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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래하는 짱쌤 Oct 18. 2022

아이를 키울 때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늦은 저녁에 남편과 산책을 하는데 어디서 아이의 우는 소리가 들렸다.

가까이 가보니 고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넘어진 자전거 옆에서 씩씩거리며 악을 쓰고 울고 있었다. 

     

  ”가만두지 않을 거야. 죽여버릴 거야. “     


화가 머리끝까지 났는지 그 소리가 우리까지 들리도록 악을 썼다.

넘어진 자전거를 다시 낑낑거리며 일으키더니 울면서 비틀비틀 자전거를 타고 사라졌다.

 산책하던 사람들이 걱정이 되었는지 사라질 때까지 쳐다보았다.  

   

화가 엄청났네

    저토록 화가 난 이유가 뭘까?

남편글쎄....

근데 저렇게 화가 나서 아이가 집에 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물으니 왜 그러냐고 물어봐야지.‘하며 남편이 말한다.

화가 나서 계속 말을 안 하면?

남편: (의미 있는 미소를 지으며왜 말을 안햐냐고.. 무슨 일이 있었냐고 빨리 말해보라고 하면서 다그쳐야지...

그러면 아빠 말에 대답을 안 하니까 아빠는 더 화가 나서 더욱 화를 내겠지?

남편아빠가 물어보는데 왜 대답을 안 하냐고.. 어디서 배웠냐고..

그래 그래... 우리가 우리 아들 키우면서 그렇게 부족한 부모였었지.  

   아이들 마음도 헤아리지 못하고....     

 

남편과 나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아들이 고등학생이 되면서 아침마다 일어나는 것을 힘들어했다.

아침밥을 든든히 먹여서 학교에 보내려고 눈도 못 뜨는 아들을 '아들, 일어나!! 얼른 일어나!! 일어날 때까지 부르며 급기야는 이불을 걷어치우면서 흔들어 깨웠다. 아들은 아침마다 항상 기분이 좋지 않았다.

 졸린 눈으로 식탁에 앉으면     


남편: "너는 왜 항상 아침마다 그러고 앉아 있어빨리 밥 먹고 학교 가야지.

아들:....................

남편: “왜 대답을 안 해? 밥 안 먹어?

아들:...........................

남편너는 아침마다 왜 뚱한 얼굴로 앉아있냐?

       아침마다 뭐를 잘했다고 기분 나쁜 얼굴이나 해가지고..

아들:............................

남편왜 말이 없어듣기 싫어

      아빠가 물어보는데 대답도 안 하고. 아빠 하는 말이 말 같지가 않냐?

아들밥도 먹지 않고 (식탁에서 일어나 온몸으로 화를 내며 쿵쾅거리며 제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쾅!! 닫는다.

  

아들이 고등학생이 되자 학교도 집에서 멀어 한 시간 정도를 버스를 타고 가야 했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야간 자율학습으로 집에 오면 거의 12시였다. 집에 오면 씻고 이것저것 준비하면 거의 새벽에 잠드는 아들을 이해를 하기는 커녕 아침마다 얼굴이 불만으로 부어있는 아들의 표정이 보기 싫었나보다.     

아들의 좋지 않은 기분을 받아주지 못하고 부모의 기준으로 말하면서 그 기준에 맞추지 못한다고 다그치고 화를 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부끄럽고 미안하다. 

  



화가 난 아이에게 그 이유를 물을 때는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      

아이의 화가 난 감정을 존중하고 공감해주면 아이는 대화할 준비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소통할 타이밍이다. 

아이가 화가 나 있을 때 ”너 도대체 무슨 일이야,! 말을 해봐!라고 다그쳐봤자 아이는 입을 열지 않는다. 

아이의 감정이 진정이 될 때까지 기다려주고 그 후에 아이의 감정을 어루만져 주면서 “아이고 저런, 그래서 기분이 좋지 않구나”라고 공감해주며 마음을 알아주면 될 것을.. 


아이가 화난 것은 이해받지 못해 억울한 마음인데 왜 그렇게 급하게 아이의 감정보다 나의 감정에 치우쳐 중요한 아이와의 관계를 망쳤을까?

지금 깨닫게 된 것을 아이를 키울 때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오은영의 ’ 금쪽같은 내 새끼‘에는 욕을 달고 사는 아이, 거짓말하는 아이,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않는 아이, 등교 거부를 하는 아이, 폭식을 하는 아이 등 다양한 사례로 소개된다. 겉으로는 모든 것이 아이들의 문제 행동 같지만 결국은 부모와의 의사소통의 문제가 대부분이다.     


아이가 직장에 다녀온 엄마에게 하루 종일 있었던 일을 하고 싶어 말을 걸지만 바쁜 엄마는 아이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일을 하면서 말한다.      


“무슨 일이 있어? 엄마는 바쁘니까 이따 말하면 안 돼?

저리 가! 엄마 저녁해야 하잖아.” 라며 소리친다.    

 

아이는 반가운 마음에 엄마 주위를 빙빙 돌며 마음속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으나, 결국 거절을 당한다. 엄마는 바쁘다는 핑계로 일방적으로 회피하거나 핀잔을 주며 아이 마음에 상처를 준다. 출연한 대부분의 부모가 아이를 훈계하고 지시하고 통제하였다.  사실은 아이보다 부모에게서 더 많은 문제가 발견되었다.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도 그 때문이다. 

우리는 ’ 아이가 잘못했다 ‘고 생각하지만 실은 ’ 우리가 잘못해서 ‘인 경우가 100%다.  

