자칩을 아그작 아그작 씹어먹는다. 결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그리고 드러낸다면 아마 내 곁엔 아무도 없을지도 몰라. 나는 나라는 결을 잘 감추고 있기에 사회생활을 겨우 근근이 하고 있는 걸 지도. 우리 모두가 그렇듯 상대방에게 진심이라 하더라도 백 프로를 보여주진 않을 거야. 그러기엔 시간은 너무 짧고 마음이란 건 생각보다 연약해서 쉽게 다치고 싶지 않은 법이니까.


남은 과자를 털어내며 이상한 생각도 같이 털어버린다. 오늘 저녁은 뭘 해야 하지?라고 새로운 생각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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