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일탈 그 어느 중간지점.

by 김태연



일상은 날마다 반복되는 일이다. 내가 매일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고, 커피를 마시고, 밥을 차리고, 강아지에게 인사하고 습한 기운이 싫어 에어컨을 튼다. 나는 매일 빨래를 하며, 밥 먹자마자 설거지를 한다. 빨래건조기가 다 됐다는 알람이 울리면 가져와서 접는다. 손목이 나갈 것같이 무거운 청소기를 들고 다니며 청소를 한다. 그리곤 컴퓨터 앞에 앉는다. 뭘 써야 하지?라고 생각하며.


일탈은 - 정하여진 영역 또는 본디의 목적이나 길, 사상, 규범, 조직 따위로부터 빠져 벗어남.이라고 사전에 나와있다. 가령 저렇게 정해진 일상 속에서 갑자기 청소를 안 한다거나, 늘어지듯 쉰다거나, 빨래는 3일 동안 접지 않는다거나, 설거지를 미루고 미루다가 날벌레가 꼬여야 몸을 일으키는.. 흔히 정상적일 수 있지만, 상태가 불규칙한. 내 일정에서 벗어나고 있는 행동이랄까.


나는 주로 일상보다는 일탈을 즐기는 쪽이 더 적합하다고 볼 수 있겠다. 지금의 글쓰기도 일탈과 일상의 중간 지점을 이용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일탈에 가깝다고 생각이 된다. 사생활을 그것도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글을 쓰고 있다니! 다행인 건 지인에게는 알려주지 않는다. 남편은 언제 볼 수 있느냐며 물어보았지만, 나는 숨길수 있을 만큼 끝까지 나에 대한 이 글들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부끄럽다기 보단, 나는 이런 사람이야. 네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은 사실 어쩌면 포장되어있는 사람일지도 몰라.라고 알려주는 건 꽤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나는 용기 같은 건 애초에 접어두었다. 나의 용감함은 나를 모르는 타인에게 드러내 보일 생각이다. 왜냐하면 나는 소심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 그렇게 안 보였는데 의외더라? 하는 구석은 냉정하게도 좋은 면만 보여줄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서른 중반을 살아오면서 느낀 부분이었다. 부정적인 그 어떤 면들이 비춰졌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나라는 사람은 그렇게 알려지고 싶지 않다. 나는 생각보다 약한 사람이니까.



일상과 일탈을 적절히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사람은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한 여자일 뿐이다.

그 여자는 아이 둘을 학교와 유치원에 보내고, 착실히 남편의 아침밥도 차려주었다. 요즘 웬일로 아침밥을 차려주느냐며 묻는 남편에게 멋쩍게 웃어주었다. 자 이거 먹고 다들 나가렴. 너희는 너희의 할 일을 해. 나도 마침 할 일이 생겼거든.이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차리고, 치우고, 안녕- 잘 다녀와 라는 다정한 인사를 건넬 뿐이다.


브런치에서 작가로서 환영합니다.라는 답신을 받았을 때 나는 왜?라고 먼저 생각했다. 왜냐하면 정말 다른 사람이 쓰는 것처럼 300자를 꾹꾹 채워 내가 왜 글을 써야 하는지 이유를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형편없는 자기소개나 다름이 없었다. 10글자도 채 안 되는 나의 자기소개서는 아마 브런치 관계자분들이 봤을 때 어떻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난 달리 쓸 말이 없었다. 직업이 없는 여자였고, 다른 무언가에 도전하는 여자도 아니었다. 나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자였다.


그런 일상 속에 글을 쓰려니, 일탈이나 다름없는 내 생활은 꼭 새 핸드폰을 산 것처럼 한참을 만지작거리게 된다. 처음으로, 핸드폰 메모장이라는 걸 써봤다. 장 보러 갈 때도 안 쓰는 핸드폰 메모장에 나의 사적인 일상을 담았다. 이걸 누가 보긴 할까. 하는 마음으로.




그러나 그런 볼품없는 이유로 그만둔다면 나는 정말로 더 재미없어질 것이다. 안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고, 아무것도 없는 인생. 뭐라도 쓴다면 내게 남지 않을까.

일상과 일탈 사이의 적정선만 유지한다면, 나는 좀 괜찮아 보이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호흡이 긴 글은 쓰질 못한다. 왜냐하면 나는 그닥 재미있지 않은 사람이고, 다이나믹한 인생을 살고 있지도 않으며, 무언가를 쓸만한, 알고 있는 지식이 많은 사람도 아니다. 나는 사적인 사람이며, 아주 평범한 아줌마일 뿐이다. 오늘의 끼니와 내일의 장 볼거리를 생각해야 하는. 그런 여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글은 별로 재미가 없을지도 모르고, 유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남의 흉을 볼지도 모르고, 폭주기관차처럼 열받은 일에 대해 분노하며 타이핑을 할지도 모른다.

나는, 그저 하루하루를 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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