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의 사리 빚기
이른 아침부터 살벌한 뉴스 제목이 눈에 띄는 날이다.
'서울에 핵 떨어지면'을 대강 읽고 나니 며칠 전부터 시끄럽던 '검수완박'에 이어 '지민완박'이 등장했다. 예전 초등학생 때는 줄임말을 제법 알아들었지만 이제는 줄임말 사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소한 줄임말들이 많다. 물론 그 줄임말의 본딧말을 알고 나면 몰라도 좋았겠다 싶은 말들도 꽤 있다.
주차장에 세워둔 차에는 '사람 죽이고 교도소 다녀왔다'라는 주차 협박에 가까운 쪽지가 붙어 있었다는 보도도 있고 한편에선 레트리버를 의자 위에 올려둔 채 목에는 줄을 매달아 나무에 걸어 두었다는 살벌한 기사도 있다. 휴우.
가히 무서울 정도로 신기한 생각과 행동들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어떤 사람이 어떻게 누군가를 죽여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그 생각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도구까지 마련할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일까? 더 나아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범죄 계획을 털어놓고 그 계획에 동참하라고 권할 수 있을까? 인간의 뇌구조가 진실로 궁금하기까지 하다. 아니 궁금하다는 데서 그치고 말기에는 뭔가 개운치 않다. 인간 이해를 위해 읽다 만 심리학 책을 계속해서 읽어봐야 할 것 같은 충동을 느낀다.
간 밤 비에 아파트 화단의 목련은 깔끔하게 졌다. 비를 맞으며 황매는 만발했고 철쭉들은 붉은 꽃봉오리를 터뜨렸다. 며칠 전 물병에 꽃아 둔 철쭉 꽃봉오리와 황매꽃도 활짝 피었다. 꽂아둔 모양새를 내 맘에 들게 매만지려는데 황매 겹꽃잎이 우수수 쏟아진다. 속절없는 삶의 한 단면이다.
뒤를 이어 하늘 끝까지 물오른 라일락들이 또 퐁퐁 피어나겠다.
살벌한 기사들 사이사이, 꽃마저 없었다면 인간 또한 사막으로 태어나 사막으로 사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기사가 살벌하든 말든 꽃들은 핀다.
나도 꽃을 따라 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