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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왜 자꾸 도서관 자원봉사를 해?

by 시간부자

지난달, 자원봉사 시작 시간인 1시에 맞춰 가려고 빠르게 밥을 먹고 외출 준비를 하는 내게 딸이 물었다.


"엄마는 왜 자꾸 도서관 자원봉사를 해?"


시작은 딸이 다니던 유치원 도서관의 자원봉사였다. 당시 유치원 도서관 자원봉사 활동은 어린이들과 교감하며 어린이들에게 작은 친절을 베풀 수 있는 힐링 타임이었다. 각양각색의 어린이들을 만나며 인류애가 충전되었다.

그 기억이 좋아서였을까?

우리 아파트의 작은 도서관에 자원봉사를 신청했고, 올해부터 아이들 초등학교 도서관에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자원봉사 포털사이트 1365 사이트를 최근에야 알게 되어, 최근에는 동네 시립도서관 자원봉사도 지원한 참이었다.


딸 질문을 받고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나는 왜 자꾸만 도서관에 자원봉사를 가려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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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는 도서관이 너무 좋다. 주말을 도서관에서 보내고 싶다. 잠깐 머무르는 것 말고 조금 더 오래 도서관에 있고 싶다. 도서관이 너무 좋아서 '늦었지만 이제라도 사서가 되면 어떨까?' 알아보기까지 했다. 사서가 되는 절차는 생각보다 길고 복잡했다. 그래서 지금 당장에 할 수 있는 도서관 자원봉사라도 하자 싶었다.

주 1회 모이는 영어 스터디에서 각자 주말에 무엇을 했는지 얘기하는 시간이 있는데, 내가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했다고 하니, 다른 스터디원이 물었다.

"자원봉사를 하면 어떤 이익(benefit)이 있느냐"라고.


어떤 이득을 바라고 하는 활동이 아니라 그저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어서, 당시에는 "아무 이익도 없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생각할수록 도서관 자원봉사에는 이득이 많다.


첫째, 덥고 습한 여름 날씨에 시원하고 쾌적한 곳에 머무를 수 있다. 간혹 여름에 에어컨을 너무 세게 틀어서 추운 곳도 있는데, 도서관 냉방 온도는 어찌나 적절한지 시원하면서도 과하지 않다. 아직 우리 집에 에어컨을 틀지 않았다. 덥고 끈적한 집에서 아이들과 부대끼면 자꾸 짜증이 솟구치는데, 도서관은 쾌적해서 짜증이 나지 않는다.


둘째, 책이 가득한 도서관 서고를 산책하듯 계속 걸어 다닐 수 있다. 도서관 자원봉사자가 하는 일은 계속해서 책을 제 위치에 꽂아놓고, 예약 도서를 서고에서 찾아와야 하기 때문에 봉사 시간 내내 서고를 이리저리 돌아다녀야 한다. 이런 류의 걷기 활동은 마치 피톤치드 가득한 숲길을 산책하는 것과 비슷한 활력을 준다.


셋째, 평소에 내가 보지 못했던 책들, 잘 가보지 않던 서가를 자연스럽게 마주치게 된다. 평소 책을 좋아하는 편인데도 늘 비슷한 종류의 책들만 찾아보게 되는데, 봉사활동을 하면서 이제까지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새로운 책들을 마주치게 되니 참 신선한 자극이 된다. 내가 자주 가던 도서관에 이런 류의 책들도 있었구나, 사람들은 이런 책들도 꺼내어 보는구나 싶어서 신기하고, 간만에 지적 호기심이 반짝인다.

넷째, 어린이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면 인기 있는 책들을 더 쉽게 마주친다. 반납 도서를 정리하면서 우연히 마주친 인기 도서는 서가에 꽂는 대신 그 자리에서 바로 대출한다. 그렇게 인기 도서를 아이들에게 빌려다 주면 아이들이 반기며 좋아하고, 그 책을 읽느라 남은 주말이 더 평온하게 지나간다.


다섯째, 어린이 도서관에 방문해서 오래 머물며 각자의 책을 읽는 여러 가족들을 보며, '나도 아이들을 잘 꼬셔서 다음에는 함께 도서관에 오리라'는 좋은 다짐을 하게 된다.


여섯째, 아이들이 자원봉사하는 나를 따라서 도서관을 함께 오면, 봉사활동 마치는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1시부터 5시까지) "이제 그만 집에 가자"는 징징거림을 듣지 않고 도서관에 오래 머무르며, 아이들이 스스로 원하는 책을 찾아 오래도록 책을 읽게 할 수 있다.


일곱째, 이번 주말에는 또 뭐 하지? 어디라도 가야 하는데.. 어딜 가면 좋을까.. 고민할 필요가 없다. 가족들이 따라와도 좋고, 아무도 안 따라오고 나 혼자 가도 좋다. 주말에 네 시간 정도 내가 좋아하는 활동을 하면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집에 돌아와서 그 에너지로 가족들에게 더 잘해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앞으로도 계속 도서관 자원봉사 활동을 이어가려 한다. 보통의 자원봉사와 달리, 이타적인 동기가 아니라 자신만을 위한 동기 같아서 부끄럽기도 하지만, 도서관에서 마주치는 이용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으면 최대한 친절하게 응대함으로써 자원봉사의 본질에 맞게 행동하려 노력 중이다. 그리고 뭐, 나만 생각한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낫지 않은가?


* 도서관 자원봉사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1365 자원봉사 포털사이트에서 본인 동네의 도서관이 자원봉사를 모집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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