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명한 새벽빛 Apr 17. 2016

믿지 못한 죄

인간관계, 가는 마음이 고와야 오는 마음이 곱다

그림 - 김주희 작가님


왜 나를 못 믿지?
왜 나를 몰라주지?


요즘 내 글에는 이런 원망이 섞여 있었다. 아닌 척, 버린 척, 태연한 척하며 그런 치졸한 내 모습을 인정하기 싫은 마음과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금요일에 마음수련 지역센터 도움(센터에서 마음수련 명상을 도와주는 강사를 이르는 말)님이 "돌아보기 싫은 마음"에 대해서 물을 때, 나는 잘 돌아보고 있다고 답했다. 대화를 하다가 내가 "다른 사람들이 나를 못 믿어주는 것 같았다" 했더니 도움님은 "그것도 다 네 마음이었을 걸"이라고 하셨다. 내가 나를 못 믿고 있었다는 말인데, 이 말을 듣던 순간에는 머리로만 맞다고 받아들였었다.


토요일 낮에는 논산 마음수련 메인센터에서 전국교원회 모임이 있어서 소통하는 시간도 갖고 "교사"로서 공감하는 그 마음들을 함께 빼기했다. 참 감사하고 값진 시간이었다. 최근 크게 상처가 되는 일을 겪으신, 같은 그룹에 있던 한 선생님께서 "내가 예전에 했던 대로, 고스란히 돌아오는 느낌이었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나에게 일어난 일로 다른 사람을 원망하며 고통스러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나의 잘못을 참회하는 고백이었다. 일이 잘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격려해드리면서 나도 세상이 내 거울이라는 말을 새삼 되짚어봤다.


"사람들이 나를 못 믿어준다"라고 여겼고 실제 그런 상황들이 펼쳐졌지만, 돌아보니까 살면서 내가 사람들을 못 믿었던 적이 더 많았다. 글 <사랑에 관하여>에서처럼, 인간관계에 있어서 나는 고슴도치처럼 상대를 향해 가시를 세우고 나를 지키려 했었다. 토요일 저녁 명상 시간 때, 어린 시절부터 내가 다른 사람을 못 믿어주었던 장면들이 퐁퐁 떠올랐다. 이제껏 제대로 돌아본 적이 없었던 모양이다. 명상은 할 때마다 새롭다. 못 봤던 내가 계속 발견된다. 나만을 믿고, 내가 가장 잘난 줄 알고, 다른 사람을 못 미더워 했던 나를 버리면서 참회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대로
내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지만, 마음수련 명상을 하면 그것을 더 뼈저리게 실감하게 된다. 나를 돌아보는 일은 앉아서 눈감고 명상한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다. (이걸 이제야 알았다) "거울" 없이는 절대로 나를 돌아볼 수 없다. 거울에 적나라하게 비치는 나를 보고 그렇게 알게 된 내 모습을 시원하게 버리는 것이 마음수련 빼기 명상이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향해 던지는 말과 행동, 내가 인정하기 싫은 내 모습을 포함한 그들의 시선들을 돌아본다. 다 이유가 있었다. 내가 먼저 그들을 향해 가졌던 마음들이, 그대로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고운 것 이전에, 가는 마음이 고와야 오는 마음이 곱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거울을 항상 마주하면서도 그것이 내 모습임을 인정하지 못하고 거울을 탓하거나 거울 속 나를 탓했다. 모든 것이 내 탓이었는데 말이다. 그러나 자기비하에 빠질 필요는 전혀 없다. 나를 돌아보고 알아진 그 나의 실체가 아무리 더러워도 "버리면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말 다행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인정해야 버릴 수 있고 버려야 수용할 수 있게 된다. 2년 동안 마음수련 명상을 하면서 방법대로 하나 둘 내 마음을 버려보니까, 나도 모르는 새에 내 모습이 많이 변했다. 나를 미워한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나를 진짜 미워한 것이 아니라 정말 내 마음이 상대와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내 마음이 바뀌니까 내 행동이 바뀌었다. 지금은 그들과 사이가 좋기만 하다.


인간관계에 대한 불안도, 나를 미워할까 봐, 나를 해코지할까 봐, 배신할까 봐 하는 생각들도 다 상대를 믿지 못하는 데서 오는 생각이었다. "상대를 믿지 못한 것이 죄"였다. 나는 사람들을 믿지 못했다. 내가 나를 믿지 못했다. 온갖 추접스러운 마음으로 가득찬 아상 덩어리를 진짜 나라고 믿고 지키려고 했을 뿐, 세상이 보여주는 진짜 내 모습들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등지고 있었다. 그래서 힘들고 외로울 수밖에 없었다. 나를 미워하면 어떻고, 떠나면 어떠랴. 그것은 꽃잎이 지고 열매가 맺히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세상 모든 고통이, 나 하나를 성장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었을까.


믿지 못하고 미워하고 원망했던 모든 인연들에게 잘못했습니다.
모든 인연에게 고맙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퇴고의 중요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