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조롭게 사는 방법.

by 김태연



나는 요즘 단조롭게 사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내 인생을 내가 너무 함부로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돈을 함부로 쓰고 있으면, 당시에는 기분이 풀어지는 것 같아도 결국엔 돌고 돌아 똑같은(그야말로 별로 좋지 않은, 속된 말로는 거지 같은?)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돈을 쓰고, 그럼 카드값이 나오고, 내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의 돈이 청구될 때마다 또 스트레스를 받고, 남은 한도를 펑펑 써댄다. 나는 주로 사는 것은 옷뿐이었다.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건 옷밖엔 없었기에.

나와 달리 우리 남편은 그런 나를 보며 스트레스받아했지만 말을 하면 더 심하게 돈을 써댈 것임을 알기 때문에 주로 말을 아끼는 편이었다. 나는 우리 남편이 괜찮은 줄 알았다. 응, 그 정도는 괜찮아. 하는 줄 알았다.


당시 육아에 지쳐있었고, 육아용품도 들이기 싫었다. 육아용품은 며칠 못 간다는 걸 뻔히 알기 때문에, 그래서 나를 위해 썼다. 맛있는 커피. 비싼 디저트. 입지도 않을 예쁜 옷들. 여자의 스트레스는 무서울 정도로 돈을 쓴다. 물론 나 같은 여자들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다른 여자들 중에 포함되지 않았다. 나는 마구 돈을 썼다.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이 하루아침에 터졌을 때, 나는 초조해졌다. 어쩌지, 어떻게 해야 하지, 돈을 어디서 마련하지. 육아 스트레스라는 명목으로 돈을 써댔는데, 되려 다시 돈줄의 압박이 가해진 거다. 나는 복잡하고, 정말 대책 없이 살고 있었다. 한 달에 대출이자만 해도 얼만지 알면서도 돈을 썼다는 건, 그 생활이 아무렇지도 않을 만큼 젖어있었다는 상태를 증명하듯이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렇게 살면 망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망해서 길거리에 나앉을 순 없기에 나는, 단조롭게 살기로 결심했다. 입지 않는 옷들을 버리고, 안 읽는 육아 서적들을 팔았다. 사실 육아 서적은 내가 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자기만족일 뿐이었다. 도움이 되었다면 나는 이런 갈대 같은 엄마로 되어있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다만 확실히 알겠는 건 그 어떤 육아서적보다도 정확한 건 육감이었다. 아이가 어떤 성향인지, 나는 어떻게 키울 것인지. 하는 명확한 가치관이 필요했다. 나는 갈대같이 흔들렸다. 이방식으로도, 저방식으로도 책에서 나온 대로 해봤지만 생각보다 그건 꽤 인내심을 요구하는 것들 뿐이었다. 엄마는 화내면 안 돼? 왜? 엄마도 화낼 수 있어.. 사람이잖아. 나는 그 생각이 들자마자 육아서적을 팔아버렸다. 안 팔리면 기증이라도 할 참이었다.


단조롭게 살기 위해선 갖고 있는 짐들을 버리고, 정돈해야 했다. 그리고 취미생활을 단 한 가지라도 가져야 했다. 돈을 적게 쓰기 위해선 그렇게 사 먹었던 디저트도 줄여야 했다. 정말로, 재미없는 생활이다.

제로 웨이스트는 어림도 없다. 미니멀 라이프? 그냥 허울 좋은 말일지도 모른다. 최대한 단조롭게 살고 싶었다. 육아든, 살림이든, 그 어떤 감정이든 간에.

그래서 나는 지금 정말로 재미없는 삶을 살고 있다. 행복은 잠깐이고, 욕구를 참아내는 건 죽을 만큼 힘들다. 나는 정리 정돈을 하고 있고, 청소를 매일 하며, 밥도 매일 한다. 이 얼마나 재미없는 쳇바퀴 같은 삶인지!

물론, 물론 살림을 잘하는 주부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근데 살림에 영 취미를 못 붙이는 나 같은 여자들은 이 모든 일들이 고역이다. 꾸역꾸역 하면서도 참아내는 것이다. 요즘은 인내심 테스트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단조롭게 살기 위해서 생활이 단조로우려면 정리 정돈이 되어 있어야 한다. 디저트 생각이 안 나려면 매 끼니를 챙겨 먹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물욕이 사라져야 한다. 요요가 오듯 폭발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요즘 꽤 열심히 노력해보는 중이다. 청소가 즐겁진 않지만 더러운 곳에서 살긴 싫어서 청소기를 밀고, 디저트가 먹고 싶지만 살은 빼고 싶어서 밥을 챙겨 먹는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옷은.. 옷은 입고 나갈 일이 없다. 아토피성 피부염을 달고 사는 내 피부를 위한 옷은 매우 제한적이고, 여름은 특히 쥐약이라 나가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글쓰기에 조금 취미를 붙였다. 요즘은 글을 어떻게 써야 하나 글감이 될만한 소재를 찾는 중이다.


꽤 노력하고 있는걸 남편도 아는지 요즘은 좀 열심히 한다며 지나가는 말로 말해주었다. 그 말은 썩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무언가를 열심히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나라는 여자인걸 누구보다도 내가 제일 잘 안다. 나는 끈기가 없고, 노력보다 포기가 빠른 여자임을 알고 있다.


나는, 내 삶을 극적으로 변화시킬 생각은 없다. 다만 이건 알겠다. 더러운 곳이 체질이라고 생각했던 나도 깨끗한 걸 생각보다 좋아하고, 은근히 글쓰기에도 요즘은 진심이며, 인스턴트라고 해도 끼니를 챙겨 먹는 행위 자체는 크게 나쁜 건 아니라는 걸.


그리고 나는 이젠 무엇보다, 나 자신을 그만 괴롭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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