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 굳는다
발이 푹푹 들어가는 모래땅
얼마 걷지 않았는데도 지쳐버려
힘 없이 바스라지는 꼴이
마치 여린 나의 마음 같다
어느 날은 비가 왔어
질퍽한 진흙땅이 나의 발을 삼켜
빠져나오려 하면 할수록
점점 더 깊이 들어가더라
다행히 잡을 곳이 있어서
겨우 벗어나 마른 땅을 디뎠어
빗물에게 길을 내어주며
땅도 울고 있는 줄 알았는데
쨍쨍한 날 다시 밟은 땅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단단했어
걷기에도 참 편할만큼
정말, 비 온 뒤 땅이 굳더라
세상은 땅을 적셨다가, 또 마르게 했다가 그렇게 또 그 땅에 뿌리내릴 씨앗을 돌본다. 우리 삶도 땅과 같다. 저마다의 씨앗을 품고 세상의 단비를 기다린다.
그대 마음에 비가 오는 것을 슬퍼하지 말아요.
비가 없으면 싹이 트지 않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