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산 송장이나 다름 없이 살다가 요새 간신히 정신 차리고 취업을 준비중이다. 퇴사 의지를 활활 태우는 퇴사 희망자가 보면 내 브런치는 참으로 절망적인 스토리다. 간신히 퇴사를 마음 먹었고, 하고 싶을 뻔했던 일을 찾았고, 짧지만 강렬하게 그 일에 매달리며 정신없이 사람에, 일에 부딪쳤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또 포기다. 누가 보면 진짜 개찐따다. 이렇게 일 하는게 행복해요~라고 쓴게 불과 6개월 전인데, 올해가 미처 다 끝나기도 전에 내가 나자빠질 줄이야. 나도 몰랐다.
이번에, 올해에, 이렇게 이런 저런 일들을 한번에 겪으며 간신히 배웠다.
커리어도 결국 내 인생의 일부인거구나.
커리어가 내 인생의 전부가 아니구나. 나는 끊임없이 내 자신에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일을 해야 행복한지 묻고 의심하고 때로는 다그치며 살았는데 그게 제일 중요한 건 아니구나. 커리어 이전에 내가 어떤 방향으로 삶을 살고 싶은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무엇을 중시하며 살고 싶은지가 먼저 서야 하는구나. 그걸 이제야 알겠다.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해명하기 위한 의료 소송을 준비하며, 중고차 사기를 해결하고 동시에 현재 진행하는 사업의 비용/이익도 이야기해야한다. 이렇게 요약한 To do list 사이 사이에는 수 번의 경찰서, 법원, 변호사 방문 및 상담과 사람들과의 만남, 싸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각종 일들 해결 그리고 마음고생이 자리한다. 이 모든 일들을 풀어내는데 나의 생각과 나의 태도는 꽤 큰 차이를 만들어내고 그건 고스란히 결과로 이어진다. 그래서 더욱, 그런 생각을 한다. 커리어가 문제가 아니구나. 내 인생이 문제구나.
어떤 일을 하고 싶어? ≠ 어떻게 살고 싶어?
이 간단한걸 아둔한 나는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크게 상처 받고 나서야, 된통 당하고 돈을 날리고 나서야, 간신히 깨달았다. 내가 이전 회사부터 지금까지 한 질문들,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지와 어떤 꿈을 갖고 싶은지에 대한 답변들은 다 사상누각이다.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는 결코 그 질문들에 국한되는 질문이 아니다. 훨씬 더 광의의 범위다. 그걸 알고 나니 작년 퇴사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과 답변이 다 무의미해졌다.
처음부터 다시
너무 고통스럽지만 그리고 사실 정말 하기 싫지만, 다시 쌓으려고 한다.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과 대답을. 이번엔 결코 협의의 의미에 국한해서가 아니라 광의의 의미에서. 내 삶과 내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들을 중심으로 말이다. 이 질문을 이렇게 서른 먹어서 정말 말 그대로 리셋한 뒤 처음부터 다시 하게 될 줄이야. 그것도 꽤나 많이 했고 많이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이번엔 좀 빠르겠지. 이 나이 먹을 동안 꽁으로 나이만 먹은 건 아니니까, 꽤 여러 가지를 경험하고 난 후니까 20대랑은 다르겠지...하고 기대한다. 힘내라 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