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을 넘게 달려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가는 길은 내내 막혔고, 날씨는 흐렸다가 비가 왔다가, 다시 소강했다가 비가 또 내리다가. 하는 오락가락한 날씨였다. 겨우 도착한 곳에서는 반가운 얼굴들이 잔뜩 있었다. 이게 얼마 만에 보는 거야. 하마터면 너무 오랜만에 만난 이들을 얼싸안고 싶었다.
나와 남편의 그나마 남아있는 지인들 중 오래된 지인들이었다. 아이도 있고, 미래에 태어날 아이도 가진 임산부도 있었고, 우리는 참 그동안 다양하게 시간들을 보냈던 것을 공유했다. 어떻게 지냈어. 그날은 뭘 했어? 애가 많이 컸다. 아이고 예뻐라. 하며.
애엄마인 나는 아이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이상하리만치 지인의 아이들은 내 조카마냥 예쁘고 귀엽다. 그냥 뭘 해도 귀여운 것이다. 게다가 좋아하는 사람의 아이라면 더더욱 예쁘다. 사람이 예뻐서, 아이도 예쁘다. 그건 불변의 법칙이랄까. 그리고 어른들보다 어린이들이 눈에 더 들어온다. 키워보니 알겠다. 애들 크는 게 참 빠르다는 것을. 그만큼 나의 세월도 흐른 것이다.
태어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뛰어다니는 어린이들을 보면 참 흐뭇하고 잘 키워낸 내 지인들이 대견하다. 맞다. 나는 그중에서도 나름 나이가 제일 많다. 어디 가면(?) 나도 꽤 막내로 불리곤 했는데, 이젠 그런 내가 서서히 언니가 되고, 동생들이 생긴다. 지인들 중에서는 나와 우리 남편이 제일 나이가 많은데, 생각보다 그 과정이 서서히 물감 스며들듯 스며든 터라 나이가 들었다는 사실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 이렇게 작고 귀여운 어린이들이 뛰어다니는 걸 보기 전까진 말이다.
그래. 생각해보면 나의 아이도 유모차타던시절이 있었고, 그게 바로 어제 같은데 지금 초등학생이 되어있다. 시간 참 빠르네. 그때만 해도 공부 같은 건 생각도 안 하던 시절이었는데. 허허. 나는 세월의 강물 속에 당혹스러움을 느낀다. 이렇게 시간이 참 빨랐던가? 벌써 둘째를 가진 아끼는 동생을 만나며 그런 생각과 마주친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은 그대로인 것 같았다. 아이를 낳고 키워도 여전히 애기같은 동생들. 남편의 지인으로 만나서 신입사원 시절 풋풋했던 그 시절 앳된 얼굴들은 벌써 자상한 아빠가 되었다. 게다가 결혼해서 아내를 데려온 지인은 내게 또 다른 귀한 동생을 만들어주었다.
시간이라는 게 묘하고, 이렇게 정통으로 마주할 때면 놀랍기도 하다. 나는 그 시절 그대로인 것 같은데, 우리 모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런 류의 사색을 하며 지인들과 아이들을 마음껏 바라본다. 정말 마음껏 바라보아야 나중에 덜 보고 싶지. 그렇게 생각하며 아끼지 않고 정말 많이 마음껏 바라보았다. 해맑은 아이들이, 그렇게 크고 있었고 어른들은 그렇게 아이들을 키워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정말 '잘' 살아가고 있었다. 정말 대견하고 멋진 사람들.
물론, 그 안엔 어떤 다른 게 있을지도 모른다.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나는 뚜렷하게 알고 있는 커버린 어른이니까. 그렇지만 분명히 잘하고 있는 거라 믿고 싶다. 우리는 보이는 게 다가 아니어도, 보이는걸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들의 행복이 웃고 있는 어린이들의 행복으로 전해 지는 것임을 믿고 싶다. 나 또한 그 틈에서 행복하게 살겠다고 다짐하는, 오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