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제: 도구
‘동양에서 사용하는 이 도구로 당신의 정원을 쉽게 꾸미세요. 흙을 고르거나 잡초를 제거하기도 쉽답니다.’ 미국의 대형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호미에 대한 설명이다. 국내에선 너무나 흔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이 호미는 23.95달러이다. 심지어 130여 개 업체가 판매하고 있다니 놀랍다.
밭일을 시작하면서 신기했던 것이 호미를 쥐고 있으면 안 되는 작업이 거의 없는 것이다. 흙을 고르고 씨를 파종할 때, 잡초 잡기에도 아주 좋고 모종을 심을 때도 모종삽보다 편하다. 며칠 전 TV를 보는데 호미를 수출하는 공장이 나왔다. 물론 만드는 과정은 아직도 재래식이다.
잘 빠지는 자루가 문제점이고 외국 제품들이 그 점을 보완하지 못한다. 수출을 많이 하는 그 사장님은 호미 끝 자루를 불에 달구어 나무 손잡이에 끼우는 것이 가장 어려운 작업이라고 한다. 그걸 잘 마무리해야 자루가 빠지지 않고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옛날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나 한류 붐을 타고 호미는 잘 팔려나간다. 그래서 공장에서 생산된 것보다 훨씬 단단하고 손에 쫙 감긴다는 것이다. 그때 ‘아 호미를 수출하는구나!’ 싶어서 찾아보니 실제로 판매가 되고 있고, 인기가 좋다는 것이었다.
38년 전에 잠시 미국서 살 때, 지인들의 집에 초대되어 가보면 차고에 여러 장비와 도구들이 많았다. 벌써 그 당시 DIY 제품들이 인기가 있어 스스로 만들고, 고치기도 하다 보니 차고가 복잡했다. 그리고 그들은 정원 가꾸기를 좋아하고 또 대문이 후면에 있는 구조라 예쁘게 가꾸기도 해야 했었다.
풀을 깎지 않으면 집값이 내려간다고 주위에서 한 소리 듣기 때문에 집 앞을 잘 꾸미고 치장했다. 그땐 난 집 가꾸기에 문외한이어서 어떤 도구들을 쓰는지 눈여겨보지 않았지만, 다시 가게 되면 우리 호미를 선물해 주고 싶다.
삶을 풍부하게 도와주는 도구는 시대가 바뀌면서 없어지거나 아니면 더 발전해서 기계화되는 것도 많다. 거기와 비교해 호미는 태어난 맨얼굴 그대로 화장 한번 안 하고 변함없는 친구로 존재한다. 호미를 한번 잡으면 다른 도구로 바꿀 필요가 없다. 도구 좋아하는 남자들 보면 다양한 장비들을 진열하고 있지만 사용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호미만 한 것이 없다고 한다. 물론 호미도 모양이 다양하기는 하나 그 지방의 특색이나, 자기가 좀 더 중범을 두는 모양으로 선택한다면 그 한 자루로 다 된다.
차 뒤에는 텃밭일 하는 장비가 들어있는데 호미랑 낫, 장갑이다. 그중에서 단연코 호미 쥐는 날이 더 많다. 전문 농군이 아니지만 작물을 심을 때도 호밋자루는 두 식물의 거리를 가늠하기 좋고, 감자나 고구마를 캘 때나 밭 만들 때도 아주 좋다.
소설가 박완서 씨가 쓴 호미 예찬이란 산문이 있다. ‘원예가 발달한 나라에서 건너온 온갖 편리한 원예 기구 중에 호미 비슷한 것을 본 적이 없는 걸 보면 호미는 순전히 우리의 발명품인 것 같다. 또한 고려 때 가사인 “사모곡”에까지 나오는 걸 보면 그 역사 또한 유구하다 하겠다.’라고 나와 있었다.
이미 호미는 유명 인사였다. 아마도 삼국시대에도 그 비슷한 유물이 출토되는 것으로 봐서 삼국시대부터 사용하지 않았을까 한다. 그렇게 우리 삶의 일부가 된 호미를 이제야 애장 한다. 몸을 써서 일을 하는 것을 가르쳐주고, 그 일이 또 다른 세계라는 것을 알려준 호미는 갈수록 사랑스럽다.
호미 한 자루면 배짱이 두둑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