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은 어떤가요
나의 삶에서 성장이라는 단어는 참 낯설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아이를 키우고 살아내야 했다. 35년이란 시간이 많은 대소사들과 함께 흘러갔다. 그러면서 어느 사이 나 자신은 없고 며느리로, 엄마로, 딸로서의 의무가 앞섰다. 그러다가 코로나가 왔고, 빠르게 바뀌어가는 세상으로 들어가는 중이다.
다행히 시간이 많은 것을 해결해 주었고 나로서 살 수 있는 시간도 왔다. 늘 바라왔지만 막상 다가오니 그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모르겠다. 작년부터 이어진 일련의 일들이 숨 가쁘게 몰려왔다. 30년의 시집살이가 막을 내리고, 전자책을 쓰고 또 브런치글을 올리면서 매 순간 두렵다. 글을 쓰는 일이 참 재미있으면서도 기본과 쌓인 지식이 없어 한심할 때가 많다. 또 부족한 나를 채우기 위해 좋다는 강의는 자꾸 신청을 하고 다 듣지도, 소화도 못하고 과부하가 걸린 것 같다. 하지만 행동의 힘을 믿는다. 괴테도 말씀하지 않으셨나
"행동은 그 자체에 마법과 은총, 그리고 힘을 지니고 있다고!"
이번에 대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집을 수리하고 있다. 몇 년 전 가로정비사업이 생겼다. 우리 동네가 아파트로 지어진다고 해서 정말 정리도 안 하고 구석구석 쌓아두기만 했다. 주택이라서 쌓아둘 곳은 정말 많다. 아파트라면 둘 곳이 없어서라도 청소를 했을 텐데 이럴 땐 주택이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재개발이 너무 많이 행해지고 있어, 동네 조합원들이 없던 일로 되돌렸다. 이렇게 한 줄로 쓰지만 정말 많은 일을 치렀다. 잘 모르고 사인한 결과에 치를 대가가 컸다.
그러면서 다시 살아야 할 집으로 바라보니, 고칠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문 하나 열면 하루가 모자란다. 마당을 정리하는데도 며칠이 걸렸다. 그러면서 집 꼴이 나 자신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조건 쑤셔 넣어두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어디서 뭘 찾아야 하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몸도 지치고 마음도 많이 지친다. 의욕도 상실하고, 아침에 일어나지도 못했다.
바쁘게만 정신없이 살아온, 집에 투영된 나의 모습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책을 읽으면서 이게 성장통일까 생각도 해 본다. 좀 더 나아지는 삶을 향해서 가는데, 어찌 먼지를 떨고 청소해야 할 것들이 없을까? 정리하지 않고 편하게 여기저기 던져둔 파편들이 발등을 찍는다.
다 내가 한 일인데 수습이 참 힘이 든다. 모든 것을 다 갖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한 말이 이렇게 와닿다니! 도대체 왜 그리 버리지 못하고 두었을까? 제대로 돌리자니 수고로움이 많이 따른다. 박경리선생님께서 ‘버리고 갈 것만 남아 홀가분하다.’고 하셨는데, 나는 언제 그 시간을 만날까?
이제는 몸도 마음도 주변도 가벼워져야 한다. 무거운 것을 들지도 못하겠고, 많은 것을 소화해 낼 역량도 안된다. 그래서 남편과 얘기했다. 천천히 조금씩 치우자고 , 다그치지 말고 여유 있게 하자고. 마음이 급하니 혈압이 오르락내리락한다.
어느 때는 두통과 함께 160을 달리다가 마음을 안정되면 정상으로 돌아오곤 한다. 그러니 몸과 싸울 생각을 접고 따르기로 한다. 힘들면 쉬고 머리가 아프면 눕고 내 안의 아이가 하는 말을 들어준다. 소나기가 시원하게 쏟아지고 나서 파란 하늘이 신나게 달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