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널목에 설 때면 으레 머리 위에 전깃줄이나 나뭇가지가 가로지르고 있는지 살피는 습관이 있다. 새들이 그 전깃줄이나 나뭇가지에 앉아 있다가 실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말을 들은 이후부터다.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건널목에 가까워질수록 까치 소리가 시끄러웠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건널목에 서서 초록불을 기다리며 머리 위를 쳐다보았다. 시끄러운 까치 소리는 바로 내 옆 은행나무 우듬지를 흔드는 소리였다. 몇 걸음 옆으로 빗겨 서서 보니 둥지 하나를 두고 서로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치르는 중이었다. 까치 여섯 마리가 둘씩 짝을 지어 둥지를 들락거리며 소리를 지르고 서로 쪼아대며 난리법석이었다.
카메라를 꺼내는 사이 두 마리는 앞 건물 옥상 쪽으로 날아갔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걸로 보아 두 마리는 일단 싸움에서 물러간 듯했다. 네 마리가 남아 여전히 다투었다. 그중 두 마리는 잠시 다른 나무로 날아가는 듯하다가 다시 돌아와 다투기를 반복했다.
초록불이 켜지고 건널목을 건넜다. 건너편에서 보니 까치들의 모습이 훨씬 잘 보였다.
네 마리 중 왔다 갔다 하던 두 마리가 또 후퇴했다. 집을 품지 않은 은행나무 위로 날아가 앉았다. 그런데도 남은 두 마리의 까치는 울음을 바로 그치지 않았다. 깍깍 깍깍 깍깍 깍깍......
누가 우리 집을 뺏으려 했다고 온 세상에 알리는 소리처럼 들렸다. 처음 달아난 두 마리는 물론 이웃 가로수 가지에 앉아 있는 두 마리나 또 다른 까치들까지 호시탐탐 이 둥지를 노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한 마리는 망을 보려는 듯 둥지에서 약간 떨어진 자리에 앉고 다른 한 마리는 둥지 저쪽 편으로 돌아갔다. 알을 낳았는지 알을 품는지 알이 깼는지 둥지를 보수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두 마리 까치가 일을 분담하고 있는 모습이다. 울음소리가 완전히 그치지는 않았으나 다소 뜸해졌다. 소리도 급박함에서 벗어났다.
지금 집이 없는 까치들은 어떻게든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빨리 집을 짓고 사랑을 하도록 노력해야겠지. 그나마 짝이 있어서 다행이다.
사람도 집을 구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날들이 날마다 쌓여간다. 집이 없으니 결혼도 미루고 결혼을 했더라도 임신 출산은 오래전부터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되었다. 까치들은 내가 결혼하던 시절과 다름없는데 말이다. 사랑을 약속하고 열심히 함께 노력해서 둥지를 마련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까치들이 행복해 보였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집 있는 까치들은 그야말로 금수저이거나 엊그제 로또 1등에 당첨된 까치들일 수도 있겠다.집이 없어도 때가 되면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하던 내 시대는 이제 인간 세상에서는 고전이 되었다.
집값이 올라도 너무 올라 한 자리는 두 자리가 되고 두 자리는 두 배가 되었다. 집 가진 사람들은 집값 떨어져선 안 된다고 입을 모으고 집 없는 이들은 제발 집값 좀 잡아달라고 아우성이다. 까치들의 싸움에 비할 바가 아니다.
집값 잡겠다고 무수한 정책을 펼쳤으나 천정부지로 솟은 집값 안정을 위해 정부에서는 또다시 역세권에 무슨 무슨 정책들을 수립하고 펼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오늘 본 까치집도 사통팔달 교통 요지에 지어진 집이다. 자동차 매연 때문에 내게는 살라고 해도 손사래를 칠 자리에 지은 집이지만 까치들은 서로 그 집을 갖겠다고 싸움까지 마다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진 않지만 말이다.
은행나무는 해마다 이맘때면 가시철망으로 제 울타리를 무장한다. 그럼에도 집 짓겠다고 들락거리는 새들을 말없이 받아준다. 사람은 돈만 생기면 돈으로 제 울타리를 중무장한다. 그리고 누구도 그 울타리 안으로 들이려 하지 않는다.
나뭇가지 주워다 집을 지을 수만 있다면 누군들 집을 짓지 못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