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만 문제고 사람만 답이다
그림 - 김주희 작가님, 2016
피해자, 사람?
여러 해 전에 온라인 커뮤니티와 관련된 살인 사건에 대해 다룬 <그것이 알고싶다>를 본 적이 있다. 프로그램 특성상 심도 있게 사건을 파헤치고 근본적인 문제점과 해결의 열쇠까지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에 해당 사건에 대하여 SNS를 통해 살인 모의가 이루어졌다는 이유로 '카카오톡'이 문제라는 목소리가 있었고 실제로 '카카오톡 살인사건'으로 알려졌었다. 나는 그것이 게임 중독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게임' 탓이라고 하는 것과 같이 이상한 논리로 여겨져 황당했다. 물론 무엇이든지 '악의'를 가진 사람이 쓰면 유용한 도구일수록 위험한 도구가 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사람이 가진 악의가 문제일 뿐, 그것들에게 잘못이 있지는 않다. 사람은 결코 문명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
관계의 문제
사건은 정말이지 끔찍했다. 도구의 탓이 아니라면, 그런 악의를 조장한 장본은 무엇일까? 방송에서 해당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했던 사람을 찾아 인터뷰를 했는데, 온라인에서 위안을 얻고 결속감을 느끼던 아이들 중에 일부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거나 가족과 대화가 많아졌을 때 스스로 빠져나왔다고 했다. 그렇지 못한 아이들이 여전히 많을 것을 생각하면 참 안타깝다. 인터넷이라고 현실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현실에서도 누군가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으면 나를 인정해주고 존중해줄 새로운 관계를 찾듯이, 현실에서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못한 관계를 형성하고 소속감을 갖는 일이 인터넷을 매개로 아주 쉽게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다.
사람에 관심을
사람들이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규제를 가하는 것은 부작용만 낳을 수도 있다.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지만 가장 지속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문제 해결 방법이 바로 '사람'에 관심을 갖는 일이다. 흔히 사람들은 당면한 문제에 대하여 '상황'과 '세상'을 탓하지만 상황이 나에게 맞고 안 맞고를 판단하는 데에도 인간관계가 가장 큰 요인이 되듯, 가만히 들여다 보면 모든 문제의 시작과 끝에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문제를 지닌 것이 사람이기에 그것을 풀 수 있는 것도 사람 뿐이라는 것은 희망적인 사실이다. 나에게 일어나는, 그리고 사회에 만연한 크고 작은 문제들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 이제는 사람을 봐야 한다.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관심의 시작, 사람에 대한 관심이 절실하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나태주 시인의 <풀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