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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희건이나비 Jul 27. 2024

5주 가능성을 되살린다

나는 가고지비작가

  5주 차 과제 중에 지금 내가 스무 살이고 돈이 있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있었다. 또 예순다섯 살이고 돈이 있다면 무엇을 하겠는가?라는 두 질문에, 나는 같은 대답을 했다.  어렸을 때부터 다니는 것을 참 좋아했다. 아버지가 내 별명을 ‘가고지비’ (참고로 엄마는 사고지비, 동생은 먹고지비였다)라고 지어준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나는 대구서 태어나고 여기서만 살아서 다른 고장이 참 궁금했다. 고등학교 때 부모님 허락 없이 친구들이랑 기차를 타고 부산이랑 경주를 다녀온 기억도 있다. 대학생 때는 사진을 찍고 싶어서 사진반에 들어갔는데, 소위 ‘출사’로 많이 다니게 되었다. 당일로 다녀오는 곳이면 크게 문제가 없었는데, 여름방학이면 7박 8일씩 장기촬영을 갔다. 그땐 멀리 전라도 쪽으로 갔었다.  

 정말 가고 싶은데 아버지는  길다고 안 보내주셨다. 그렇다고 포기하기엔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저녁에 퇴근하시면 늘 발치에 앉아서 필요하신 거 없냐고 수발을 들어드리면서, 여행  보내달라고 매일을 졸랐다. 아버지는 못 이기시는 척하시며 나를 보내주셨다. 

 그 뒤로도 나는 여행을 가끔 다녔는데 아랫 동생들은  아버지가 또 허락을 안 해주셨고, 그들은 그냥 포기해 버렸다. 그건 지금까지도 이어져서 나는 시집에 살면서도 어떻게라도 여건이 되면 가고 싶은 곳을 다녀왔는데, 동생들은 시집을 사는 것도 아니었고, 또 대구에 안 살아서 친정엄마에게 자주 오지 않으면서 다니지도 않았다.


  결혼할 땐 남편이 미국서 공부하고 있어서 더 좋았다. 그때 처음 미국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얼마나 신기하고 놀랍던지 그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아마도 예전에 글 쓰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그동안 다녀온 곳들을 기록해 두었을 텐데, 많이 아쉽다. 내가 학생 때 좀 더 용기가 있고 홀로 설 수 있었다면 결혼을 안 하고 맘 껏 다니며 '여행작가'가 되어있을 텐데..


  요즘은 몸이 좀 자유로워져서 많이 다닐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만큼 다니지 못하고 있다.  키가 커서인지 어릴 때부터 허리가 잘 아팠다. 그래도  조절하면서 하고픈 것을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내 맘대로 안 되는 좌절을 경험하고 있다.  

 예순다섯 살이 되어서도 여행작가가 되겠다는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도록, 몸부터 돌보며 글쓰기를 이어가자. 쓰고 싶은 글 중에  여행이야기도 들어있다. 경험했던 멋진 장소에서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보고 싶다. 

 나는 가고지비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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