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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삶은유 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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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명한 새벽빛 May 30. 2017

비 온 뒤 굳는다

발이 푹푹 들어가는 모래땅

얼마 걷지 않았는데도 지쳐버려

힘 없이 바스라지는 꼴이

마치 여린 나의 마음 같다


어느 날은 비가 왔어

질퍽한 진흙땅이 나의 발을 삼켜

빠져나오려 하면 할수록

점점 더 깊이 들어가더라


다행히 잡을 곳이 있어서

겨우 벗어나 마른 땅을 디뎠어

빗물에게 길을 내어주며

땅도 울고 있는 줄 알았는데


쨍쨍한 날 다시 밟은 땅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단단했어

걷기에도 참 편할만큼

정말, 비 온 뒤 땅이 굳더라




세상은 땅을 적셨다가, 또 마르게 했다가 그렇게 또 그 땅에 뿌리내릴 씨앗을 돌본다. 우리 삶도 땅과 같다. 저마다의 씨앗을 품고 세상의 단비를 기다린다.


그대 마음에 비가 오는 것을 슬퍼하지 말아요.

비가 없으면 싹이 트지 않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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