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명한 새벽빛 Mar 08. 2016

마음대로 해?

마음대로 해!

[2009년? SK텔레콤 광고 카피]
1살 걸음마가 늦으면 지는 걸까?
4살 영어유치원에 못 가면 지는 걸까?
8살 반장이 못 되면 지는 걸까?
15살 영어발음이 된장이면 지는 걸까?
26살 대기업 못 가면 지는 걸까?
34살 외제차를 못 타면 지는 걸까?
왜, 남의 생각, 남의 기준으로 살까?
생각대로 해 그게 답이야


는 "자유롭게" 하라는 말이 가장 어려웠다. 차라리 정해진 틀을 주는 것이 더 편안했다. 시켜서 하는 걸 그렇게 싫어했으면서도 알아서 하라고 하면 두려웠던 게 참 모순되었다.


"마음대로 해"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에도 마치 정답을 요구받는 것 같았다.


"정말 마음대로 해도 돼?"


살아온 삶이 수동적이었으니 나에게 능동적인 것을 기대하는 것이 맞는지 의심이 들 법도 하다.


말이 그렇지, 정말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거 맞아?




선택의 갈림길에서나 삶의 장면들에서 궁금한 것이 생길 때마다 마음수련 명상센터에서 만나는 도움님들 또는 언니동생들한테 어떻게 해야겠냐고 물어보면 돌아오는 답은 "마음대로 하세요"였다.


조언해주는 대로 선택하고 책임을 회피할 수 있기를 기대했던 나에게는 맥이 빠지는 답이다.


그런데 이것이야 말로 정답이기도 했다. 


"이렇게 해", "저렇게 해"라고 결정해주는 조언은 듣는 것도, 하는 것도 위험하다. 들을 때는 내가 그것을 내 생각을 견고하게 하는 데 이용할 뿐이기 때문이고, 할 때도 내 생각이 듣는이의 생각을 견고하게 하는 데 이용될 뿐이라서 그렇다.


나는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해도 결국은 내가 하고싶은 대로 선택했다. 그야말로 답정너. 물어보고서 내가 원하는 답이 아니면 무시하고, 내가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면 마치 천군만마를 얻은 듯이 든든해지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어떤 선택을 강요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부모님과 선생님조차도. 우리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고 변명하지만 알고보면 우리는 모든 것을 스스로 선택하며 살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왜 몰랐을까? 나는 왜 나를 수동적인 아이로 알고 있었을까?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


그것조차 내 선택이었다는 것을 나는 인정해야 했다.




아이들은 혼나기 싫어서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엄마들이 아이들한테 당부하는 이야기는 대개 그런 종류의 의도가 아니었을 텐데도 아이들은 완전히 자기에게 유리한 대로 어른들의 말을 전한다. (교사와 학부모 사이 오해가 생기기 쉬운 까닭이기도 하다)


"그런 행동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잖아."

"엄마가 이렇게 하라고 해서 했는데요?" (나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 했으니까 잘못이 없다는 듯한 태도)

"나는 네가 상황에 따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엄마가 그러라고 하셔도 결국 그것을 하기로 선택한 것은 누구야?"

"...저요."

"그러면 책임이 누구에게 있지?"

"저요."


나는 어릴 때 어른들 말을 잘 들었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취사 선택해서 잘 듣기로 선택한 일만 잘 들었을 뿐이다. 말 안 듣는 아이일 때도 많았다.


그렇게 내 생각대로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남들과 다른 어떤 것을 하는 것이 두렵고, 오롯이 내 마음대로 무엇을 선택하는 건 너무 어려웠다.


내가 내 삶을 "마음대로" 살지 못하도록 가로막은 것은 주로 이런 생각들이었다.


남들은 다 ~를 하던데.
남들은 이런 걸 안 좋아할 텐데.
남들이 이상하다고 하면 어떡하지?


SK텔레콤의 광고 카피에서 말하는 것처럼 남의 생각, 남의 기준대로 살려고 애썼던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오해다.


'남들은~'으로 시작한다고 해서 '남들 생각'이 아니다. 남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하는 '나의 생각'이고 '나의 기준'이다.


내가 내 마음대로 살지 못하도록 가로막은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그래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어렵다고 하는 것이다. 모든 문제와 답이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마음수련 명상은 가로막는 나를 아주 쉽게 때려눕힐 수 있게 도와준다.)


마음수련 명상 덕분에 나는 그나마 능동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맞든 틀리든 내 생각을 당당하게 표현하고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진다. 화도 낼 줄 안다. (화를 참았던 이야기는 다음 편에)


이렇게 살아보려고 억지로 노력했을 땐 도저히 흉내도 낼 수 없었던 일이었는데 그냥 방법대로 내 자신을 버려보니까 이렇게 변해 있었다.


나도 누군가가 나에게 고민을 이야기하면 이야기는 들어주되 결정은 네 몫이라고 조언해준다. 더 중요한 것,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 우선 순위이긴 하다.


"그것과 관련된 생각을  버려보고 나서 마음이 가는 대로 선택해." (마음수련 명상을 하는 사람들에게)


고민되는 상황에 대한 내 마음을 찬찬히 돌아보면, 내가 고민하는 이유가 적나라하게 보인다. 그리고 그 욕심과 생각뭉치들을 다 버리면 오히려 머릿속이 상쾌해져서 지혜가 생긴다랄까?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더라.


내 고민들은 거의 내가 손해보지 않으려는 마음 때문일 때가 많았는데 그런 마음 없이 상대를 위해 선택했을 때 오히려 더 좋은 결과가 얻어지기도 했다. 상대를 내 마음대로 하려고 욕심을 부리니까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고 힘든 것이 당연했다. 지금은 상대에게 맞춰줄 수 있는 내가 기특하다.


그렇게 욕심내던 때보다 더 많은 것이 저절로 얻어지는 요즘은 정말 신이 난다. 얻는 것이 있건 없건 매 순간이 감사하다. 예전에는 힘들게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물살에 나를 맡기고 저절로 흘러가는 느낌!


누가 뭐래도, 나의 삶은 내 마음대로 사는 것!


그리고 당신의 삶은 당신 마음대로 사는 것!




어느 실험에서 사람은 작은 것이라도 자신이 통제할 수 있을 때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산다는 것을 알아냈더라고요. 무력감이 주는 폐해를 생각하면, 각자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사는 은 너무나 중요한 일입니다.



다음글>  참으면 병 된다

<이전글  고장 난 수도꼭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