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에게 반하다

하루살이의 사리 빚기

by 장미


토마토 꽃이 쉬지 않고 피고 지고를 계속한다. 우리집 겨울 베란다가 토마토가 살아가는 데 부족함이 없는 상황인가 싶다. 또한 빛과 물과 공기가 있고 적정한 온도가 유지되면 어디서든 살아가는 생명의 경이로움을 수차 재확인하는 순간들이 즐겁다. 아래쪽 2화방까지는 겨울 동안 피었던 꽃이 다 지고 열매 네다섯 개씩을 매달고 있다. 위쪽으로는 5화방째의 꽃들이 피는 중이다. 토마토 꼭지에 엷은 진초록 줄무늬가 선명한 것으로 보아 큰 토마토일 거란 내 예상이 맞을 듯하다.


방울토마토인들 누가 뭐라랴. 어느 날 씨앗 떨어진 자리에서 싹을 틔우더니 때가 되어 꽃이 피고 열매를 맺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것도 한겨울부터 봄에 이르는 지금까지 쉬지 않고 성장하고 있다는 데 마음이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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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 정리를 하면서 발견했다. 뭐지?


뿌옇게 변한 투명 테이프가 가느다란 철사 지지대와 제법 관목 줄기처럼 굵어진 토마토 줄기를 함께 감싸고 있다. 그래, 지난 늦가을 수분 증발 방지를 위해 화분에 비닐을 씌울 때 잘못 건드려 토마토 줄기가 똑 부러졌었다. 부러진 토마토 아랫부분과 윗 가지를 잘 맞추고 지지대를 세운 다음 투명 테이프를 둘러 붙여 주었다. 그때 자꾸 어긋나려는 토마토 윗 가지에게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지만 여기 붙어야 살아갈 수 있다고 통사정을 했었다. 부러진 자리를 어렵사리 붙이고 나자 온몸에 진땀이 흠뻑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 후 토마토 꽃이 피고 지는 동안에는 물론 열매가 나름대로 주렁주렁 자랄 때까지 테이프를 붙여 주었던 기억은 까맣게 사라지고 없었다. 투명 테이프는 진작에 벗겨 주었어야 했는데 상처가 다 아물고도 제법 성장하기까지 답답했겠다. 말은 해야 맛이다. 늦었다고 쑥스럽다고 입을 닫아거는 일은 내 몫이 아니다. 늦게나마 한 마디 건넨다.

"고맙다."


투명 테이프를 벗겼다. 뼈가 어긋나 아문 자리처럼 아랫부분에 비해 위쪽이 많이 굵어져 있다. 살겠다고 살아보겠다고 추운 날 나름대로 몸부림을 쳤을는지도 모른다. 투명 테이프 보시로 다 끝났다고, 어쩌면 내 할일은 다 했으니 죽어도 별수없지 식으로 방치하고 말았을 내게 보란 듯이 살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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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와중에 토마토 뿌리는 얼마나 깊이 뿌리를 내렸을까. 비스듬히 누운 토마토 뿌리와 줄기 경계쯤인지 토마토가 또 새순을 내고 있다. 역시 잘라내지 못하고 또 그대로 둔다. 토마토가 열린리고 있는 원줄기의 키가 베란다 천정에 닿을 무렵이면 이 새순도 제법 자라 꽃봉오리를 맺고 있으리라. 그때쯤 원줄기를 잘라내고 이 새순을 키워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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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곁순은 잘라 잠시 물에 담갔다가 흙이 담긴 페트병에 꽂아두었다. 며칠 시름거렸지만 이내 활기를 찾아 싱싱하게 잘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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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잎 모양새를 갖춰가는 홍산마늘 주아들 사이에도 잘라낸 토마토 곁순을 꽂아두었다. 며칠 사이 곁순들도 뿌리를 내린 모양이다. 네가 토마토라는 건 냄새 풍기지 않아도 알아보겠다. 땅속에선 홍산마늘 주아가 자란 통마늘이 하늘에선 토마토가 열릴 날을 상상하는 야무진 꿈을 꾼다.





하지만 누가 아는가. 이 작은 내 시도가 언젠가는 결실은 맺을 날이 올 수도 있지 않겠는가.


마음이 살짝 들뜬다. 산다는 것은 노력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다, 본능이다. 살아야 한다, 그래야 죽을 가치도 있다.


사는 날 까지는 어떻게든 살아봐야 안다, 그래야 죽음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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