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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명한 새벽빛 Mar 18. 2016

퇴고의 중요성

삶은 고쳐 쓸 수가 없지만

브런치 작가가 되어 첫글 <잘돼, 무조건 잘돼>를 발행한 지 벌써 한 달이 되었다. 스마트 매니저가 브런치를 위험 앱으로 알려주었을 만큼 브런치는 오랜 시간 나를 잡아두고 배터리와 데이터를 가장 많이 소모하였다. 오류도 자주 찾아내서 브런치 매니저님을 바쁘게 해드렸다는 것이 왠지 뿌듯(?)하기도 하다. (좋은 앱을 개발해주셔서, 오류 개선에 힘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작가님께서 브런치에 보내주시는 애정 만큼 안정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노력하겠습니다.
불편하신 점은 언제든 메시지 부탁 드립니다. 매일 매일 개선하고 안정성을 기하는 브런치 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오류 수정 후 브런치 매니저님으로부터 받은 답변 중에서


브런치와 함께 하는 대부분의 시간은 글을 퇴고하는 데 드는 시간이었다. 다시 읽고 다시 읽으며 매끄럽지 않은 부분을 수정하였다. 글을 쓸 때 퇴고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데 브런치에서 글을 쓰면 고쳐쓰기가 간편해서 좋다. 그래서 나는 수시로 작가의 서랍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브런치 주변을 멀리 떠나지 못하고 글을 쓴다.




<삶담는 서랍>에서 나는 글을 쓰는 것이 곧 삶을 담아내는 것이기에 글쓰기가 곧 삶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삶은 "고쳐쓰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글쓰기와 다르다. 삶은 고쳐 쓸 수 없지만 글은 고쳐 쓸 수 있다는 것이 글쓰기가 갖는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충분히 퇴고한 다음에 글을 발행할 수 있어서 브런치가 더 즐겁다.


그렇게 큰 차이점이 있지만 본질적으로 글쓰기와 삶은 같다. 글이 글자로 종이 위에 남아있듯 삶은 우리의 기억된 생각으로  속에 남는다. 우리는 각자의 인생이라는 책을 쓰는 중인 것이다. 장르는 장편소설인데, 지은이와 주인공과 읽을 수 있는 사람까지 모두 '나'라는 점이 특별하다.


 책은 새로운 삶의 장면에서 글쓴이의 길잡이가 되어준다. 빛보다 빠른 뇌의 색인 기능을 통해 각자가 살아온 삶에서 답을 찾는 것이다. 예를 들면, 속담 중에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가 있다. 자라를 보고 놀랐던 것도 책에 기록이 되어서, 자라와 비슷한 솥뚜껑을 보는 순간 바로 그 때의 감정이 찾아지는 것이다. 그것에 의해서 다음 행동을 선택한다.


그래서 우리가 삶에서 변화를 이뤄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쓴 책에서 답을 찾으니까, 내 책에 쓰여지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지 않는 한 결국은 살아온 대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오로지 나의 관점에서만 쓴 책이라서 순간의 모든 것을 담지도 못했는데도 우리는 그것을 맹신한다. 책이 시키는 대로 하니까 책의 노예라고나 할까? 그래도 어느 순간 "어라, 내가 잘 살고 있는 것이 맞나?" 의문이 든다면 그때가 바로 잠시 멈춤이 필요한 때이다.


나를 돌아본다는 것은 글쓰기의 퇴고 작업과 같다. 내가 써 놓은 글을 다시 읽어야만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처럼, 내가 살아온 삶을 돌아보아야만 더 나은 삶을 살 수가 있다. 그래서 잠시 멈추고 삶을 돌아보아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빠른 속도로 남은 지면을 가득 채우는 일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


안타깝게도, 삶은 고쳐 쓸 수가 없다. 하지만 내가 쓴 책을 과감하게 던져 버릴 수는 있다. 내가 더 이상 내 책의 노예가 되어 살지 않겠다고 마음 먹는 순간, 우리는 살아온 삶에 의해 형성된 고정관념과 선입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그러면 삶이 훨씬 더 즐거워진다. 자라를 보고 놀랐던 적이 있건 없건, 솥뚜껑을 그냥 솥뚜껑으로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세상을 보는 눈이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줄 아는 것을 말한다.


간혹 힘들게 쓴 책을 어떻게 버리냐며 아까워하는 사람이 있다. 도저히 아쉬운 사람은 책을 더 써내려 가다가 멈춰도 좋다. 자기만 읽을 수 있는 그 책을 누가 대신 버려줄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모든 것은 전적으로 작가에게 달려 있다. 누구나 퇴고의 필요성을 느끼게 될 때가 온다. 과연 내 이야기를 해피엔딩으로 끝맺을 수 있을까, 궁금해질 때가 온다. 진짜 해피엔딩을 위해서는 내가 쓴 책에서, 내가 살아온 삶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서 더 넓은 시각으로 더 좋은 책을 쓸 수 있다.


해피엔딩이 거창한 것이 아니다. 주어진 삶을 즐기는 것이 가장 멋진 해피엔딩이다. 내가 지금 글쓰기를, 삶을 즐기고 있지 못하다면 내 삶을 돌아보면 된다. 어떤 감정이든 내 삶 속에 원인이 다 있다. 그것이 다 기록되어서 나를 옭아매고 있지만, 지나간 순간은 이미 사라지고 없는 것이기에 뇌가 보여주는 허상에 매여 있을 필요가 없다.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은 솥뚜껑이 아니라 과거를 벗어나지 못한 나 자신이다.


삶에서도 글쓰기에서도 퇴고는 무척 중요하다. 퇴고를 통해서, 새로운 글을 쓰자. 반짝반짝 빛나는 나만의 삶, 나만의 글을.



마음수련 명상센터에서 살아온 삶을 "영화"로 비유하는 것을 들어보았습니다. 제작자, 주인공, 관객이 모두 "나"인 영화 한 편을 돌아보고 버리는 것이 마음수련 마음빼기 명상이랍니다. 작년 여름에 마음수련 교원직무연수에 갔을 때, 선생님들께서 이 비유를 좋아하셨어요. 강의가 끝난 뒤에도 자율 명상을 할 수 있는데, "심야영화 보러 가자"며 늦은 시간까지 빼기를 하러 강의실로 가시는 모습이 참 멋졌습니다. 나의 드라마, 돌아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버리면 더 재미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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