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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책방지기 Oct 05. 2022

<가을>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읽어야 해요

   “최악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이었다. 다시. 세상이란 그런 것. 모든 것이 무너진다. 늘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다.” 이 소설은 첫 문장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첫 문장이 좋은 소설은 많지만 모든 것을 말해주는 소설은 흔치 않을 것이다. 앨리 스미스는 찰스 디킨스의 문장을 이렇게 비틀어냈다.


   이제 자연의 섭리는 빛과 어둠이 교차하고 희망과 절망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이 되었다. 그런 시대를 살고 있는 영국 사람의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종종 어리둥절해지는 날씨,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물가, 어려서부터 노인이 될 때까지 끝없이 내면을 장악하고 있는 경쟁심, 생각해보면 정말 쓸데없는 경쟁심을 심어주면서 개인을 자주 낙오자로 몰아가는 사회, 그런 사회의 눈에 들어서 잘 평가받는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면 쉽게 잊히는 예술, 우리가 최후에도 기댈 수 있는 그 예술과 문화가 빠르게 변해가는 세계,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 말이다. 우리에게 희망이 있을까 하고 가끔 생각하게 된다. 


   <가을>의 주인공 엘리자베스에게도 희망이 잘 보이지는 않는다. 가족도 사회도 희망이 아닌데, 우연히 이웃에 살던 대니얼이 희망을 보여준다. 우린 서로의 이웃도 잘 모르는 채 살아가지만, 엘리자베스는 이웃이 보여준 것을 품고 살아간다. 대니얼은 달랐지만 다른 걸 발견하는 것 또한 우리의 몫이기도 하다. 


   결국 희망은 앨리 스미스가 보여주는 세계 그 자체이기도 하다. 앨리 스미스를 통한 허구의 세계, 문학적 상상력의 세계이다. 그 세계에서 시와 소설과 미술과 음악을 버무려놓고 타인과 이웃과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될 수 있는 그런 곳 말이다. 우리가 독서모임에서 서로가 가지고 있는 그 모든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바로 그 순간의 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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