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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명한 새벽빛 May 16. 2016

세상은 나의 거울

모든 것이 나의 잘못, 그것이 희망의 이유

그림 - 김주희 작가님의 <그립다>, 2014


저 사람은 왜 저럴까?


심심찮게 곳곳에서 전해지는 가슴 아픈 사연들에 마음이 시리고 화도 난다. 세상이 왜 이렇게 탁할까? 사람들은 도대체 왜 그런 행동을 할까? 그런 생각이 일 때마다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무력함을 한 번 더 확인하며 좌절했다. 서로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리면 그들 때문에 세상이 밝지 못한 것을 생각하며 안타까운 한숨을 쉬었다. 꼭 알려진 범죄자만이 아니더라도 세상에는 보는이의 눈살이 찌푸려지게 만드는 사람들이 참 많다. 옷깃 스친 사람들에게 향했던 것까지 모두 합해 내가 마음속으로 다른 사람들을 손가락질 하고 무시하고 원망했던 적은 너무 많아서 셀 수도 없다. 나는 마치 내가 세상에서 가장 바르고 깨끗한 사람이라도 되는 양, 사람과 세상 일에 대한 시시비비를 분별하였다. 세상이 흐린 것은 그 누군가의 탓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내 탓이었다


바르고 착하게 살려고 노력했던 것은 맞다. 그래서 나와 같지 않은 사람들을 비난하는 일이 쉬웠다. 입으로는 내 탓이라고 말하는 순간에도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마음수련 명상을 하면서 내 마음이 오히려 전보다 불편해지는 때가 있었다. 마음빼기 명상 방법으로 세상의 입장에서 '나'를 돌아보고 나 자신을 가두고 있는 그 마음을 버리면 버릴수록 세상이 나의 거울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순간들이 이어지는데, 그때마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나 자신과 치열한 싸움을 해야만 했다. 같은 세상에 살고 있는 줄 알지만, 우리는 각자 자기만의 세상 속에 살고 있어서 세상을 서로 다르게 본다. 딱 자기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만큼만 보인다. 누군가 나를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내 안에 '무시하는 것에 대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임을 알게 되었다. 누가 그런 마음을 먹으라고 한 적도 없는데 혼자 그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스스로를 괴롭혔던 것이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다.


세상이 곧 나이기에


세상이 곧 나였기 때문에, 세상이 나를 비추는 거울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세상이 어두운 것은 내 마음이 어두웠기 때문이었으며, 세상이 슬퍼하고 있는 것 또한 내 마음이 울음을 그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세상이 나니까, 세상의 모든 아픔이 나의 아픔이고 나의 아픔이 세상의 아픔인 것이다. 나와 당신이, 우리 모두가 행복해야 하는 까닭이다. 당신이 울고 있는 한, 세상도 눈물을 흘릴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으며 모두가 곧 세상이기에,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하는 일이 진짜 나를 위한 일이고 세상을 위하는 일이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라는 사실은 나를 불편하게 했었으나, 이내 그 모든 것이 희망의 이유임을 깨달았다. 내 마음에 있는 만큼만 세상을 보면서 살아서, 희망이 있는 줄도 몰랐고 보이지도 않았으나 이제는 안다. 세상이 진짜 나라는 것, 세상이 바라는 것은 오직 나의 행복이라는 것. 그리고 그 행복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다른 어떤 것도 아닌 거짓인 나에 불과하다는 것.


진짜로 살아야 한다


가짜를 버리면 진짜만 남는다. 나는 그동안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바꾸는 데 있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생각에 무척 슬펐었는데, 나를 괴롭히던 나만의 생각들이 모두 허상이었고 그 거짓인 나를 버리기만 하면 내가 바라는 것을 이룰 수가 있다니 천만다행이었다. 누가 옳고 그른지 가리고 잘잘못을 따져 편을 나누고 다투어 이기는 것이 답이 아니라, 내 마음이 밝아지는 만큼 세상도 밝아지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내 마음에 진짜가 있어야 진짜를 볼 수 있다. 이것은 참으로 당연한 이치다. 거짓의 나로 똘똘 뭉친 그 어두운 마음으로 세상을 향해 탓하고 원망해 봤자, 나를 향해 똑같은 원망만 돌아올 뿐이었다. 그러나 내가 모든 것이 나의 잘못임을 인정하고 나를 다 내어놓는 순간, 온 세상이 나를 끌어안아 주었다. 행동할 수 있는 지혜도 생겼다. 내가 웃으면 세상도 웃고, 내가 전부를 주면 세상도 전부를 준다. 세상만이 진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짜가 아닌 진짜로 살아야 한다. 진짜로 행복해야 한다.




세 상

천지만상 모두가
제자리에 있구나
일체는 모두가 그냥 있는데
수많은 사람이 제 마음대로
세상을 생각하는 것만큼
세상이 혼탁하여라
하나의 마음은 가짐 없는
원래의 마음이라
세상 밝음은 이것이라

- 우명 선생님의 시집 <마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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