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는 사이에 공황이 다가오면, 숨이 막힌다. 가령 밥을 다 먹고 쉬고 있을 때라거나, 아이들이 신나게 놀고 있는걸 안방에서 듣고 있노라면 예기치 못한 공황이 찾아온다. 그건 꼭 무방비 상태로 폭우를 맞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비에 홀딱 젖어버린 나는 예상치 못한 빗물에 어쩔 줄 몰라 허둥댄다. 우산을 미처 준비 못한 나는 비를 피할 곳을 찾아 여기저기 헤매기도 한다.
나는 그 느낌을 꼭 예고 없이 찾아온 대출 이자와 원금을 한 번에 갚으라는 통지장을 받은 것만 같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 어떻게 하나. 다행히도 나는 늘 집에 있기 때문에 이럴 때면 약부터 찾는다. 공황에는 약만 한 기가 막힌 처방전이 없다. 마음을 다스리고 나를 돌보는 일 따위는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당장 내가 죽고 사느냐에 갈린 생사의 갈림길이라 이럴 때는 의사의 처방이 직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약을 먹고 나면, 이렇게 작은 약들이 엄청난 효과를 가져오는구나, 인류가 발명한 모든 것들은 정말 대단하다.라는 경외심이 든다.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걸 개발한 거지? 어떻게 이렇게 대단하게 만들 수가 있지? 옛날에도 공황이 있었겠지? 약이 없었을 땐 어떻게 견딘 걸까? 나는 삼천포로 빠지는 머릿속을 그저 가만히 내버려 둔다. 막으면 막을수록 공황이란 건 제멋대로 날뛰기 때문에 그럴 때는 이상한 생각을 좀.. 해도 된다.
가장 큰 어려움은, 아이들이 웃고 떠들 때 공황이 찾아오는 경우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것이라고 하지만 대체 왜? 이토록 행복할때에 왜 난 불안한 거지? 아니면 불안하기 때문에 이 상황을 행복이라 생각하는 것인가? 어느 것이 맞다고 말할 순 없지만 전자든 후자든 그럴 때마다 괴롭다. 상황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내가 서글프고, 안타깝다. 나는 나 자신이 아무리 괴로워도 불쌍하다 여기는 존재는 아니지만, 아이들이 있을 때만큼은 내가 너무도 연약한 존재인 것만 같다. 꼭 불행을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불안해하는 내 모습에 사적인 감정을 가득 넣는다. 나는 아이들을 지켜야 하는 사람인데, 나 자신도 제대로 못 지키고 있으니 그런 내가 안타깝다. 스스로를 아끼고 싶은 마음이 마구 솟아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약을 입안에 털어 넣으며 생각한다. 안타깝고 자시고 간에 살고 보자.
나는 나와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절대 견디지 말 것. 왜 나만 이러지?라고 자책하지 말 것. 그 순간이 찾아오면 약을 얼른 목구멍으로 털어 넣을 것. 그리고 울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