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전인교육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명한 새벽빛 May 31. 2016

효율적인 교육

책 <독일 교육 이야기>를 읽고

EBS 지식채널e - '공부 못하는 나라' : https://youtu.be/egV1ZFNZlps


대학 때 수업에서 이 영상을 보고, 나는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그래서 막연히, 가보고 싶은 나라로 '독일'을 꼽았었다. 한창 트위터가 유행했을 당시에 무터킨더님 계정을 구독해서 트위터에서 독일교육 소식을 전해 듣기도 했고, 언젠가 꼭 독일 학교 탐방을 가고 싶다고 꿈꾸고 있었다. 그것이 기억 저편으로 잊혀지고 있었는데 최근에 오빠가 구입해둔 책 <독일 교육 이야기>를 발견했다. 예비교사 시절에 '읽어봐야지' 생각만 하고 읽어보지 못했던 책이라서 반가웠다. 술술 읽히는 에세이여서 단숨에 읽었는데 5월이 가기 전에 감상을 남기고자 했던 것이 지금이 되었다. 여전히 독일 학교 탐방을 가보고 싶다. 말은 안 통하겠지만..




독일어가 아주 '비효율적'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잘은 모르지만 우리 기준에서 '불필요한' 말을 그대로 이어 붙여서 합성어를 만드니까 낱말도 엄청 길어지는 모양이었다. 영상의 내용은 잊어버린 채, 막연하게 독일교육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나는 독일이 그런 비효율적인 규칙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은연 중에 비효율적인 것을 부정적으로 여긴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비효율적'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 일관됨에 대해 조금 알 것도 같았다. 독일의 학교는 참 '비효율적'으로 굴러가는 곳이었다. 교사가 빠른 길을 알고 있어도 아이들이 충분히 헤매게 하였다. 한국인이라면 '속에 천불'이 날지도 모른다. 실제로 독일 학부모로서 이 책을 쓴 저자도 아이를 지켜보며 황당해 하거나 걱정했던 순간이 많았다고 한다.


알파벳을 배우는 데도 오래 걸리고, 수학공식도 바로 알려주는 법이 없다. 실컷 헤매게 한 뒤에 '이런 방법도 있다' 정도로 공식을 알려준다고 한다. 숙제를 해올 때도 절대 다른 데서 베껴오면 안 된다. 저작권 교육이 철저한 것은 꼭 본받아야 할 점인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그 느긋함이 우리에게도 일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 교과조차 '독일어' 수업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언어로 표현하는 활동이 많은 것도 인상적이었다. 모든 교과에서 자연스럽게 의사소통 능력이 길러지는 셈이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책 속에 언급된 바로는 독일에서는 아이들이 꼭 학교에서 '더불어 살아가기'를 배워야 한다고 홈스쿨링도 금지하고 있었다. 허용적인 분위기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느리게 가기', '함께 가기'에 있어서만큼은 융통성이 없었다.


그에 비하여 한국의 주입식 교육은 아주 효율적인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 배경도 있지만 성격 자체도 급해서, 결과가 나오는 것을 빨리 배우고 잘 적용해서 아픈 역사를 이기고 엄청나게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 놓친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여전히 가시적인 결과를 위해 인본주의적인 관점들이 무시되는 경우가 참 많다. 인성교육진흥법까지 마련된 것을 보면, 우리가 얼마나 인성에 대해 둔감했는지도 알 수 있다. 인간성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역시 실천이 문제다. 1년마다 성과를 내서 보고하고 평가 받아야 하는 학교와 교사. 과연 가시적인 결과에만 매달리지 않고 아이를 바라볼 수 있을까? 진짜 '역량 중심 교육'이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책 속에 나타나는 독일의 학교 모습이 너무나 '이상적'이어서, 처음 독일교육 영상을 봤을 때처럼, 책을 읽을 때도 '이런 곳이 다 있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편으로는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뻤다. 우리도 가능하다는 뜻이고 희망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서술형 답안에 대하여 자신의 답과 친구의 답이 모두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모습에 놀라기도 했다. 타고난 능력이 다르기에 점수로 일등과 꼴찌가 생기기도 하지만 아무도 꼴찌를 꼴찌로 여기지 않으며 그 순위마저도 과목에 따라 경우에 따라 얼마든지 뒤바뀐다. 경쟁 없이 아이들 모두가 배움의 주체가 되어 스스로 배워 나가니까, 훨씬 삶을 능동적으로 살게 되는 것 같다. 능동적이 되니까, 효율적으로 일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무엇이 정말 '효율적인 교육'일까? 가슴을 뜨겁게 하는 좋은 말, 좋은 취지, 좋은 교육의 방향을 듣는 것도 이제 지겹다. 지속적인 변화를 위하여 천천히 가더라도 내실 있게 나아가자고 말은 하는데, 정말로 한국은 '느림'에 관대할 자신이 있는지 궁금하다. '기다림'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물론, 나 자신부터 스스로에게 관대하지 못한 것을 반성해 본다. 효율적인 것이 좋다. 마음빼기 명상을 했던 이유도 효율성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가장 쉽고 빠르게 얻고 싶었다. 효율성 추구가 기술의 발전을 낳기는 한다. 독일의 교육이 전적으로 옳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말로 효율적인 삶을 사는 방법은 '나 자신'이 되는 것임을 알기에, 그것을 위한 시간을 충분히 주는 '비효율적인 교육'만큼은 꼭 본받고 싶다.


사람에게 관심을 갖는 것만이
진짜 '효율적인 교육'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참교육이란, 전인교육을 의미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