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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Jan 27. 2019

가난이 지겹다.

꿈이고 나발이고 진짜

 요 며칠 동안 내가 방황하는 근원을 마주했다.

이미 알고 있었으니 마침내 찾아냈다거나 결국 발견했다가 아니라, 알던 바를 순순히 인정하기로 했다.


 가난하다.


 경제적으로 가난하다. 심적으로는 말할 것도 없고. 말라비틀어진 우엉이 따로 없다.


 대학 때 들었던 수업 교재를 찾느라 세탁기가 놓인 베란다를 다 뒤집었다. 좁은 방은 곧 베란다에서 옮긴 짐으로 먼지에 뒤덮였다. 교재 하나 때문에 옷과 이불이 먼지로 뒤범벅 되는 광경을 보니 힘이 빠졌다. 오늘 이불 덮고 자긴 글렀네.


 그래. 내가 잊고 있었다. 돈이 없다는 말은, 가난하다는  말은 이런 거였지. 생활 곳곳에 아쉬움이 켜켜이 쌓이는 거. 짜증과 불만이 일상에서 발생하는 거. 머리 하얀 엄마가 일터에서 다치기라도 하면 병원비가 얼마일까 생각하는 스스로가 미운 거.


 그래서 주니어 시절이 박봉이고 가난한 길은 죄다 지나쳤구나. 나는 뻔한 힘듦을 견딜 생각이 없었구나.


 내가 선택했던 길들은, 힘든 과정을 끝끝내 참아낸다한들 찬란한 엔딩이 보장되지 않았다. 내가 가고 싶었던 길들도, 이제 가려는 길들도 다르지 않을거다. 인내하고 견딘다고 꼭 해피엔딩이 오진 않는다는 명제를 너무 일찍 알았다.


 내가 원하는 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게 맞나? 난 그냥 돈이 풍족한 삶을 사는 걸 원하는 건 아닐까? 내가 가는 길에서 나는 가난하지 않을까? 어렵다, 어려워. 나이 서른에 진로 바꾸기도  힘든데 가난하니 더 골치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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