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칩쿠키와 초코스콘

by 김태연

내가 좋아하는 빵은 아니지만, 우리 아들들이 좋아한다. 나는 종종 생각해본다. 어릴때 초콜렛으로 만든 제품들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이 어린나이에? 나이든 나도 당떨어지면 초콜렛부터 생각나는데 말이다.

물론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것이다. 내가 모르는 누군가는 분명 싫어할지도. 초콜렛이라면 질색할지도.

다만 우리 아들들은 아직 어려서 초코라고 하면 무조건 오케이다.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가 날이 좋길래 아침부터 나가서 빵좀 사오자고 했더니 군말없이 다들 따라나온다. 아마도 아빠가 없으니 보호자인 내가 왕인셈이다. 내가 가자고 하면 따라나오다니! 나는 사실이런걸 좋아했던가!

큰아들은 어딘가를 가자고 해도 안나가는 집돌이파인데 오늘 말없이 따라나온걸 보면 어제 게임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한 효과가 있긴 했나보다. 어쨌든 다같이 근처 빵집에 가서 초코칩 스콘과 초코쿠키와 마들렌을 사왔다. 내일은 휴무기 때문에 오늘 미리 사둬야 먹고 싶을때 먹을수 있다. 공휴일과 일요일에 쉬는 이 빵집은 요즘 새로 나온 소금빵으로 핫하다. 나는 핫한 소금빵을 뒤로 하고 익숙한 마들렌을 골랐다(3개가 같이 포장되어 있는데 2개를 벌써 둘째아들이 먹어버렸다. 과연 나는 한개를 먹을수 있을것인가!) 예전에는 뭔가 새로 나왔다. 그게 유명하더라 하면 한번씩은 보고 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요즘엔 새로운게 낯설고 익숙한것만 찾게 된다. 으아. 이러면 나이드는거라는데 벌써 부터 이러면 어떻게 되는것인가? 나는 아직 새로운것과 늘 마주하고 싶은데 입맛이, 몸이 벌써부터 새로운걸 거부하기 시작했다. 꼭 마치 우리 엄마처럼.



엄마도 늘 먹는것만 먹고, 새로운건 시도하지 않으려 하는데 나는 그런 엄마가 전혀 이상하다 생각하지 않았다. 그걸 이상하다 느꼈을때가 바로 결혼 후 아이를 낳았을때였다. 내가 이토록 입맛의 폭이 좁은 여자였다니. 남편을 만나면서 처음 알았다. 순대국도 못먹고, 곱창도 못먹고, 막창도 안먹어보고, 심지어시도도 안해본다. 콩나물 국밥도 남편을 만나고 처음 먹어봤다. 해물도 별로 안좋아하고, 생선도 크게 좋아하지 않는다. 햄도 그렇고 고기도 그렇고, 그렇다면 난 뭘 좋아하는가? 곰곰이 생각해보면 엄마입맛이 그대로 담겨져 있는거다. 엄마는 해물도 별로 안좋아하고, 고기도 잘 먹지 않았다. 당연히 햄을 사는 일은 김밥 쌀때 외엔 없었고, 심지어 만두도! 냉동만두도 잘 안먹는 엄마의 입맛을 꼭 닮았었다. 지금은 아들을 키우는 덕분인지 남편의 입맛에 새로이 눈을 뜨게 된건지 냉동만두도 곧 잘 먹고, 해물도 가끔 먹는다. 햄은 반찬에 없으면 가끔 섭섭할때도 있다. 계란 후라이만큼이나 쟁여두는 햄들도 아들들과 남편이 잘 먹는 음식이다.


이렇게 보면 꼭 가공식품만 먹는것 같지만, 나는 요즘 꽤 성실히 음식을 하는 중이다. 가지도 한번 사보고, 양배추도 귀찮지만 사서 케찹마요소스에 뿌려먹는다. 종종 생선도 사고, 고기도 재본다. 물론 그 옆엔 늘 요리 잘하는 블로거와 함께 하거나, 혹은 요리책을 펴놓고 한번보고 한술 뜨고 또 한번보고 한술 뜨고 하는 어설픈 요리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나름 성실하다. 성실하다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

그런 성실함에 비례로 큰아들은 다 먹어주지만 둘째아들은 내 입맛을 꼭 닮아서 자기 좋아하는 반찬이 없으면 잘 안먹는다. 처음엔 애가 탔지만, 이젠 그러려니 한다. 나도 그랬으니 그 유전자 어딜 가겠나 싶은거다.



꽤 만족스러운 빵집 쇼핑을 마치고 나오면서 근처 편의점에 들러 밀봉된 아이스커피를 샀다. 그런날이 있다. 꼭 내리지 않아도 이렇게 간편하게 그리고 쉽게 먹고싶은 커피들. 얼음은 집에 있으니 커피만 두개 사와서 나왔다. 아들들도 저들이 먹고싶은걸 샀으니, 나 또한 먹고싶은걸 골라온 꽤 좋은 쇼핑이었다고 생각한다.

초코칩 스콘과 초코쿠키 그 사이에 내 커피도 껴주니 우리 셋 모두 서로에게 충분한 소비였다.

해가 더 높이 떠서 더워지고 있는 시점에 얼른 들어왔다. 켜놓은 에어컨 앞에서 아들들은 게임을. 나는 사온 커피에 얼음을 잔뜩 넣어서 먹으니 이보다 더 좋은 행복이 없다. 자고로 여름은 이래야지 암. 서로 좋아하는걸 서로 하면서 시원한 에어컨이 틀어져 있는 거실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거지. 우리는 말이 없지만 알고있다. 내가 다시 나가자고 왕처럼 굴면 아들들은 군말없이 이 더위에도 따라나올것임을. 그러나 나는 나가지 않고 오늘은 집에서 꼼짝앉고 셋이 지지고 볶고 할 생각이다. 설령 말다툼이 생기더라도 괜찮다. 나에겐 아직 스콘과 쿠키가 있고, 불만을 표시하는 아이들에게 각각 입안에 넣어주면 불만이 좀 사그라질 것이라는것도 잘 알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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