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있는 와중에 광고에서 저런 문구가 흘러나와 내 귀를 관통하는 순간 응?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한 의문들이 슬글슬금 올라오고 있을때쯤 큰아들에게 말했다. 너 하고싶은거 하고 있어봐. 엄마 써야 할 글이 생겼어. 라고.
사실 나는 할게 많았다. 밥먹은후라 설거지도 해야 하고, 아이들에게 씻으라고 잔소리도 해야하며 잠들기전에 해놓을 (하루 할당량의 과제와 같은) 아들의 공부도 봐주어야 한다. 엄마라는 사람은 참 피곤하게도 아이들을 내버려두질 않는다. 밥먹으면 씻고와라. 씻고오면 머리 말려라. 옷은 왜 거꾸로 입었니. 너는 언제 씻을거니. 이 안닦으면 치과 데려갈거야. 별별 잔소리와 협박을 반반씩 섞어가며 저녁을 마친다. 분명히 그래야 하는데, 광고의 문구에 뒷통수를 맞은것 같이 얼얼했다. 응? 내것? 네것? 누구것?
우리가 실로 내것이라고 생각해 본적이 과연 살면서 몇개나 있을까. 내가 낳은 아들들도 내 것이 아니고, 나와 결혼한 내 남편도 내 것이 아니다. 내 마음도 내 맘같지 않을때가 수천번도 더 있는데, 내것, 즉 나의 것이라는게 존재하기는 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아들도, 내 남편도 나와는 다른 이제는 타인으로써의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그들에게 좀더 상냥해질수 있다는걸 알면서도 잘 하지 못하는 나란 엄마는 언제나 내것과 네것의 구분이 어렵고, 아이들에게 그래서 설명해줄수가 없다. 네가 하고 싶은걸 해봐. 라고 말할수 없는 이유는 내가 하고싶은게 뭔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고, 네가 할수 있는걸 해봐. 라고 말할수 없는 이유도 내가 할수있는게 뭔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늘 그렇게 애매모호하게 이것도, 저것도 아닌 흐린 경계에 늘 서있는 느낌이었다.
불분명하다. 라고 한대도 어쩔수 없다. 인간은 한가지만 할수없고 한가지의 마음만 가질수는 없는 법이니까. 또 한가지만 하고싶은것도 아니니 말이다. 원래부터 내것이었던게 있었을까. 내가 산 물건도 실은 내가 지불함으로써 가지게 된 것이지 본래 내것은 아니었고, 내 마음도 그렇다. 내 마음이 내것이 맞긴 한가? 그런데도 이렇게 어려운가? 명확하지 않아서 안개가 가득 낀 느낌이다.
요즘엔 열심히 일해도 힘들고, 집에만 있어도 힘든 사회다. 무엇이 그들을 지치게 만들었을까. 아니면 아직도 내 것을 찾고 있는 중인 어른이들이 많은걸까. 그중에 하나는 나도 꼭 포함시켜야 한다. 나 또한 제대로 뭔가 하는법. 좋아하는것. 무언가를 끝내는 법. 이런것들에는 서투르고 낯설다.
내 아이는 참 단순하다. 뭘 하고 싶냐고 물으면 게임이란다. 이렇게 명확하다니! 사실은 천재가 아닐까?! 라는 생각으로 엄마를 착각하게 만든다. 난 정말 우리 아들들이 천재가 아닐까 싶어. 어쩌면 저렇게 명확하게 좋고 싫음을 말할수 있는거지? 어른들은 좋은걸 좋다 싫은걸 싫다 딱 정의 내리지 못한다. 당연하다. 내가 좋아하는게 뭔지도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사회에서 NO는 배제당하기 딱 좋은 시각 아닌가.
그래서 그 문구는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 광고로써의 기능을 충실히 한것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나는 어른이고, 나는 뭘 좋아하는지를 모르며 뭐가 하고싶은지도 명확하지 못한 그냥 반쯤 머리가 비어있는 어른이랄까.
그래서 올바른 말을 해주어야 할땐 한번씩 생각해본다. 꼭 이렇게 해야하나? 나도 싫은데. 매일 공부하는 습관 좋지. 근데 보고있는 나도 그닥 좋지 않은데 애는 얼마나 짜증날까. 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근엄한 엄마인 나는 이거 했니 저거 했니 확실한거지 하고 따지고 확인한다.
애가 문제를 풀고 있지만 사실은 불안한 내가 문제를 풀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지문을 읽고읽지만, 사실은 답답한 내가 지문을 같이 읽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무얼위해? 우리의 행복을 위해. 행복이 어디있는데? 여기 이 지문에?
나는 내 것이 아닌 이제는 타인인 내 아이를 바라보면서 생각한다. 내가 많이 미안해. 이건 우리가 행복한 길은 아닌것 같아. 그냥 남들도 하니까 해야 하는 것 뿐이지 꼭 공부가 아니어도 되. 니가 하고 있는 모습만 봐도 엄마는 그 많은 양을 어떻게 다 해내는지 신기할따름인 네가 안쓰럽단다. 공부를 한다고 네것이 되는것도 아니고, 게임을 한다고 네 것이 될순 없겠지. 그저 하나의 행위일 뿐이니까.
사실은 엄마도 뭘 해야 할지 몰라서 아직도 방황하는 중이야. 너 몰래. 알면 놀릴게 뻔하니까.
처음부터 네 것이 없었을지도 모르고, 내 것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서로가 모든걸 가질순 없으니.
그저 내 것이라 생각하고 다루고 어루만져줘야 조금 더 내 것 같은 느낌이 들 수 있겠지. 이걸 어떻게 어린 너에게 말해줘야 할까.
다루고 어루만져주는걸 나도 해본적이 없는데, 내 아이한테 가르칠수나 있을까. 그건 모순 아닌가. 경험해보지 않은것을 가르치려 하다니..
서점에는 수많은 책들이 날 보라며 기다리고 있다. 자 여길보렴, 이걸 보면 네 자존감이 회복될거야. 나를 보면서 네가 어떤 사람인지 돌이켜보렴. 하지만 그 수많은 책들에도 내것은 없었다. 그저 그건 타인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우리는 서로가 다르기에.
네 것을 느껴봐. 광고 정말 많은걸 생각하게 하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