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야! 나의 일본 최애 도시 교토야.
2017년에 다녀가고 어느덧 2024년.
가와라마치 거리에 들어서니 예전과 크게 변한 게 없는 것 같은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역시. 일본의 애플 사랑은 매장이 들어선 건물 스케일로 충분히 가늠이 된다.
5일 동안 묵고 갈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잠시 죽순 초코 과자를 씹으며 숨을 돌렸다.
'역시 허기를 채우기엔 부족한건가....'
이날 나고야 지브리 파크에서 1만 5천보 이상을 걸은 데다 교토까지 신칸센을 타고 이동하며 긴장했던 탓에 많이 지쳐있었다. 그냥 바로 잠에 들까도 싶었으나 오랜만에 찾은 교토의 밤거리를 반가운 마음으로 거닐며 겸사겸사 배를 채워보기로 했다.
여행 중 지친 자에겐 내일의 힘을 충전하기 위한 황금색 에너지 음료가 필요하다.
일본의 생맥주는 들이키는 순간 목에 밀려드는 차가움과 청량감, 고소함에 특히나 맛있다고 느껴진다.
나에겐 일본의 밤에, 일본의 이자카야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이다.
허기가 절로 불러들이는 탄수화물과 오메가!
직접 자리에서 토치로 그슬러주니 코에 스며드는 불향에 정신이 아련했다.
다시(だし)에 띄워진 떡과 튀긴 두부, 유바가 뱃속에 촉촉히 녹아들었다.
이로써 다시 만난 교토의 첫날을 마무리하고 잠에 들었다.
'7년 만에 다시 만난 너는 나를 아직도 충만하게 채워주는 도시다.'
날이 밝았다. 흐린 날씨처럼 컨디션도 살짝 흐림.
그래서 오늘은 주위 동네에서 '쉬어가는 하루'를 보내기로 한다.
가모 강을 바라보는 시선 끝에 히에이산(比叡山)이 보이고.
투명한 강바닥을 누비는 까만 잉어를 눈으로 쫓으며 물멍하는 시간도 가져본다.
교토의 거리 곳곳을 누비다 보면 한 번씩 발을 들여놓고 싶은 길목을 마주치게 된다.
하지만 항상 망설이다가 지나칠 뿐. 다음엔 꼭 무심코 한 발짝 발을 내딛어봐야지.
딱히 끌리는 음식은 없었기에 프랜차이즈 식당 나카우(なか卯)에서 조촐한 아침식사로 배를 채웠다.
우리나라 돈으로 5천원도 안하는 가격에 제법 골고루, 따뜻한 밥과 국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오래된 목조 건물이나 젊은 감각의 인테리어가 바깥의 정원을 감싸 안아 편안함을 주는 공간이었다.
카페 한 켠엔 3D 프린터와 재봉틀, 도안 출력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는데, 관련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Kinkos처럼 장비를 대여하면서 카페를 겸해 작업 공간으로도 활용하도록 하는 보기 드문 카페였다.
한참 작업을 마치고 카페 밖으로 나오니, 흐린 어둠이 교토의 두번째 날 저녁을 찾아오고 있었다.
눈에 담는 심정으로 구석구석 카메라로 찍어본다.
어느 곳을 누벼도 잔잔하고 평온한 마음을 갖게 하는 교토이다. 거기에 세련되기까지 한다.
이 나라에는 아직 담배 가게가 따로 존재한다. 예전 같았으면 들어가서 구경하다가 하나 집어 나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옛날 내가 일본에서 좋아했던 것 중에 하나는 담배를 실내외에서 자유롭게 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대신 야외에서 꽁초는 스스로 수거해가야 한다!)
하지만 이제는 非 흡연자가 되어 일본의 여행을 충분히 즐기고 있었고 스스로 대견해하고 있었다.
한 곳은 자리가 없어서, 한 곳은 너무 비싸서, 몇 군데 헤매다가 찾은 야키니쿠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술 대신 콜라로, 밥과 고기, 일본식 나물반찬으로 건전한 한 끼를 먹었다.
야키니쿠 식당의 친절했던 사장님이 입가심으로 쥐여준 사탕엔 공교롭게도 한글로 '박하맛캔디'가 쓰여있다. 왠지 정겨운 느낌이 들어 풉-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박하사탕을 입 속에서 굴리며 숙소로 돌아갔다.
일본 TV 프로그램에는 음식 소개, 체험 영상이 많아서 좋다.
잘 못 알아들어도 눈으로 보는 재미가 있다. 그렇게 먹고도 또 먹고 싶어지게 하는.
딸이 혼자 길게 떠난 일본 여행에서 잘 있는지 궁금해하시던 부모님의 영상통화를 받았다.
집에 있는 내 또 다른 동생 둥이와도 안부 인사를 나누었다. 귀여운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