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만큼 성장하는 책 쓰기
직장 다니면서 언제 책까지 내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많다. 그 비결은 바로 새벽 기상에 있다. 2018년부터 새벽기상을 시작했다. 새벽기상을 통해 독서량이 늘어났고 번역서에 에세이까지 출간하게 되었다. 새벽 시간에 모든 글을 다 완성한 것은 아니지만 책 쓰기를 할 단초를 새벽 시간에 마련했다. 새벽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쓰면서,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아졌고 조금씩 내면이 단단해지고 성장하는 것을 느낀다. 내가 느끼는 변화가 크기에 많은 분들과 함께 하고 싶어 모임까지 만들게 되었다. 새벽기상의 유용함을 다른 분들에게 알리는 목적과 동시에 나 또한 새벽기상을 통해 독서, 글쓰기 습관을 이어가고 싶어 강력한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어쩌면 아주 ‘이기적’인 선택이었다.
요즘 나는 ‘자발적 고독’이라는 말에 빠져 있다. 스스로 고독을 선택한다는 뜻이다. 혼자라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혼자 있는 시간을 오히려 즐긴다는 말이다. 예전에는 혼자서 밥 먹고, 차 마시고, 혼자서 영화 보는 것을 견디지 못했다. 혼자 있으면 괜히 친구 없는 사람 같고 서글펐다. 요즘은 오히려 혼자 있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려고 노력한다. 새벽 기상을 고집하는 것도 그 이유에서이다. 혼자서 커피를 내려 마시고, 혼자서 음악을 듣고, 혼자서 책을 읽고, 혼자서 글을 쓰는 시간이 참 좋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글을 쓴다는 것은 혼자만의 시간을 견디는 것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이다.
A- Alone
S- Silently
K- Keep going for your dream
A.S.K. 생각학교를 떠올리며 내가 지은 삼행시이다. 홀로, 고요히, 자신의 꿈을 향해 멈추지 않고 계속하기. 자기 이유, 자기 의지로 A.S.K. 하는 자발적 고독을 앞으로도 선택할 것이다. 그리고 혼자만 하지 않고 함께 할 것이다. 이런 나의 다짐을 실천하기 위해 새벽 기상과 글쓰기에 관심 있는 분들을 모집해 ‘2기적’ 모임을 시작했다. ‘21일의 기적! 습관적 글쓰기’ 자발적 고독을 선택한 이들과 앞으로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삶을 계속할 것이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계속하고 또 기록할 것이다.
- <가슴에 품은 여행> 마치는 글 중에서, 최선경(2021), 프로방스
2020년 8월 10일 ‘2기적(21일의 기적! 습관적 글쓰기)’ 모임이 시작되었다. 블로그 공지를 통해 함께 할 분들을 모집했다. 2기적 1기에는 총 10분의 선생님이 참여해 주셨고, 2023년 10월 현재 31기 진행 중이고 만 3년 동안 2기적 모임을 거쳐 간 분들이 100여 명에 이른다.
일단 모임 공지부터 해야겠다고 결심한 후 고민고민하다가 ‘21일의 기적! 습관적 글쓰기’로 프로젝트 이름을 정했다. 모임 취지를 살린 제목이기는 하지만 너무 길다 싶어 줄여보기로 했다.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2기적’으로 줄여보았다. ‘2기적’이라고 줄여놓고 보니 그럴싸했다. 새벽 일찍 일어나 책 읽고 글 쓰는 것이 어떤 면에서 ‘이기적’이라는 의미와 통한다 싶었다. 결국 ‘이기적으로 나를 만나는 시간’으로까지 의미를 확장시켰다. <가슴에 품은 여행>에 썼던 ‘자발적 고독’에 한창 빠져 있던 때라 ‘이기적’이라는 말이 나에게는 ‘자발적’이라는 뜻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모임은 ‘이기적으로 나를 만나는 시간, 이기적으로 나를 찾는 시간’이 되었다. 새벽시간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어떤 일에도 양보하지 않고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 할애하자는, 학교 일도 집안일도 하지 않고 온전히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으로 활용하겠다는 나의 의지가 잘 담긴 이름이다. 마음에 쏙 든다.
‘21일’이라는 기간을 설정한 이유는 21일이 어떤 행동이 습관으로 정착되는데 드는 최소한의 시간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 뇌는 시냅스가 형성되지 않은 것에 저항을 일으킨다. 그 행동을 입력해 놓을 기억세포가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습관을 몸에 이길 때까지는 의식적으로 노력을 기울이며 각인시켜야 하는데, 그 기간이 최소 21일이라고 한다. 작심삼일도 7번 하면 21일이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습관형성 게이트가 3일, 21일, 66일, 90일이다. 공부의 신 강성태가 이를 이용해 ‘66일 학습법’을 만들기도 했다. <습관 홈트>의 저자 이범용 작가님이 운영하는 ‘습관 홈트’ 프로그램에서는 3일, 21일, 66일, 90일 차 각 게이트를 통과할 때마다 자기 자신에게 보상을 해주라고 한다. 그만큼 습관형성에 21일이라는 숫자가 의미가 있다. 절대로 실패할 수 없는 아주 단순한 습관 3가지를 10분 안에 해내는 것이 <습관 홈트>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이 프로그램에 단련이 되어서 그런지 지금도 내가 정한 루틴을 수행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아주 작은 단계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습관이 되니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목표한 행동을 하게 된다.
2018년부터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내가 터득한 노하우들을 ‘이기적’ 프로그램에 적용했다. 단톡방에 기상 인증을 하고, 인증 밴드에 필사(낭독), 15분 독서, 30분 글쓰기를 인증하도록 했다. 이때 될 수 있으면 본인의 블로그에 인증 글을 남기고 링크를 밴드에 공유하는 것을 추천했다. 자신의 블로그에 기록을 하나하나 쌓아가다 보면 성취감도 느낄 수 있고 자신의 발전 정도를 스스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기적’에 참여하면서 죽어있던 블로그를 소생시켰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다.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글이 계기가 되어 공저 집필로 연결된 경우도 있었다. 블로그의 힘, 기록의 힘을 참여하는 분들이 깨닫고 있어 모임을 만든 보람을 느낀다. 21일은 평일 기준이다. 평일 기준으로 21일을 잡은 것은 주말에는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쉼이 있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에너지를 모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금도 나는 주말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새벽 시간에 본인이 마음먹은 루틴을 다 수행하지 못하더라도 그날 안에 인증을 완료하면 되도록 유연하게 시스템을 운영했다. 인증할 습관 역시 필사, 독서, 글쓰기가 기본이지만 본인이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필사 대신 낭독이나 명상, 운동을 하는 분들도 있다. 중요한 것은 새벽 시간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면서 나만의 시간을 가진다는 것이다. 하루 인증을 빼먹었다고 해서 좌절할 것은 없다. 자신을 탓하기보다는 도전하려는 그 마음, 노력한 자신을 북돋아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카톡이나 밴드 인증만 있었다면 ‘이기적’ 모임이 이렇게 길게 이어지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매 기수별로 사전모임, 중간모임, 마무리 모임 총 3번의 줌 미팅이 이루어진다. 각자 새벽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에게서 아이디어를 얻고 힘을 얻게 된다.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는 오디오클립으로 공유를 하는데 출퇴근길에 라디오 듣듯이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기다리는 분들도 많다.
이렇게 함께 하는 이들이 있었기에 글쓰기를 지속할 수 있고 한 편 두 편의 글이 쌓여 한 권의 책이 완성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