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나에게 시간을 주자.
회사를 쉰지 6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내 생활은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다.
+ 매일 두세 잔씩 마시던 커피를 어쩌다 며칠에 한번 마시기.
+ 밥솥에 밥을 하고 장을 봐서 반찬거리 만들어 먹기.
+ TV볼 때 소파에 몇시간씩 누워서 보지 않기, 앉아서 보기.
+ 가족, 부모님과 여행하고 되도록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
+ 친구들과 자유롭게 약속잡아 만나기.
+ 마음껏 읽고 싶은 책 쌓아놓고 보기.
+ 길게 또는 불쑥 혼자 만의 여행 떠나기.
+ 건강 챙기기. 산행을 시작한 것, 못 하면 산책이라도 하기.
+ 브런치에 글쓰기. 글을 쓰며 나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변화를 되돌아보기.
이런 여러 가지 일상에 일 대신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함으로써 스스로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지 깨달아 나갔던 것 같다.
자유롭게 보내는 매일매일이 인생에 다시 있기 힘든 기회로 여겨졌다. 그래서 잘해야 한다는 강박감은 내려놓고 뭐라도 한 가지 더 추억으로 남기려 애를 썼던 시간이기도 하다.
그렇게, 시작할 땐 끝이 멀어 보였는데 어느덧 휴직의 연장과 복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왔다.
뭐가 득(得)이고, 뭐가 실(失)인지 몇 날 며칠을 따져보고 고민했던 것 같다.
'쉼'의 失은 뻔하게도 금전적인 것이었다. 지금도 줄어든 형편에 맞춰서 잘 생활하고 있지만 회사에 돌아간다면 조금 더 풍족하게 소비를 할 수 있으리라.
반대로 得은 '시간'이었다. 누구에게도 구애받지 않는 나만의 시간, 나를 휘저어보고 끓여보기도 하며 단단히 굳혀가는 시간. 이걸 어디 가서 돈 주고 살 수 있을까?
조금 더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현재는 나만을 위하는 '습관'을 더 들일 필요가 있지 싶다.
그 예전, 일에 매몰되어 주위를 보지 못하고 혼자 모든 것을 떠안는, 내가 날 갉아먹고 있는지도 모르는 재미없는 삶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올해 가을이 오기까지 나의 목표는 모순적인 두 가지 단어의 조합으로 완성된다.
이기적이고도 성숙한 사람이 되어 돌아가자.
내일부터 다시 파이팅이다. 나는 다시 잘할 수 있다. 잘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