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by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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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눈과 한파가 다시 몰려온다는 예보다. 며칠 흐린 끝에 활짝 갠 날, 주말이라 그런지 공원에는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제법 많았다. 두엇 혹은 서너 명씩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뭔가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전날 내린 비에 눈은 대부분 녹았다. 다만 그늘에 쌓였던 눈이 비를 맞아 변한 얼음은 햇볕에 녹을 동 말 동 갈등 중이었다.





한쪽에서는 길고 검은 패딩을 입은 아이들 서넛이 녹다 말고 다시 얼어붙은 얼음덩이를 발뒤꿈치로 연신 차서 깨고 있었다. 조각이 떨어져 나오면 발로 차서 멀리까지 보내기도 했다. 조금 어린 아이들은 제 앞에 날아온 얼음조각을 또 다른 데로 차 보냈다. 얼음이라 더 잘 미끄러져 나갔다. 아이들이 들고 나온 공들은 신나게 구르고 날아 피곤하다는 듯 잔디밭 가장자리에서 조용히 오수를 즐기고 있었다.


내가 엊그제 발자국을 찍었던 자리는 응달이지만 발자국 찍었던 눈은 녹아 사라졌고 당연히 발자국도 사라졌다. 한편에서는 얼음조각으로 게이트 볼 비슷한 게임을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지나는 아이들은 발치에 걸리는 얼음조각을 하나씩 차면서 가기도 했다. 얼은덩리를 깨던 큰 아이들이 자리를 뜨자 초등학교 2~3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역시 발뒤꿈치를 이용해 열심히 얼음을 깼다. 내가 보고 배운 것들 역시 저 아이들처럼 물려받았을 터다.





무료하기는 어른에 비해 아이들이 더할지도 모른다. 학원도 학교도 놀이공원도 사람을 반기지 않는다. 몇 명 이상은 모이면 안 되고 사람 간 간격도 널찍널찍 유지하라 한다. 소곤거릴 일도 사라졌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뒹굴고 부대끼며 삶을 배워야 할 시기에 공부만 하고 학원만 다니는 아이들이 안타깝다고 입을 모았었다. 지금은 학원이라도 다닐 수 있기를 바라고 있을 학부모와 학생들이 안타깝다.


구름다리를 건널 때였다. 한 아이가 얼음조각을 양발을 이용해 지그재그로 차면서 지나갔다. 조금 전 깨뜨려 놀던 얼음조각을 구름다리 위까지 가지고 올라와 한적한 구름다리 위에서 축구 연습을 하는 모양이었다.


시간이 흐른 후 저 또래 아이들은 오늘에 대해 어떻게 추억할까. 흘러간 것은 고통이나 지루함이나 상관없이 모두 아름다워 보일까.


그랬으면 좋겠다. 저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오늘을 바라보게 되었을 때 오늘이 아픈 기억으로만 남기 않기를 바란다. 그래도 아름다운 날들이었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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