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를 멈춰봐요
4장에서 글 읽기를 중단하라는 메시지가 있어, 정말 며칠간 책을 보지 않았다. 이미 다른 사람의 말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던 습관이 되어서, 책은 안 펼치지만 유튜브를 계속 보고 있는 자신을 본다. ’이런, 습관이 무섭군!’ 다시 폰을 안 보는 연습을 해본다. 1시간도 넘기지 못한다. 무음으로 해두어도 어찌 그리 궁금한지, 그리고 찾을 것이 많고 확인할 것이 많은지 새삼 놀랐다. 핸드폰 속에 꽁꽁 갇혀있구나.
오늘은 정말 명심하고 폰을 저 멀리에 던져두었다. 새벽에 줌 수업도 했으니 꼭 참여해야 할 일은 없었다. 그러고 나니 잠이 쏟아진다. 몸의 말을 들어주고 싶었다. 안 하던 새벽기상을 며칠 하니 잠이 부족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잤다. 정말 달게 잤다. 한 번씩은 이리 푹 자도 되는데, 왜 그리 몸을 가만 두지 못했는지, 꼭 내 몸을 혹사시켜야 안심이 되는 건 도대체 무슨 심사이지?
폰을 안 보니 주변을 돌아보고 정리를 하게 된다. 부엌하나라도 깨끗하게 정리 정돈해 두고 싶어 서랍을 다 열어본다. 또 한편에 노트북을 두고 책을 갖다 둔 찬장 속 내 작은 공간도 정리한다. 아티스트책을 읽으면서 변한 것 중 한 가지는, 받은 것을 바로 쓰는 일이었다. 정리를 하다 보면 이미 유효기간이 지나버린 것들을 발견할 때가 많다. 그래서 같은 것이 있던 없던, 일단 뜯어서 그것부터 쓰기 시작했다. 과일도 늘 있던 거 다 먹고 새것을 꺼내면, 싱싱한 것을 못 만난다.
그러곤 음악을 틀었다. 일 할 땐 가끔 틀지만 책을 보거나 집중해야 하는 일을 할 땐 음악이 방해가 되어 조용히 일을 하는 편이다. 음악도 틀고 주변을 치우다 보니 잡념이 줄어든다. 보통땐 하나를 보고 나서 연이어 또 다른 영상을 본다. 스스로 정리하거나 생각할 시간이 참 부족했다. 아니 귀찮아서 안 한 것이 맞다. 나를 유혹하는 많은 것들로부터 좀 자유로워지자. 안 해도 안 봐도 세상은 흘러가고 아무 문제없다. 나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주변에서 조금은 떨어져 지내자. SNS를 강조하니 안 해본 것이 없다. 그것도 안 하면 혼자 뒤처질까 봐 잠이 쏟아져도, 하루에 하나는 올려야 돼하면서 무리했었다. 이젠 쉬고있어도 마음이 편하다. 그냥 부디 자신을 좀 믿고 가자.
그리곤 마당에 나가본다. 하나씩 얻어왔거나, 씨를 뿌렸거나 했던 화초들이 돌아가면서 피고 진다. 잠시 앉아 풀도 좀 속아주고 싱싱한 아이들과 눈도 맞춘다. 글 읽기를 중단하라는 것은 자연의 품으로, 또 나 자신 속으로 들어가는 시간을 더 가지라는 얘기이지.
건강한 성장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 않는가? 그래 부디 시간에게 시간을 주자. 이미 한 바퀴 돌아왔으니 새로울 것도 없다. 모든 것이 재 창조되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은 새로운 것은 없다. 이제 두 번째 돌아가는 세상엔 여유와 감사로 자신을 챙겨주면서 가자. 다 괜찮다. 다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