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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주 연대감을 회복한다

글 잘 쓰는 마법사가 되었으면

by 김미희건이나비

‘우리의 표현은 자신이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것을 밖으로 드러내는 통로일 뿐이다. 화가는 붓가는 대로 그린다.’라고 7장에서 표현했듯, 여러 경우에서 일어난다. 나는 예전에 꽃가게를 했을 때, 또 글쓰기 할 때 이런 경험을 몇 번 한 적이 있다. 다른 분들은 많이 했을 텐데 그저 부러울 뿐이다.


예전에 시어머님께서 누워계실 때, 마음도 몸도 힘들어서 어딘가 도피할 공간이 절실히 필요했다. 아직은 어렸던 30대였다. 한 번은 아이들 학원 데려다주고 기다리면서 꽃가게에 들른 적이 있다. 나는 꽃 선물하기를 좋아하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으니 ‘꽃바구니나 꽃다발 만드는 것만 좀 알려줄 수 있느냐’ 고 물었다.

긴 시간을 요하는 꽃꽂이 수업은 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선생님은 그냥 아이 학원 보내고 들러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둘 다 할 수 있을 것이라 대답했다. 부담 주지 않는 이야기에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다니기 시작했고 좋아하는 예쁜 꽃들을 일주일 내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렇게 다니다 보니 어느 사이 개인사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선생님은 꽃가게를 차려서 집에서 잠시라도 나와있어 보라고 권했다. 바쁘면 집에 있고 시간이 날 때 가게에 있으면 되지않냐고. 시내 중심가가 아니라서 찾아오는 사람보다 주문으로 판매될 것이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고 했다.


마침 빈 공간이 있어 집 한쪽을 개조해서 꽃가게를 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꽃집을 하면서 처음엔 꽃 만들기가 힘이 들었고 손님 오는 것이 무섭기조차 했다. 꽃가게 앞에 누가 차를 대면 그때부터 가슴이 콩닥거렸었다. '저 사람은 뭘 해 달라고 할까?'하면서 조마조마했다.

그러다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꽃바구니 주문을 받으면 그냥 만들어졌다. 특히나 좀 큰 바구니라든지 특별한 주문 때는 꽃 고르기부터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하지만 다 펼쳐놓고 하다 보면 손이 저절로 만든다는 느낌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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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다가 어머님 돌아가시고 나도 꽃집을 그만두었다.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저 글귀가 그때 생각을 불러온다. 지난번 글을 쓸 때도 그랬다. 글머리를 뭘로 잡을 까 하다가 나에게 사치를 주라는 그 문구가 꽂혀서 그냥 쓰기 시작했는데 두 분의 어머님이 떠 올랐고 신기하게도 그냥 손이 저절로 쓰는 것 같았다. 의도한 바 없이, 이 책에선 누가 불러준 것을 받아 적는다고 표현했다. 그래 내 속에서 꺼내는 거야. “본래 돌 속에 다비드상이 있었고 그것을 꺼내는 중.”이라고 하던 미켈란젤로의 말처럼 그리 되면 너무 좋겠다. 다행히 경험을 해 봤으니 더 나아지리라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고, 완벽하게 하려고 자신을 괴롭히지 말자.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면 잘 못 될 수도 있다는 점을 흔쾌히 받아들이라 하지 않았는가? 그래야 시야도 넓어지고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

다만 멈출 줄 아는 것, 무슨 일이든 끝은 없다. 어떤 시점에서 매듭을 짓고 다음 시점으로 넘어가는 것, 내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자연스럽게 글쓰기가 이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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