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열대야인 건가.

by 김태연



잠을 제대로 이루질 못했다. 너무 더워서 새벽 4시 반에 일어났다. 시계를 보곤 놀랬는데, 그 사이에 둘째가 졸린 눈을 비비고 나왔다. 둘째도 너무 더워서 깬 듯했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둘째 아이는 우유를, 나는 얼음을 꺼내 아이스커피를 만들어 마셨다. 도저히 이 더위로는 뜨거운 커피를 마실수가 없었다. 얼음이라도 씹어야 더위가 가실 것 같았다. 벌써 열대야인가. 아직 오려면 남지 않았나. 나는 생각해보며 커피를 마신다.

뒤돌아보니 울타리 안에 난장판이 된 강아지의 집을 살펴보았다. 소변을 본 흔적이 길게 길게 뻗어 강아지 방석에까지 닿아있었다. 아침부터 이게 웬 난리람. 나는 녀셕을 들어 안고 얼른 흔적을 닦아낸다. 방석을 세탁기 안에 집에 넣었고, 얼결에 강아지 목욕까지 시켰다. 새벽 5시가 채 되지 않았다. 이럴려고 눈이 뜨인 건가.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얼음이 시원했다.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느낌이었다.


강아지를 키우는 건 사람 한 명을 키우는 것과 동일하다. 일정한 산책. 정해진 시간에 급여해야 하는 식사. 주기적인 병원 방문. 나는 그 모든 걸 알고 있음에도 강아지를 데려왔다. 순전히 충동적이었고, 그리움이었다. 전에 입양 보낸 강아지가 그리워 비슷하게 생긴. 그것도 종이 같은 강아지로 데려왔다. 나는 가끔 이 강아지에게서 전에 키우던 강아지를 보곤 한다. 사람은, 왜 무언가를 잊지 못하고 살까. 아마도 잊는다는 건, 잊혀진다는 슬픔에 견딜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해본다. 내가 무언가를 잊으면 상대가 나를 잊을까 봐. 그럼 너무 슬퍼지기 때문이다.



타지에서 키우던 강아지는 타지에 있는 사람에게 입양 보냈다. 나는 나름대로 신중했다. 다른 강아지가 있어서도 안되었고, 나이 든 부부였으면 했다. 딱 그 조건에 맞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입양을 보내고 얼마나 후회했던가. 나는 종종 울었다. 키울 수 없었던 현실에 남편을 붙잡고 울 때마다 남편은 나를 다독였다. 내가 못해준 것만 생각났다. 잘해줬던 건 생각이 나질 않았다. 애초에 내가 잘해주긴 했었나. 그 당시의 나는 첫아이를 키우는 거에 지쳐 산책도 잘 못해줬던 기억이 난다. 입양 간 곳에서는 매일 산책을 하고, 사랑을 듬뿍 받는다. 종종 입양 보낸 사람의 sns 프로필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강아지는 곧 잘 크는 듯하다. 우리 집에서 기르지 못했던 털도 잔뜩 기른 모습이, 마냥 귀엽고 그립다.


나는 그 이별의 상실을 망각하고 다시 강아지를 들였다. 절차는 복잡했고, 우리는 돈을 지불했지만 쉽지 않았다. 원하는 종의 강아지가 명확했다. 그런 나를 보며 남편은 전에 키웠던 강아지가 아니야. 꼭 그렇게 똑같이 해야겠어?라고 했지만, 나는 똑같진 않더라도 비슷해야 했다. 그래야 내 그리움이 조금은 달래 질 것만 같았다.



종은 같아도 성격은 너무 다른 지금의 강아지를 보며, 강아지마다 성격이 다르구나. 라는걸 실감한다. 나는 강아지를 잘은 모르지만, 그건 알 것 같다. 사랑 많이 받은 강아지는 티가 난다는 것을. 전에 키우던 강아지를 보며 깨달았다. 사랑 많이 받고 있구나. 다행이다. 정말 좋은 사람들에게 갔구나.

그리고 나는 많이 주지 못했던 그 사랑을 지금의 나의 강아지에게 주고 싶다. 나한테 와줘서 고마워. 우리 이렇게 된 것도 인연인데 기왕이면 같이 살 거 잘 살아보자.



열대야 같은 새벽에, 나는 강아지 목욕을 시키며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다행이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행동에 짜증이 나진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물론 더위에 깬 건 좀 성질나는 일이지만,

덕분에 글도 쓰고 있고, 결국엔 우리 가족 모두 5시에 기상하게 되었다. 하루의 시작이. 참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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