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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책방지기 Feb 08. 2023

<그녀와 그>

전적으로 그녀의 입장에서 바라본 그

   “자유롭게 홀로 살아오며 어떤 것에도, 누구에게도 빚진 바 없고, 누군가 자신에 대해 말하는 따위에는 전혀 개의치 않아 왔던 테레즈”는 본인도 화가이지만 예술가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다. 


   독립적이고 솔직하며 아주 분명하게 자신만의 살아가는 방식을 갖고 있는 테레즈와 연약하고 충동적이며 영감으로 가득한 로랑은 서로에게 자석처럼 끌린다. 하지만 독자들도 예상할 수 있듯이 이 사랑은 해피엔딩으로 향하지 못한다.


   예술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는 떠도는 남자와, 이성을 상징하고 현실에 붙박인 여자는 서로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이긴 해도 조화롭게 섞이긴 힘들다. 둘은 영원한 평행선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이런 전형적인 사랑의 모습이 지금도 새롭게 읽힐 수 있을까. 


   고전을 읽으면서 항상 떠오르는 질문이지만 고전의 힘은 역시 현재에도 유효하다는 데 있는 것 같다. 테레즈와 로랑의 사랑에 완전히 공감하기는 어렵더라도, 독립적이고 경제적으로 의존하지 않으려는 여자 주인공의 모습은 지금도 전혀 촌스럽지 않으며, 유아적이면서 제멋대로인 남자 주인공의 모습 또한 낯설지 않다. 


   다만 강하고 독립적인 테레즈가 모성애를 여성적인 장점으로 강조하는 점이 조금 의아할 뿐이다.(로랑을 사랑하려면 필수불가결한 요소겠지만.) 어쨌든 뜨거운 사랑은 가슴 뛰는 것이라서 영원한 소설의 소재가 되겠지만, 이 소설은 작가의 자전적 요소에 빚진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면 여러모로 너무 훌륭해 보이기만 하는 테레즈라는 인물을 납득하기가 어려웠을 것 같다. 역사 속에서 그런 천재적 인물이 존재했다는 사실 덕분에 우리는 대리만족과 함께 비현실적 인간까지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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