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모닝 페이지는 반려노트다.
줄리아는 “모닝페이지와 아티스트 데이트라는 도구들은 마치 인공호흡법과 같이 당신을 구조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모닝페이지 쓰기를 강조한다. 새벽에 일어나서 모닝페이지를 쓰던 시간이 그리 오래되진 않았는데 어느 사이 새벽기상도 놓쳐버리고 모닝페이지도 한동안 못 쓰고 있었다. 아마도 내 몸이 나에게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
사실 1년 전까지 시댁에서 30여 년을 살아오면서 많은 일들을 겪고, 마지막 시아버님까지 보내드리고 나도 좀 쉬어야 했었는데, 그러지 못하고 하던 일들을 계속했다. 변화가 빠른 시기이다 보니 새로운 강의도 들어야 하고, 모르는 것도 많아 배워야 할 것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무리를 했나 보다. 내 몸이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그래도 놓치면 안 되는 것이 글쓰기라 모닝 페이지를 다시 시작했다. 새벽이라는 부담을 지우고 언제라도 일어나면 몇 자라도 끄적이면서 자신을 달랬다. 그저 내 안에서 말하는 것을 받아 적었다. 그것이 안될 때는 노트에 한 단어를 적고 파생되는 여러 제목도 적어보고, 모르는 것 검색도 하면서 여러 가지로 사용하였다. 아니면 그날의 스케줄도 쓰면서 일기장처럼 내 옆에 붙여두었다.
그랬더니 다시 조금씩 힘을 얻기 시작하고 글쓰기에 부담을 갖지 않고 편하게 쓸 용기가 생긴다. ‘ 어차피 내 이야기인데 신경 쓰지 말자’로 마음을 고쳐먹고 잘 쓰려고 애쓰지도 않고 편히 기록한다. 생각나는 대로 적어나간다. 어딘가에 내 생각을 남기고 싶었다.
남들은 겪지 않은 각자의 일상이 있을 것이고 그것은 정말 소중하다. 그 하루하루가 모여 나를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살면서 어찌할 말을 다 하고 살겠으며, 또 누가 그걸 다 알겠는가. 나는 하루 종일을 콩닥거려도 말을 하게 되면 모든 것이 다 일축되어 버린다. 그래서 나만이 아는 못다 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그러면서 10년 후 나의 모습도 궁금하고, 돌아봤을 때 후회되지 않도록 오늘도 최선을 다해 본다.
그렇게 모닝페이지는 내 옆에서 나를 친구 해 주는 노트로 함께 한다. 누구나 다 힘든 삶이다. 박경리 선생님의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에서 ‘옛날의 그 집’이란 시에 이런 부분이 나온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가운 밤에는 이 세상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 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얼마나 힘든 삶이었을지 감히 상상도 가지 않는다. 그러면서 버텨내셨을 그분의 삶을 생각하며 모닝페이지를 펼친다. 나를 지탱해 주는 반려노트로 함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