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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Feb 03. 2019

이번 1년은 물러서지 말기

작은 바람에도 일렁이는 물결이라

"잘 지내요?"


 설 잘 보내라는 연락을 받았다. 연락을 건넨 전 직장 선배님은 여전히 따뜻했다. 회사를 떠나고 보니 회사에서 괜찮게 지낼 만한 기회들이 꽤 있었던거 같다. 그때의 나는 왜 바로 옆의 행복들을 놓치고 살았나 몰라.


 얼마 전에 링크드인으로 메세지 하나를 받았다. 이력서를 넣어보라는 제안이었다. 요새 한창 광고가 나오는 핫한 회사라 순간 멈칫했다.


그냥 넣어보기나 해?


 퇴사한지 두 달이 꼬박 지난 현재.

적금깨기는 죽어도 싫은데 현금은 다 떨어졌고 지금 들어온 일들은 다 하반기에나 현금화가 될 예정이라 사실 요새 좀 조급하다. 이 와중에 아빠는 본인 치아 치료를 해야되는데 돈을 안보태주냐는 말을 심심치않게 하고.


 그래서 하루에도 수십번씩 마음이 왔다갔다했다. 넣어볼까? 싶을 땐 전 회사의 좋은 사람들이 생각나고, 넣지 말자 싶을 땐 당장의 금전감각이 소리를 지르고. 아주 사면초가다.


 조각 경력들이라 이번 일년을 공백기로 비워두면 다시 회사원이 될 때 어어엄청 마이너스다. 나도 잘 안다. 내가 내 처지를 아니까 더 흔들린다. 그렇다고 '나 이거 하난 똑 부러지게 잘해요!'하는 경력을 쌓고 그만둔 것도 아니라서 더 그렇다. 아, 나 전 회사에서 직무 뺑뺑이 돌려졌구나 참. 생각해보니 잘 나왔네.


 마음이 롤러코스터처럼 왔다갔다 하는 와중에도 목공 수업은 수료했고 공모전 1차안은 만들어야했다. 당장 눈앞에 할 일들은 산적해서 마음 편히 몽상할 시간은 기대도 못했다. 정신이 하나도 없는 와중에 간신히 마음을 다잡았다.


이번 1년은 내가 나를 좀 믿어주자고


 무섭다. 안 무서우면 거짓말이지. 경제적 빈곤함은 내가 세상 제일 무서워하는 거다. 내가 나를 먹여살릴 수 있는가? 그 과정이 행복한가? 이 두 질문에 자신있게 yes라 대답하기란 쉽지 않고, 않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일 년 뒤 죽을거라 가정하면, 돈 때문에 다시 회사를 들어가는 건 정말 아니로소이다. 도전해보고 싶은걸 또 외면하는 건 아니될 이야기다. 미래의 나는 오늘의 나한테 또 얼마나 아쉬운 소리를 하겠어. 그러니 지금은 현재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무섭더라도 지금 든 발을 그대로 원 자리에 복귀시키진 말자. 못 믿겠더라도 나를 믿어보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아니, 설사 아무 결과물이 없더라도 괜찮다. 그저 나는 지금 할 일을 외면하지말고 똑바로 마주하자. 이번 일 년은 절대 물러서지 않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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