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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희건이나비 Aug 04. 2024

6주 풍요로움을 되살린다

자신에게 사치를 허락하세요

  ‘예술은 우리가 스스로 선택할 것을 요구한다. 그 가운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자신을 돌보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사치를 허락하는 일이다.’라는 문구를 보면서 나는 나에게 그렇게 했을까? 쉽게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왜 그랬을까?


  나는 결혼 5년이 지날즈음 시댁으로 들어와 4대가 함께 살았다. 시할머님과 아버님은 참으로 검소하신 분이셨는데 시어머님은 그렇지 않았다. 이런 모습은 친정에서도 그러했다. 시어머님이 뇌졸중으로  누워계실 때 그동안 조금씩 주변정리를 했었다.  부엌에 있는 창고에는  물건들이 많이 재여있었고, 어머님의 옷장에도  옷이 많았다. 한 번은 어머님께  옷이 왜 이렇게 많은지 물은 적이 있었다. 처음 선생님할 때 옷이 몇 벌 없어서 늘 같은 옷을 입고 다니셨단다. 그때 별명이 유니폼 선생이었고 그 뒤로 옷을 많이 사게 되셨단다.


  엄마는 이쁜 것을 보고 안 사고는 못 배긴다.  무남독녀이고 샘도 많아서 어릴 때부터 뭐든 갖고 싶으면 할아버지를 졸라서 어떻게라도 갖고야 말았다는 말씀을 하셨다. 사고지비엄마는 그래서 잡다한 물건들이 많다. 하지만 지금은 치매를 앓고 계신다.  다행히 아직 혼자 주무시고, 낮에는 주간보호센터에 가신다. 나는 가까이 있다 보니 수발을 들게 되는데  이것저것 치우고 정리해야 할 것들로 넘쳐난다.


  이런 두 분을 보면서 나는 정말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안 사게 된다. 물론 책 욕심은 있어서 주문을 하다가도 가끔은 정신 차리고 도서관으로도 간다. 이러다 보니 나에게 사치를 주라는 문구를 보면서 잠시 혼란에 젖는다. 두 분이 쌓아놓은 물건들로 인해  수고는 내가 하고 있다. 나는 나중에 아이들에게 그러고 싶지 않다. 물론 두 분은 멋쟁이 소리를 듣고 살아오셨는데, 나는 그런 말이 크게 의미가 없다. 물론 남편은 멋을 모른다고 핀잔을 줄 때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고 거기에 쏟는 시간과 정성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늘 바쁘게 살아와서, 자유시간이 없어서도 그러했겠지만, 어릴 때부터 내 마음속에는 엄마는 과하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럼 나는  나에게 무슨 사치를 주었을까? 가만히 생각하니 여행을 보내준 것이 최고의 사치였다. 물론 가고지비라서 꼭 가고픈 여행 때는 무리를 해야 했다. 지금도 평소에는 소박하게 살고 아껴서, 여행 가는 것으로 나에게 보답한다. 물론 많이 다니는 사람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글을 쓰다 보니  나에게 사치를 허락했구나. 다만 방법이 다를 뿐이었구나 생각이 들면서 두 분의 사치를, 이제 인정해드릴까 하는 여유가 생긴다.


  이 글을 쓰기 전까진 이해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두 분의 관점의 차이를 받아들이게 되니 이것 또한 글이 주는 매력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아직 글쓰기초보로 글을 쓰면서  많이 배우게 된다는 것을, 사고의 전환이 일어난다. 이해하지 못했던 두 분의 어머니를, 글을 쓰면서 이해하게 되었다. 지금의 나의 작은 사치는 텃밭일 마치고 스벅에 들리는 것, 읽고 싶은 책을 사는 것, 듣고 싶은강좌를 결제하는 것. 그러고 보니 나도 나에게 사치를 많이 허락하는 사람이었다. 자신을 돌보고 기본은 하고 있는 있었구나.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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