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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이 Jun 02. 2024

지브리 파크 나들이, 원 없이 하다!

그렇게도 가보고 싶었던 곳에 마침내!!

 나고야에서 마지막 날, 지브리 파크에 가는 날이다. 

오래 전부터 정말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지브리의 광팬까지는 아니지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이미 수십 번을 보았고, 붉은 돼지, 벼랑 위의 포뇨, 모노노케 히메, 이웃집 토토로, 마루 밑 아리에티,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많은 작품을 감상해왔다.


지브리 파크는 두 달 전부터 예약을 미리 해야 할 만큼 외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내국인에게도 인기가 많은 곳이다. 겨우겨우 지브리 파크 5개 구역을 둘러볼 수 있는 오산포 패스를 예매해두었었다. 

제일 첫 타임인 10시에 입장하기 위해 아침에 서둘러 나섰는데, 나고야의 출근길 속에 휘말려버렸다. 엄청난 지옥철이다. 공황장애가 올 뻔했다. 

중간에 한 번 환승해서 지브리 파크에 데려다 줄 리니모 열차를 타고 나니 좀 한산해졌다. 열차 안의 사람들은 모두 나와 같은 행선지로 향할 것이다. 

'인기가 많다는 가오나시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일본 어머니들 중에 사진을 부탁하고 싶도록 푸근하게 생기신 분이 계셨으면.'


이런저런 기대를 하며 드디어 지브리 파크에 도착했다. 

지브리 파크 입구에 있는 로손 편의점에서 점심으로 먹을 돈까스 덮밥을 하나 사서 가방에 넣었다. 테마파크 안에서 파는 음식이라면 어느 나라나 '가성비가 떨어지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브리 파크 안으로 본격 입장하는 관문인 시계탑이 가까워오고, 언젠가는 꼭 와보고 싶었던 소중한 순간을 찰칵- 남겨보았다.  


지브리 파크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보아야한다는 '지브리 대창고' 앞에 도착했다. 

입장시간 30분 전인데도 이미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몇 겹씩 줄지어 있다. 길게 늘어선 동서양 남녀노소의 긴 줄을 보면서,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한 사람의 작품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움직이고 있고 널리 사랑받고 있는지, 그의 문화적 파급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대단한 일이다. 

창고 안으로 입장하고 나면 저 붉은색 건물에 들어가기 위해 한 번 더 줄을 서야 한다.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 말이다! 나의 최애 캐릭터 중 하나인 가오나시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영화 속의 한 장면에 들어온 것처럼 잠시 그 순간만은 내가 주인공 '센千'이 되어본다. 

붉은 돼지 포르코에게 결투를 신청하기도 하고. 

폼포코 너구리들과 도쿄의 자연을 구하기 위해 심각한 작전회의도 해본다. 

시타! 내가 구해줄게!! 

포뇨! 만나서 반가워~

사실 혼자 갔기 때문에 이렇게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거란 기대는 거의 못했었다. 

나처럼 혼자 온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다 해도 부탁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해도 되나 싶어서 망설였는데, 내 나이 또래쯤으로 보이는 푸른 눈의 아가씨가 서로 사진을 찍어주지 않겠냐고 먼저 말을 걸어주었다. 


우리는 서로 가오나시 앞에서 사진을 찍어주고, 또 각자 다른 포토 스팟을 구경하다가 포뇨의 파도 그림 앞에서 다시 만나 사진을 찍어주고, 중간에 종종 약속하지 않았던 재회를 가졌다. 

그날 하루만큼은 기꺼이 서로의 사진사가 되어줄 '인연'이었던 것이다.


일본어로도 말을 곧잘 하던 그 친구를 보면서 대단하고 부럽기도 했었기에, 나도 요새 일본어를 초급부터 조금씩 공부해나가고 있다. 

이렇게 나 자신 내면의 성찰만이 아니라, 여행 중 우연히 만난 사람에게서도 용기와 동기를 얻고는 한다. 여행 중 발견하는 보석과도 같은 일이다. 


붉은색 포토존 건물에서 나오고 나면 그 뒤로는 자유로운 동선으로 대창고 안을 구경할 수 있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구석의 버스 정류장의 작은 토토로가 눈에 띄었다. 토토로에게 가오나시 탈을 씌우다니, 기막힌 조합이군. 

가장 기억에 남았던 '마녀의 작업실'. 

신들의 온천 사장인 유바바가 금방이라도 일어나서 마법을 부릴 것만 같았다. 

사진찍는 재미와 볼거리가 넘쳐났던 대창고의 관람을 마치고,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자유로운 점심식사를 즐기기로 했다. 넉넉하게 들어있던 포크 커틀릿과 밥이 느끼하지도 않고 든든히 배를 채워주었다.


바깥바람을 쐬며 만족스러운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머지 구역 네 곳은 여유롭게 둘러보았다. 

돈도코 숲에서 소화도 시킬 겸 언덕 위까지 산책을 하고. 

마녀의 계곡 입구를 지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보고, 허수아비에게 인사를 한다.

건축물과 소품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꽃밭을 만날 수 있도록 조경에도 정성을 기울인 듯하다. 

모노노케 마을에서 원령공주의 한 장면을 볼 수 있다. 옷토코누시와 재앙신. 

마지막으로 청춘의 언덕. 

고양이의 보은 속에 나오는 고양이 사무실의 내부를 사방으로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영화 속에 머물던 몽환적인 경험을 뒤로 하고, 이젠 인간세계로 돌아갈 시간이다. 

나고야로 돌아가자. 

그리고 이제 교토로 가자. 

내 생에 처음으로 타는 신칸센의 루트는 from 나고야 to 교토이다. 

일본에서 내가 제일 사랑하는 도시, 교토. 

어느덧 시간이 이렇게 흘러 7년 만의 방문이라니. 조금 뒤에 다시 만날 교토의 모습을 상상하며 신칸센에서 내내 가슴이 설레었다. 


나고야에서의 마지막 날임과 동시에 교토로 향하는 첫날. 

신칸센 열차 안에서, 눈에 아직 선하게 남아있는 동화 같은 잔상들과, '서로가 도우며 살아가는 평화로운 세상이 되어야 한다' 순수한 세계관과 교훈을 전하고자 하는 그 주인공의 모습을 떠올렸다.  

지브리의 거장(巨匠), 미야자키 하야오. 


팔순이 넘은 나이가 무색하게 손에서 작품을 놓지 않고 끊임없이 정진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나라를 불문하고 전세계인에게 장인(匠人)의 모습으로 두고두고 남아있을 것이다. 

누가 과연 뒤이어 이 대단한 거장의 바턴을 넘겨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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