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미희건이나비 Jun 29. 2024

1주 안정감을 되살린다

노력하지 않아도 그 나이가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아티스트웨이’ 책을 읽고 이야기할 수 있어 감사하다. 이 책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냥 나이 들고 시도도 못한 것을 후회하며  “그때 할껄껄.” 하면서 지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냥 노력하지 않고 살아도 세월은 저절로 흐르니까.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최소 나는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는 출장을 가시거나, 아니면 우리 오 남매가 생일을 맞이했을 때 손 편지를 가끔 주셨다. 그땐 잘 몰랐다. 그것이 쉽지 않은  일이란 것을!  아버지께 편지를 받았다 하면 친구들이 부러워했다. 우쭐하면서 자랑하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결혼 후 어느  술자리에서 아버지는 젊었을 때 시를 쓰고 싶었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다. 언니가 시인이 되어서 아주 기뻐하시며  대리 만족을 하셨다. 꿈은 젊을 때 이루는 것이지 나이 들어서는 자신을 닮은 자식을 통해서 뿌듯해하시는구나 생각했다. ‘지금이라도 도전해 보시지요?’라는 말씀을 어떻게 아무도 안 드렸는지,  지금생각하니 너무 죄송스럽다. 아버지는 그 꿈을 그냥 꿈으로 가슴에 품고 돌아가셨다.


  나도  아버지처럼 글을 써 보고 싶었지만 자격미달이라는 생각으로 포기하고  살았다. 다행히 잘한 일이 있다면 아이들이 학교 다닐 때  도시락 편지를 넣어주었던 일, 또 여행이나 멀리 갈 때 날짜에 맞춰 매일 하나씩 열어보도록 실에 꿰어 넣어주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도 서로 헤어지면 아이들이 나의 메모편지부터 찾는다고 얘기한다. 며칠 전 일주일을 지내다 간 큰딸의 가방 속에도 짧은 편지를 넣어 두었다.

 그렇게  글쓰기에  미련이 있었는가 보다. 서른의 나이에 어느 잡지사에 투고를 해 실패를 하고는 그냥 잊고 살았다. 다행히 창조주가 늦은 나이에 힘든 상황을 글로 이겨내려는 것을 보고 가상히 여겼나 보다. 아버님 병수발할 때 아버님과의 기억들을 풀어쓰며 버티고  있었다. 그때  전자책이란 것을 알게 하고 또 이 ‘아티스트웨이’라는 책을 만나는 인연을 주었다.


  나는 줄리아가 말하는 ‘ 초보자’ 임을 인정했다.  기꺼이 형편없는 아티스트가 됨으로써 진정한 아티스트가 될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말이다.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은 갈 것이고, 지금부터 노력해도 시간은 갈 것이다. 하지만 그 두 길은 확연한 차이가 날 것이다. 처음은 초라하지만 점점 좋아지리라 믿는다. 이 길에 들어선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노후대책이고  놀이터가 될 것이다. 부정적이었던 생각들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멀리 있는 아이들에게 보여줄 것이 있어서 다행이다. 내 이야기는 할머니가 되어 손주들에게 들려줄 옛날이야기가 될 것이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공감을 부를 수도 있고, 위안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나름 힘든 삶에서 주저앉을 수도, 자신을 포기해 버릴 수도 있는 삶이었다. 그래서 아티스트웨이는 나에게 반려도서다. 옆에 두고 잊을 만하면 들추어 본다. 아직은 어리고 미숙한 나의 어린 아티스트에게 영양분을 주는 시간이다. 완벽하려 하지 말고 그저 한 걸음씩 나아가는 중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