    

카메라 앞에서 ’ 아빠가 무서워요.‘ ’ 우리 반 아이들이 나를 싫어해요.‘ 엄마가 화를 내요.’ 하고 아이의 속마음을 이야기할 때 그때서야 아이와의 소통 방식의 문제를 알게 된 부모는 죄책감에 눈물이 흐른다. 많은 사례 중에는 부모만의 문제, 아이만의 문제가 아닌 부모와 아이 간의 ‘관계와 소통’이 문제였다.     

 

 부모도 거의 대부분 어릴 때부터 자라면서 그들의 부모에게 겪은 마음의 상처나 결핍이 그대로 자신의 아이들에게 똑같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흔히 대물림으로 체벌이나 폭력만 강조되지만 실제로는 소통 방식, 행동 양상, 감정 표현 등 광범위하고 다양한 부분에서 대물림이 된다. 

    

놀랄 정도로 부모님의 모습이 자신의 행동을 통해 유사하게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또한 어릴 적의 겪었던 부족한 결핍을 채우고자 아이에게 지시하고 강압적으로 통제한다. 

말로는 ‘너를 위해서야.’라는 말로 부모 자신을 합리화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어린 시절 부모에게 겪었던 고통을 자신의 아이에게 똑같이 겪게 한다. 일상에서는 그런 부분을 모르다가 왜 내가 왜 그런 말과 행동을 했을까? 분석해보면 어린 시절의 부모에게서 받은 고통스러운 기억들을 마주 대하며 알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자신의 부모에게서 받은 그대로 아이들에게 똑같이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충격에 빠지기도 한다. 또 부모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영상으로 관찰한 자신의 모습이 이 정도까지 심하거나 과격한 모습일 줄 몰랐기 때문에 더 놀라는 것이다.     




 내가 어렸을 적에 우리 가족은 6명이었다. 내 밑으로 동생이 3명이었다.

넉넉하지 못한 부모님은 6명이나 되는 가족을 부양하느라 늘 바빴다. 자라면서 동생들을 돌보고 집안일을 거들면서 부모님께 ‘나라도 좀 걱정을 덜어드려야지’ 하는 마음이 있었고 부모님도 ‘우리 선희는 참 착해’라며 착한 아이가 되기를 바라셨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갇혀있던 나는 일이 버거워도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없었다. 나도 어렸기 때문에 엄마의 따뜻한 관심과 칭찬이 필요한 아이였다. 투정을 하거나 힘들다고 말하는 것은 엄마가 바라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감정을 누르고 표현하지 않았다.

가슴이 답답하고 화가 쌓이는 날이 많아졌다. 정확한 감정을 표현하거나 마음을 나누는 소통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어린 시절 엄마가 나의 마음을 알아주고 어루만져 주었더라면 어떻게 달라졌을까? 엄마의 따뜻한 관심을 받고 사랑을 받아야 할 아이가 열심히 하면 얼마나 잘할 수 있을까? 부모님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는 하찮았을 것이다. 그래서 어린아이의 속마음을 인정하기보다 ‘그 정도도 못해?’ 라며 잘하고 있는 나를 비난하고 꾸중했을 것이다.      


어린 시절의 억울했던 경험은 어른이 되어서도 사소한 일에도 억울하고 누군가 나를 알아주지 않아 화가 자주 났다.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감정을 풀어놓지 못하고 꾹꾹 누르며 살았다.     

 

 아이들을 양육하며 어린 시절 겪었던 결핍을 생각하며 ‘나는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항상 소통하는 친구 같은 엄마가 되어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할 때 잠시뿐! 오랜 습관으로 몸에 익은 대로 나의 부모님께 보고 배운 그대로 우리 아이들을 양육했다.  

    

“엄마도 바쁘고 참고 살아. 뭐가 힘들어? 함 들어도 참아야지!!” 하며 내 아이들에게 ‘착한 아이’가 되라고 하였다.     

또한 “네가 잘못한 부분은 없어?” 하며 엄마의 이해를 구하며 나를 바라보던 아이를 향해 야멸차게 입 다물게 한 적도 많았다.      


아이는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무시하거나 알아주지 못하고 방치하거나 아이와 중요한 순간을 함께 하지 못했다면 아이는 좌절하거나 두려움을 경험한다고 한다. 정서가 안정된 부모와 감정을 나누며 솔직하게 대화로 소통하는 아이는 얼마나 행복할까?      


1985년 버클리 대학의 애착 연구를 한 메리 메인 교수의 성인 애착 유형을 알게 되었다. 메리 메인 교수는 성인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통해 아동의 애착 유형과 유사한 형태의 ‘성인 애착 유형을 발견하게 되었다. 


 만 12개월~만 3세 사이에 부모가 아이를 어떻게 대하고 양육했는지, 부모와의 상호작용은 어땠는지를 경험했느냐가 아이의 기억에 저장이 된다. 이 기억에 저장된 것이 모여서 고정된 애착 패턴을 형성하게 되고 기억이 고정이 되어 만 3세 이후의 인생에서 중요한 사람을 만날 때 그대로 작동되어서 행동화한다는 것이다.      

부모와 경험했던 것이 내가 부모가 되어서도 나의 아이를 키우는데 그대로 대물림이 된다. 성인애착 유형 검사를 해보면 내가 부모와 어떻게 관계를 맺었는지 알 수가 있고 이것을 통해 앞으로 우리 아이를 어떻게 양육할 것인가를 미리 예측할 수 있다. 또한 현재 부모라면 자신의 양육방식을 돌아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부모와 내가 맺었던 애착 관계는 어땠을까?

부모와 나의 관계를 잘 살펴보고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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